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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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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태풍매미)


BY 황영선 2007-03-07

 <2003년 9월 6일 발생해 9월 14일 소멸한 중형 급 태풍으로, 태풍이름은 북한에서 제출한 것이다. 제 14호   태풍이라고도 한다. 9월 6일 처음발생했을 때는 중심 기압이 996hpa.   중심 풍속이 18mft열대성 폭풍이 지나지 않았으나 이후 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점차 태풍으로 발달해 일본 오키나와 남쪽 450킬로미터 지점에 이르렀을 때는 중심 기압이 950hpa.태풍은 중심 기압이 낮을 수록 힘이 세진다.)로 강해졌다.

 이어 북태평양 고기압을 타고 한반도로  북상하기 시작해 11일에는 2003년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산 중심 기압 910hpa.의 강력한 태풍으로 변모하였다.  북위 25도를 넘으면서 차츰 약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중형 급의 강한 위력을 유지한 채 같은 날 16시 제주도를 거쳐 20시에는 경상남도 삼천포  해안에 상륙하였다. 그 뒤 7시간 만에 영남 내륙지방을 지나 13일 03시 무렵에는 경상북도 울진을 거쳐 동해안으로 진출하면서 약해지기 시작한 뒤 14일 06시 일본 삿포르 북동쪽 해상으로 태풍으로서의 일생을마쳤다. '네이버'에서 참조.>

 

 제 14호 태풍 매미가 그렇게 강력한 모습이었다면 동욱과 주여은 집에서 멀리 피해 달아나 있었을 것이다.

 추석이었다.

 명절이었는데, 주영은 동욱이 아팠을 때 전화로 만 통화하던 그녀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 역귀성을 고대했다.

 동욱이 퇴원한지 오래 되지 않아 다시 한차례 입원만 하지 않았다면 별 문제가 없었다.

 동욱이 입원한 사실을 잊고 업무 때문에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 온 그날 기어이 장이 또 마구꼬여 119 구급차에 실려 다시 입원해야 했다.

 고속도로 운전을 해 본 적이 없는 주영으로서는 아픈 동욱을 옆에 태우고 서울로 가는 일이 자신이 없었다. 동욱은 다음에 기력이나 회복하고 가자 그런 말로 주영을 위로했다.

 주영은 그날 태풍 매미를 대비해 폭이 넓은 테이프로 앞 베란ㄴ다 유리문에다 길게 X자로 붙인다고 낮부터  수선을 떨었다.

 낮에는 그렇게만 하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저녁부터 소리만 들리던 태풍은 밤 9시쯤 되자 바람이 조금씩 거세졌다.

  아파트에서 가까운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의 조짐이 범상치 않았다.

 그 소리를 들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 주영과 동욱은 거실의 소파 앞에서 조그만 차탁을 옆으로 밀친 후 그 아래 카드를 늘어 놓았다.

 

 "야 우리 포 카 하자. 내가 가르쳐 줄게."

주영도 지금 이 상황에서 딱히 할 일도 떠오르지 않아 동욱의 말에 동의했다. 카드를 바닥에 내려놓는 동욱의 손이 약간 떨린 순간 주영의 귀가 멍해졌다.

 점점 바람이 위력이 거세졌다.

 거실 밖 앞 베란다의 샸시 프레임이 통째로  흔들거리고 있었다.

 

 "비켜봐. 주영아. 저거 잠깐 잡아 보자. 넘어 올 것 같기도 한데."

 

 동욱은 거실 문을 열고 앞베란다로 나갔고, 그 뒤를 따라 주영이 나갔다.

 거센 바람의 힘이 동욱과 주영의 손에 묵직한 느낌으로 전해졌다.

 갑자기 안방 앞 쪽의 유리창 하나가 펑하는 소리를 내며 깨졌다. 얼마 후 다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베란다 유리창 하나가 산산조각이 난 순간까지 걸린 시간은 수 초 정도였다.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반은 바닥에 반은 창문에 매달려 흉기모양 대롱거렸다.

 주영과 동욱은 더 이상 베란다 창문을 잡고 있기가 불안했다.

 동욱이 주영의 손을 잡아끌고 재빨리 거실 안으로 들어와 거실 유리문을 닫는 그 순간 베란다 안에 놓여 있던 에어컨 실외기가 먼저 베란다 바닥에 쿵! 소리와 함께 넘어졌고, 뒤이어 베란다 창문이 프레임과 같이 통째로 거실 유리문을 향해 쿵! 소리와 함께 돌진해 왔다.

 

  동욱이 그 모양을 보더니 또 재빨리 주영의 손을 잡고 가장 안전할 것 같은 부엌 오른쪽 방으로 이동했다. 그 방 뒤   베란다에서 늘 비가 흥건했다.

 세찬 바람소리가 아파트 전체를 날려  버릴 만큼 휘몰아쳤다. 남자인 동욱의 눈에도 두려움이 나타났다. 다 큰 어른인 동욱은 어둠을 싫어했다.

 주영과 동욱은 정전이 된 방 안에다 랜턴만 하나 달랑 켜 놓고 바람소리가 잠잠해 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조금씩 바람소리가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이 주영과 동욱은 안방에서 가져온 이불을 덮고 자다가 새벽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주영이  일어나 방 스위치를  켜 봐도 여전히 정전 상태였다.

 

  랜턴을 들고 새벽부터 나가보고 오겠다며 돌아온 동욱의 기척이 거실에서 들렸다. 주영은 이불에서 나와 거실로 나갔다.

 거실은 아직 어두웠다.

 

 "야 밖이 뭐 저러냐? 완전 난리다 난리야! 베란다는 또 저게 뭐냐? 유리창만 깨져야지 프레임이 통째 넘어 오는 건 뭐냐고, 개새끼들! 저게 뭐냐고! 실외기라도 고장나봐. 공사한놈 찾아서 고발 조처할거야. 자기 집이라면 저렇게  되도록 했겠어?"

 "오빠 흥분하지마! 아직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리고 누가 태풍이 이만큼 강할 줄 알았겠어?"
 "그래도 그게 아니지! 바다 가잖아. 이런 곳에 짓는 아파트들은 모든 상황을 고려해야 돼. 언제 강한 폭풍우가  불어 닥칠지 어떻게 알겠어?"

 "오빠 회산 그렇지 않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당연하지! 모든 일에 철저하지 않았다면 우리 회사가 국내 굴지의 건설회사로 버터겠어?"

 "알았어 알았다고. 회사 자랑 그만하고, 같이 나가보자, 저것 때문에 내다보지도 못하겠어."

  주영이 어렴풋이  보이는 거실 쪽으로 눈을 돌리며 말했다.

 동욱이 비추는 랜턴의 불빛에 앞  베란다의 흉측한 꼴이 부분적으로 드러났다.

 "지금 말고 있다 가 시계봐. 아직 6시도 안 됐어. 좀만 더 자자."

 동욱이 랜턴불빛을 앞 베란다에서 거실의 동그란 시계로 옮기자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5시 4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침대가 있는 안방으로 가기가 겁이 난 주영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 동욱의 뒤를 따라 이불이 아무렇게나 깔려져 있는 지난밤의 잠자리로 다시 들어갔다.

 길고 무서운 밤이었다.

 그 일이 끝이 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았으나 밀려오는 잠을 이길 수 없던 두 사람은 어느새 또  잠이 들었다.<20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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