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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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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의 편지2


BY 황영선 2007-03-02

 다만 이 말을 하고 싶다.

 그렇게 오랫동안 10년 동안 너와 내가 알고 지냈으면서 너는 내가 발가락이 얼마나 못생겼는지 알고 있고,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연약한 체 하시는지 알고 있으면서, 그리고 내가 쌍꺼풀한 사실조차 알고 있으면서 너에게 나는 아무 것도 숨긴 게 없다고 믿었는데, 언니문제를 긴 세월 동안 감춰 왔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날.

 

 가장 괴로운 비밀까지 속속들이 너에게 이야기 했잖아.

 동욱씨아 나의 육체관계까지 너에게 털어 놓았어.

 너의 생일 날 네 원룸에서 미역국까지 끊여 주었는데

 어떻게 지현아 나한테 그럴 수 있니?

 나는 이제 지현아

 정말 예전처럼 너의 모든 걸 믿고 너랑 친하게 지낼 수 없다는 걸 안다. 어찌 보면 너와 나의 관계 역시 집착에서 비롯되었을지 모르겠다.

 

 칼국수 먹은 일과 청바지 고를 때 힘들어 보였다면 그 일은 안 했을 거야.

 이제 와서 너와 나의 사이의 일을 너의 일방적인 희생이라고 말하면 나는 너무 기분이 나쁘다.

 차라리 칼국수 먹기 싫었던 심정을 좀더 일찍 말해 주던지. 그도 아니면 영원히 숨기든지.

 마찬가지로 내 언니 문제도 좀 더 일찍 말 해 주던지, 그도 아니면 내게 영원히 숨기든지.

 좀 더 빨리 결정을 내렸으면 좋았을 걸.

 왜 아무 말 없다가 너는 내 등을 밀어서 나를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게 하니?

 나는 그날 네가 언니 문제를 말해 주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기는 한 거니?

 마치 영원히 되돌려 줄 수 없는 채무자인 너 그리고 영원히 되돌려 받을 수 없는 채권자인 내가 된 기분이었어.

 

 이제 우리 관계는 네가 원하지 않던, 내가 원하지 않던, 조금씩 틈이 벌어지게 될 거야.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야.

 지독히 현실적인 분석가지. 나 박주영은 말이야.

 되돌려 놓기에는 시간이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미래로 흘러 버린다는 거지.

 나의 이런 생각조차도 너에 대한 미움도 다 쓸데 없는 일이다.

 흐르는 시간을 누군들 막겠니?

 다만 지난 과거를 기뻐할 뿐이고, 슬퍼할 뿐이지.

 너와 나의 변치 않는 우정을 맹세하지 말고 변하는 우정을 인정하며 살기로 하자. 이 편지를 보낼 수 있을지 장담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말이야.

 네가 너의 마음을 내게 알려 왔듯이 나도 내 마음을 알리고 싶었다.

2003년 6월 22일 주영 씀.<16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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