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세상에는 이해되지 못하는 악연도 있는 모양이었다. 남녀 사이야 만나서 애정이 식으면 헤어지면 그 뿐이고, 연관없는 이웃이라면 그집문을 넘지 않으면 그 뿐이었지만, 고부간 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관습을 타개할 획기적인 반란이 없는한 불가능한 악연인 것인가 보다..
16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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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내가 괜찮다고 하여도 경민은 괜찮치 않은 모양이었다. 뱃속의 아이가 약한 발길질을 시작하고 옷 위로 둥실한 배가 태가 나기 시작하자 집안일이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여섯식구의 어른 빨래만 해도 수월치는 않았고, 칼자루를 쥐고있는 시어머니의 작정하고 괴롭히는 ..
15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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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넓지 않은 시댁의 집에 여자라고는 시어머님과 나, 둘뿐 결혼하지 않은 형, 동생들과 벅적거리는 생활이 시작되었다. 아침이면 출근 준비에 경민과 제대로 눈 한번 맞출 시간도 없었지만 경민은 천성이 따듯한 사람이었다. 방안이 온통 밤색 일색인 고급스럽지 않은 외삼촌이..
14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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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외삼촌 쪽에서 연락이 왔다. 저쪽에서는 굉장히 맘에 든다며 엄마를 채근하는 모양이었다. 서두르는 엄마를 보며, 흠집있는 딸이 부담스러우신가 보다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한주가 지나, 그 사람이 다시 시골로 내려왔다. 가벼운 점퍼차림의 그는 집에 불쑥 찾아들어,..
13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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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동쪽으로 난 작은 창문으로 해가 걸려온다. 부우옇게 햇살 비추이도록, 친구들과 나는 밤새 웃다가.... 울다가... 그렇게 목이 메인채로 하루밤을 벌건 눈으로 새웠다. 진하는, 기어이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한다. 시험중에 심한 위복통으로 응급차에 실려나간 후로 의..
12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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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눈을 떠보니 상미의 그늘진 얼굴이 걱정을 담은채로 내려다 보고 있다. "괜찮어?" "으응..." 억지로 웃음을 띄워 보려고 애썼지만 쏟아져 내리는 숙취의 두통과 온몸의 뻣뻣함에 자유스럽지가 않다. "상미야 나 집에 내려갈께" "이대로 태원이 그 인간하고 끝내려고?" ..
11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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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상념속에 잠겨있는동안 어느새, 상미의 호프집은 출렁거리고 있다. 거품내음 가득한 홀에는 취객들의 소요로 상미는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었고, 내가 앉은 자리는 그들과는 차단된 별세계처럼 출렁거릴 수 없는 미아가 된 기분으로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내 몸쯤은 오늘같은 ..
10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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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누가 시키지도 않은 동거가 시작되었다. 태원씨의 부모님은 나를 새로 생긴 딸처럼 여겨주셨고, 그의 행동과 배려 하나하나에는 소 중한 보물을 어루만지는듯, 그런 만족감 속에서 나는 길들여질 수 있었고 간사하게도 눈물 바람속의 시골생활은 그리운 추억속으로 달음질했다. ..
9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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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그는 항상 500cc를 시켰으며, 혼자 무엇인가를 중얼거리기도 했고, 컵에서 흘러나온 물방울들을 모아 탁자위에 낙서를 하기도 했다. 상미는 어느새 그와 말을 텄고, 다음 차례는 자연스레 내가 되었다. 김태원, 같은 나이, 은행원, 무녀독남, 양친부모, 손님..
8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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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교복을 개어 엄마의 옷 보퉁이 밑에 집어넣을땐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내 인생에 다시는 땋은머리 나풀거리며 복도를 뛰어다니는 시절은 오지 않을것임을 알고 있었고, 그 교복과 함께 나는 진하의 기억도 내 가슴속 맨 밑의 한켠에 개켜넣었다. 진하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
7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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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엄마와 나를 위해 아버지가 평생 한 일이 무엇인지,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다아 성숙한 여인의 몸을 가졌음에도 교복에 쌓인 감성은 풀벌레와도 같았다. 굴러가는 가랑잎에도 우리는 정말로 웃음이 나왔다. 어쩌다 길거리 간판에 맞춤법 틀린 메뉴를 보아도, 우리는 허..
6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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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풋내기들의 사랑이 모두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당시의 진하와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 넘쳐나는 행복에 취해버렸다. 고교 2년생들의 어린사랑은 무언으로 전달되는 빛나는 장래까지도 당연하게 이어져,나는 그것을 추호도 의심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만남은 해를 넘기고..
5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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