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과 끝
2006년 새해가 들어서자 동욱이 서울을 떠나던 그 해 어느 날처럼 인천공사 현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월에 짐을 꾸려 주영은 만삭인 몸을 하고 진해를 떠났다. 주영은 배 속에 있던 아들 지우가 그 고장 벚꽃을 기억할 것 같지 않았다. 지우는 이제 ..
25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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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앞 베란다의 깨진 유리창과 비틀린 프레임을 세우던 그들은 이 집은 양호한 상태며 우선은 수리하기 쉬운 집부터 차례대로 수리한다고 말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들을 기다리느라 주영은 꼼짝도 않고 집안에만 갇혀 있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댸주의 통장사본..
24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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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냄
주영의 눈이 흐려진다. 주영은 이제 민철을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낼 때임을 그를 다른 세계로 편안하게 쉬게 해야 될 때임을 알게 되었다. 아마 착한 민철은 자신이 잊혀지길 바라는 마음 때움에 주영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았으리라. 바보같이 죽긴 왜 죽어서....
23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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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
어느 정도 태풍피해에 대한 가닥이 잡힌 며칠 후 동욱이 술이 기분 좋게 취해서 밤 9시쯤 돌아와 지나가는 말처럼 주영을 보며 물었다. 아픈지 얼마나 됐다고, 주영은 "이 일로 너랑 나랑 밥 먹고 사는거야."라는 동욱의 말을 듣기 싫었지만 잊을만하면 잔소리를 했다 ..
22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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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피해
"주영아 이제 일어 나봐. 아침 해가 떴어요! 너 잠든 사이에 다시 내려 갔다 왔는데 난리도 아니었어." 눈을 비빈 주영의 눈에 지난 밤 트레이닝복을 입은 그대로의 동욱이 눈앞에 보였다. 귀 아래까지 내려온 머리카락 위로 동욱의 흰색 캡 모자가 보였다. 동욱의 ..
21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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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태풍매미)
<2003년 9월 6일 발생해 9월 14일 소멸한 중형 급 태풍으로, 태풍이름은 북한에서 제출한 것이다. 제 14호 태풍이라고도 한다. 9월 6일 처음발생했을 때는 중심 기압이 996hpa. 중심 풍속이 18mft열대성 폭풍이 지나지 않았으나 이후 서쪽으로 이동하..
20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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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동욱의 병원행)
도혜옥이 떠났다. 마지막으로 주영의 집과 가까운 절에서 만났다. 태양이 막 정오를 치솟고 있는 시간이었는데, 절 문을 나서는 주영에게 시원한 바람 한 줄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흔들었다. 동욱은 몇 달 동안 술로, 일로, 몸을 혹사시키더니 위와 장에 탈..
19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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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옥의 고뇌2
도혜옥은 말을 끊고 주영을 그대로 세워 둔 채로 쇠 소리가 들려 오는 주전자에서 보온 물병 안에 물을 담아 차 도구와 함께 내왔다. "오늘이 새댁과 나와 마지막으로 차가 될지 모르겠어예. 자 마셔 봐예. 먼저 하고는 다르다 아입니까? 이 차는 내가 스님께 스님들이 ..
18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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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도혜옥의 고뇌1)
진해 도서관은 주영의 아파트와 가까웠다. 이 도시에 비해서는 아주 작은 도서관 건물은 2층 건물이었다. 일층은 성인 열람실이었고, 이층은 아동열람실이었다. 주영은 책을 읽으려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작고 아담하여 도서관이라고 하기보다 도서실이라고 하는 쪽이 나을 ..
17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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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의 편지2
다만 이 말을 하고 싶다. 그렇게 오랫동안 10년 동안 너와 내가 알고 지냈으면서 너는 내가 발가락이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고 있고,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연약한 체 하시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내가 쌍꺼풀한 사실조차 알고 있으면서 너에게 나는 아무 것도 숨긴 게 ..
16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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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주영의 편지1)
주영은 지현의 편지에 대해 부치지 못한 글을 썼다. 지현이 회사 차원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러 미국으로 떠난 후에도, 그리고 주영의 아이 지우가 태어난 후에도, 아주 오랜 시간 그 편지는 지현이 보낸 많은 편지 틈에 껴 있었다. 지현이 미국에서 눌러 앉아 돌아오지..
15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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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의 편지2)
너의 동욱씨가 바빠서 어떻게 하니? 전에 네가 하던 대로 오전에 수영 다니고, 도서관엘 가 보는 게 어떨까? 공부를 하는 건 어때? 너 석사학위 받고 싶어 했잖아. 별로 늦은 나인 아니잖아. 우리나이가 실무경험도 6년이나 되고, 경험을 바탕에 둔 이론이라면 공부하기가..
14편|작가: 황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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