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시키지도 않은 동거가 시작되었다.
태원씨의 부모님은 나를 새로 생긴 딸처럼 여겨주셨고,
그의 행동과 배려 하나하나에는 소 중한 보물을 어루만지는듯, 그런 만족감 속에서 나는 길들여질 수 있었고 간사하게도 눈물 바람속의 시골생활은 그리운 추억속으로 달음질했다.
퇴근후면 날 기다려 같이 그의 집으로 향하고, 들어서면 항상 낮이면 직장에 시달려 온 딸을 챙기는듯한 어머니의 보살핌속에 해가 바뀌어갔다.
그래도 나의 생활은 상미를 제외하고는 친구 아무에게도 드러낼 수 없는 비겁한 생활이었다.
눈앞에 있지 않아도 친구들은 생머리 찰랑거린 채 캠퍼스를 활개할 것이며 주체못할 젊음이 그들의 생기있는 입술에서 흘러나와 거리를 초록으로 물들일 것이었다.
눈을 감으면 그 무리 속에는 진하도 있었으며 나도 있었다.
태원의 옆에 몸은 있고, 그의 손이 거세게 나를 탐하여도 어느때는 입술을 악물어 꿈에서 깨어나오고 싶지 않을때도.....
"현지씨, 무슨 생각해?"
"으 응, 엄마 생각했었어"
스스로도 달아오르지 않는 몸이 들킬새라 변명으로 넘어가는 많은 밤을 태원이 굴욕적으로 느꼈음을 나는 눈치채지 못했었는데....
내가 조금씩 시골로 보내는 돈으로 엄마는 하던 도둑질이라며 다시 축사를 얻어 자그마한 시작을 하였다.
아버지도 노름에서 손을 떼셨다는 밝은 음성에 안도의 한숨은 내 이기적인 모진 외면이었다. 나는 시골로 돌아가지 않을것이니까....
기어이 두해도 못 채우고 태원은 숨은 감정을 드러내었다.
나의 눈을 피했고,
나의 물음에 회피하는 답이 많았다.
늘 지켜오던 나의 퇴근길을 혼자 걷게 했으며,
아침 밥상에서의 반찬을 올려주던 표현도 잊은듯 했다.
이상하게도, 태원의 애정은 늘상 같은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착각속에서 살았나보다.
등을 돌리고 자기 시작하는 태원에게 손을 뻗쳐도 그의 몸은 방향을 돌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