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의 눈이 흐려진다.
주영은 이제 민철을 마음 속에서 떠나 보낼 때임을 그를 다른 세계로 편안하게 쉬게 해야 될 때임을 알게 되었다.
아마 착한 민철은 자신이 잊혀지길 바라는 마음 때움에 주영에게 말 한마디 남기지 않았으리라.
바보같이 죽긴 왜 죽어서......
민철 생각만 하면 그가 원망스러운 게 아니라 주영은 자꾸만 눈물이 앞선다.
아이!
주영의 머리 속에 동욱의 찡그린 얼굴이 보인다.
동욱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 이유를 알 수 없던 주영이었다.
잠깐 그 생각에 빠져 있던 주영은 재빨리 눈물을 닦는다.
동욱이 욕실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주영은 보고 있던 책 역시 재빨리 덮는다.
팬티만 걸치고 나온 동욱의 벗은 몸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주영의 얼굴빛깔처럼 희다. 짧은 머리카락 때뭄인지 주영은 동욱이 나이보다 여러 보인다고 생각한다. 어려 보이는 동욱이 다가오자 주영이 두 손을 포개 가슴에 감싸 안고 있던 책이 소파 아래로 툭 떨어진다.
동욱이 생각없이 거칠게 바닥으로 내 던진 책에서 나는 그 소리가 크게 거실을 울린다.
소파 위의 주영은 "저 불 불!"이라고 말했으나 어두운 걸 싫어하는 동욱은 언제나 밝은 곳에서 섹스를 원한다.
동욱의 비누냄새 나는 몸ㅁ으로 주영을 힘차게 껴안는다.
동욱의 따가운 수염이 주영의 작은 얼굴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주영 쪽으로 마저 몸을 싣는다. 동욱의 힘에 밀려 주영은 갑자기 소파에 누운 자세가 된다. 그런 주영에게 동욱의 묵직한 몸무게가 느껴진다. 주영의 옷이 하나 둘 벗겨지고, 동욱의 등에 깊숙이 박힌 주영의 열 손가락에 규칙적인 그의 움직임이 전해진다. 점점 더 거세지는 동욱의 맹수 같은 몸부림에 주영은 다리를 비비꼰다. 주영의 그 몸짓에 동욱의 몸이 놀랍도록 뜨겁게 달아오른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탄성이 울린다.
주영의 가쁜 숨소리가 사라지기 전에 동욱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머문다.
사랑해 주영아!
아! 주영은 눈을 감는다.
저 아래 쪽 도로에서 들리는 차 소리마저 잠잠해지고, 이윽고 침대에 든 주영과 동욱의 밤이 그들의 고른 숨소리와 함께 지나갔다. 모든 태풍이 지나 간 것이다.<23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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