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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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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아나스타샤 2001-08-27

풋내기들의 사랑이 모두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당시의 진하와 나는 세상을 다 가진듯 넘쳐나는 행복에 취해버렸다.
고교 2년생들의 어린사랑은 무언으로 전달되는 빛나는 장래까지도 당연하게 이어져,나는 그것을 추호도 의심해 본적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만남은 해를 넘기고, 시험을 몇달 앞두지 않은 긴장감에 진하와도 조금 거리를 두었다. 우리에겐 몇달만 참으면 더 밝은 탄탄한 미래가 있었으니까....
생활이 낳아지자 엄마는 집을 수리했다. 기어들어가고, 나올정도로 무너지는 함석지붕의 나의 집은, 멀리서도 눈에 띄이는 주홍색 슬레트로 새 단장을 했고, 방문앞을 돌아가며 유리문이 달린 넓직한 거실을 만들었고,거실에는 쇼파를 들여놓았다.
엄마의 웃음은 그 쇼파만큼이나 포근했다.
힘에 겨워 짬짬이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꺼내무는 엄마의 시름은 이제 당당하게 쟁취할 자격이 있는 자의 수리인것 처럼.....
나는 엄마가 행복해 하는것 만으로도 좋았다.
엄마는 쇼파에 나를 앉혀서 손을 잡으셨다. 눈물 글썽이시면서.
"현지야, 이제 엄마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싫어 엄마, 그런 말"
"이것아, 내가 죽고나면 이 세상천지에 널 걷어줄 사람이 누가있겠냐? 이렇게 엄마 힘있을때 고쳐놔야 네가 이다음에라도 편하게 살지. 대학 너무 먼곳에 가지마라. 가까이서 늘 엄
마랑 같이 있자꾸나"
나는 엄마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아버지만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엄마의 말에 아무말도 못하고 눈물이 속죄를 했다.
가을이었다.
진하와 만난지 일년이 되었고, 졸업후를 겨냥하여 느슨하게 머리를 땋는것을 선생님들께서도 그냥 지나쳐 주셨다. 우린 몇달만 참으면 자유인이 되는 준비로 막바지를 치닫고 있었다.
그 빨간색만 없었더라면..... 그 빨간색이 나의 운명을 바꿀줄은 그때는 몰랐었다.
엄마가 선택한 아버지는, 내게는 소용돌이였다.
이제는 되돌아갈래야 갈 길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소용돌이.....
아버지를 저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