인류의 멸망(?)
“이제 말 겨루기는 끝난 건가? 그럼 다음으로 넘어간다? 다음은 인류가 언제 멸망했느냐야.” 누리가 재미있다는 듯 지켜보더니 잠잠해진 틈을 타 나선다. “바보. 뫼가 한 말 잊었어? 우린 7987년을 잠을 잔 게 아니라 그 시간대를 건너뛰었어. 우리에게 중간 시간대..
33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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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의 두 모습
뫼가 창을 띄우고 속창을 열어 그 안으로 들어간다. 날씨와 관련된 뉴스가 화면에 뜬다. 2013년 1월은 폭설이 많이 내렸단다. 날씨도 평균기온을 밑돌았단다. 지구 남반부에선 산불로 수많은 나무들이 타버렸고, 여름이 되면서는 폭염과 폭우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
32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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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아픈 2013년
말을 전하기 무섭게 이든과 누리, 아미와 버들이 달려온다. 실컷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몸도 개운하다. “새로운 거라는 게 뭐야?” 아미가 들어서며 묻는다. “또 골치 아픈 거라면 난 빼줘!” 누린 미리부터 질린 표정을 하고 다가온다. 달려오긴 했지만 일에 ..
31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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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엿보기1
뫼가 상황을 파악하고 얼른 다른 화면을 불러온다. 화면엔 그림과 글씨가 적당히 섞여있다. “이건 뭐야? 못 보던 거잖아?” 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아온다. 하품을 쏟아내던 지루함은 싹 달아나고 없다. 눈동자가 초롱초롱 굴러간다. “읽어 보자! 나도 뭔지는 몰라...
30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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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
다들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 다음 한꺼번에 웃음을 터트린다. 갑자기 화면 앞이 웃음바다가 된다. “한데 왜 여자는 우리를 내버려두는 걸까? 왜 지난 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거지?” 이든이 웃음을 뚝 그치더니 말한다. 그 말에 웃음소리가 일..
29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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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익히기
맞서야 한다는 생각에는 모두가 한 마음이다. 한데 뾰족한 수는 보이지 않는다. 지루하게 침묵이 이어진다. 그래도 다들 묵묵히 견딘다. 투덜거릴 문제가 아니다. 제 몫의 삶을 되찾는 일이다. 침묵이든 고통이든 참아내야 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지만 만만치가 않다. ..
28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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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맞서기로 하다.
누리가 악을 써댄다. 아무도 다독이거나 말리거나 하지 않는다. 그냥 딴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가슴이 텅 빈 것처럼 쓰려온다. “지랄할 여편네. 지나 이곳으로 오던지, 왜 아무 잘못도 없는 우리를 이 엉뚱한 이곳에 데려다 놔? 2013년으로 돌아가기만 해봐라. 내 꼭..
27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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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여자의 상상 속의..
기운을 차리고 일어나야 한다. 말은 그 시작이다. “우리야 멀쩡하지. 한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널 잃는 줄 알았잖아.” 말을 하는 들의 목소리에 물기가 촉촉하다. 뫼는 잠시 눈을 감는다. 아무도 자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부터 어떻게..
26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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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이든과 누리는 뫼가 누워있는 침대로 시선을 옮긴다. 침대에 누워있는 뫼가 보인다. 뼈에 거죽만 겨우 붙어있는 몰골이다. 뫼 같지도 않다. 둘은 그 모습에 놀라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다. 무서운 생각에 냉큼 일어나 다가가지도 못한다. 일어날 수가 없다. “뫼야?” 누..
25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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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에 맞서다.
때맞춰 여자의 글쓰기는 멈추어 있다. 화면이 더 이상 반응을 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멈추어버린 채 그대로일 뿐이다. 여자가 자리를 뜬 모양이다. 잠을 자러 간 건지, 아니면 운동을 하러 간 건지 알 수가 없다. 더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뫼는 굳어져..
24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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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 인형의 삶
말을 뱉어내는 들의 눈이 반짝인다. 뫼의 머리도 꿈틀거린다. 둘은 잽싸게 화면으로 다가간다. “젠장, 읽을 수가 있어야지.” 눈 뜬 장님이나 다를 바가 없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단지 노려보듯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볼 뿐이다. 한데 이상하다. “..
23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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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
둘의 시선이 하나의 길을 낸다. 북받쳐 오르던 슬픔은 사라지고 뫼의 얼굴에 미소가 뜬다. 들은 뫼를 멍하니 바라만 본다. 영 알 수가 없다. “숲에 다녀오는 거야?” 뫼가 벌떡 일어나며 묻는다. 속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응. 넌 왜 그러고 있어?” 들..
22편|작가: 한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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