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세번째의 녹차를 따라 받고서, 옆모습의 스님께 잠시전 생각했던 청을 드렸다. "스님 이곳에서 하루 묵어가면 안될까요? 그냥 내려가기가 싫네요" 꺼지기 시작하는 불꽃을 무심히 뒤적이며 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스님은 거절을 한다. "곤란합니다. 이곳은 명색은 관광지..
26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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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버스를 타고 기차역이 있는 소도시로 가는 한시간여 동안 우리는 말을 아꼈다. 차창밖의 스쳐가는 풍경들도 그저 무심하게 지나간 시간들에 일조를 더할 뿐, 상심한 영혼들의 가을여행에 도움은 되지 못했다. 머리속 조차 완벽하게 텅 비었으면 좋을 일이겠지만, 아쉽게도 ..
25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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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회]
어느때는 모든것이 뿌우연 안개속일 때가 있다. 애써서 기억하지 않으려고 했을때는 뇌 속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부풀려서 각기의 저장하고 있는 기억으로 수천겹씩 나를 휘감아 괴롭혔었고,또 어느때는 안개속에 있는것이 느껴져 무언가를 떠올려 보려고 마음껏 집중하여 팔을 첨..
24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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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교교한 달빛이 내려앉은 뱃머리 귀퉁이에 힘없이 기진한 상처로 찢기운 두 영혼이 훌쩍이고 있다. 오간데 모르고 바람이 얼마나 불었는지.... 폭풍이 얼마나 살갗을 너덜거리게 했는지..... 그런것들은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나 알까. 훌쩍이는 눈물속에 오년간의 시간..
23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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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그런일은 하지 않을것이다. 받은 명함은 찢어버리고, 그 사람에게는 가치없을지 모르는 돈은 미안하지만 받았다. 양심을 따지기 전에 내게는 큰 돈이었다. 그 사람보다는 내가 더 요긴할 것이라는 합리화를 억지로 가슴속에 밀어넣으며.... 돈은 밀어넣을지 언정, 사람을..
22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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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제대로 된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 무엇에 기준을 두는지는 모르지만, 실로 한가로운 느긋한 마음으로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또 연륜쌓인 기성세대의 사회의 부분을 접하는 대화, 그런것들이 조금의 긴장을 풀게 하는 충분한 저녁식사였다. 그 사람은 끝까지 매너를 흐트리..
21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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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몸이 추스려지자, 엄마의 손에 떠밀려 시내의 친구들에게 자주 나갔다. 집에 쳐져 있으면 마음도 더 쳐진다며 집에 못있게 했다. 친구들은 내 상처난 가슴을 부러 헤집지 않으려 자신들의 앞둔 결혼이야기도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 않았고, 그런 친구들의 마음이 고마웠..
20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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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초췌한 몰골에 눈두덩이 푹 꺼진채로 경민이 들어섰다. 안봐도 그도 힘들었겠지. 내려오고 싶어도 잘못된 모성에 발목이 잡혔겠지. 거기까지는 이해하려고 애써보았지만, 그것도 힘들었다. 그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어차피 경민 한사람만 보고 한 결혼이 아니었든가...
19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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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두번 어긋났던 인연들이 모지락 스럽게도 내 운명에 덧칠을 하고, 부른 배를 부여잡고 허허로운 벌판에 서있는 나는 스스로 훑어도 어처구니가 없다. 한치앞만 볼 줄 아는 조금의 예지만 내게 주어졌더라도... 어처구니 없는 육신이 조금의 정신을 놓아보기로 했다. 맨정신 으로..
18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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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집을 떠날때는 콧김조차 얼어붙을 추위였건만, 풍덩한 임신복을 입고 나타난 나를 반겨주는것은 청명하다 못해 눈빛이 푸른색으로 변해버릴 한창의 여름이 되었다. 친구들은 결혼 상대자를 제각기 저울질 하느라 장난이 그칠새가 없었고, 햇살 고운 바닷가 모래에 밀려드는 파도..
17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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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세상에는 이해되지 못하는 악연도 있는 모양이었다. 남녀 사이야 만나서 애정이 식으면 헤어지면 그 뿐이고, 연관없는 이웃이라면 그집문을 넘지 않으면 그 뿐이었지만, 고부간 이라는 것은 오래전부터 이어온 관습을 타개할 획기적인 반란이 없는한 불가능한 악연인 것인가 보다..
16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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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내가 괜찮다고 하여도 경민은 괜찮치 않은 모양이었다. 뱃속의 아이가 약한 발길질을 시작하고 옷 위로 둥실한 배가 태가 나기 시작하자 집안일이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여섯식구의 어른 빨래만 해도 수월치는 않았고, 칼자루를 쥐고있는 시어머니의 작정하고 괴롭히는 ..
15편|작가: 아나스타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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