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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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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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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BY 황영선 2007-03-11

 앞 베란다의 깨진 유리창과 비틀린 프레임을 세우던 그들은 이 집은 양호한 상태며 우선은 수리하기 쉬운 집부터 차례대로 수리한다고 말했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들을 기다리느라 주영은 꼼짝도 않고 집안에만 갇혀 있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세댸주의 통장사본을 복사해 달라는 관리실의 요청으로 주영은 동욱의 통장을 복사해 다른 서류와 함께 그 일을 마무리하자 일주일도 안 되어 통장으로 266,700원이 입금되었다.

 유리창 두장을 갈아끼운후 유리창틈에 회색 실리콘을 쏘아주고, 베란다 창문 프레임을 바로 세워 피스를 박아주고, 주영의 부탁으로 대가없이 비가 세는 외벽에 실리콘을 쏘아 준 그들의 공사 책임자가 서류를 가져와  160,000원을 청구했다.

 

 며칠 후 도서관으로 가던 주영은 삼라만상의 빈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서 도혜옥의 환한 웃음이 보이는 듯 주영은 걸읆을 멈추고 한참을 서 있었다.

 

 사람을 잊으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서로에게 잊혀지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주영은 모든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는 세상의 위치가 새삼스럽다.

 

 그 곳은 이미 다른 가게가 들어섰다. 옷가게였다. 간판도  '은주네 옷 집'으로교체되어 있었다.

 도혜옥은 이 고장에 다시 돌아올 일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도서관에서 오후 1시쯤 집으로 돌아 온 주영은 앞 베란다 창문을 연다.

 주영의 눈에 아파트 아래로 잔잔한 바다가 보인다. 그 위를 막 떠나가는 여객선에서 뿌-뿌-하는 고동소리가 들려온다.

 한꺼번에 많은 일들이 지나 간 주영에게는 마치 그 일들이 사춘기 때처럼 혼란스럽다.

 친구지현과 주영자신이 어떻게 될 것인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가?

 주영은 가늠할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주택들을 지나 저 아래, 잔잔하기도 하고 거칠기도 한 바다를 한참동안 바라보며 생각해 본다.

 아직은 주영으로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의 묘미겠지만.

 태풍은 지나갔고, 인생처럼 쓰기도 하고 달기도  한 바람이 주영이 서 있는 베란다를 향해 한 줄기 불어온다.

 그 바람이   주영의 얼굴을 간질인다. 바람의 간질임 때문인지 주영은 모처럼 만에 평화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예전처럼 하루하루가 반복되어 9월이 지나가자 맑은 날이 계속 되는 가을로 접어들었다.

 벗나무의 잎사귀들은 염색이 제대로 된 그린이 그러한 것처럼 조금씩 색이 바래졌다. 이제 계절이 점점 깊어지면 올 한해도 지나 갈 것이다.

 

 주영은 석양이 아름다운 바다 멀리로 어움이 내리는 모습을 보며 지현과 보냈던 수없이 많은 시간과 도혜옥의 빈 자리를 되살려 본다.

 

 아- 왜 이리 시간이 빠른 것인가!

 

<24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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