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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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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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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BY 아나스타샤 2001-09-22


몸이 추스려지자,
엄마의 손에 떠밀려 시내의 친구들에게 자주 나갔다.
집에 쳐져 있으면 마음도 더 쳐진다며 집에 못있게 했다.
친구들은 내 상처난 가슴을 부러 헤집지 않으려 자신들의 앞둔 결혼이야기도 들뜬 목소리로 이야기 하지 않았고, 그런 친구들의 마음이 고마웠다.
친구 순영이가 엄마에게 전화를 받았다며, 자신의 집에서 같이 머물자 한다.
엄마가 안계시는 순영은 아버지와 여동생과 같이 살고 있었고, 많지 않은 나이에도 살림이 몸에 배어서 베푸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친구였다.
"순영아 고마운데, 생각해 볼께. 너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현지야, 시골에 있는것 보다는 나을거야. 이곳에서 직장도 구해보고 그러자. 난 불편하지 않아. 내 동생도 널 따르니 좋잖아"
내 손을 꼭 잡아주는 순영의 체온에 진심이 전해왔다.
나는 항상 다른사람들에게 받기만 하는구나....
마음만 상하게 하는 재주만 있고 베풀것이 없구나.....

순영과 함께 기거하였다.
정말 시골보다는 나은 생활이었다.
친구들이 아직 미혼이라 우리는 저녁이면 다들 순영의 집에 모여 시장에서 싼 횟거리를 사다가
솜씨좋은 순영이 즉석에서 무쳐 웃음과 함께 버무려 먹기도 하고,외출복들은 못에 걸어놓고 속치마를 허벅지 위까지 끌어올려 십원짜리 화투도 치며 킬킬거리며 그렇게 저녁마다 친구들은 내게 애써주었다.
바보같은 나를 위해서....
마땅한 직장이 없었다.
내 서류에는 버젓이 기혼이라고 명시 되어 있을테고, 기혼이 갈 수 있는 직장은 흔치 않았다.
순영이 안내장을 한장 가지고 왔다.
이곳에 갓 신설된 골프장의 캐디를 모집한다는 안내장이었다.
캐디?
귓전으로 스치며 여러번 듣기는 하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 직업인지 감도 안 잡혔다.
보수는 좋았다.
근무시간이 일정치 않다고 했고, 하루종일 걸어야 할때도 있다고 했다.
가릴만큼 내 몸이 귀하지 않았기에 무턱대고 접수했다.
다행히 기혼도 가능하다고 했고, 아르바이트로 뛰다가 정식직원으로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 한번 해보자.
금전적으로 엄마에게도 도움을 주고, 나도 혼자 일어서 봐야지.
언제까지 순영의 집에 함께 할 수는 없으니까.
캐디 교육이 시작되었다.
푸른 잔디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곳은 전혀 다른 세계 같아서 끝도 보일것 같지 않은 광활한 잔디위에 점점이 찍혀있는 손님들과 캐디들이 그림처럼 천천히....움직였다.
그들의 얼굴은 고단해 보이지 않았다.
풍요로운 몸짓들과 여유로운 농담들이 오고가는 그 환경에 적응할 수 있을까 염려될 정도로, 표정들이 밝았다.
나는 새로 일어나야 했다.
그러기에는 고달픈 몸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될 터였다.

갓 잉태되는 초록을 머금은 잔디의 신선함은 봄날의 훈풍과 더불어
시린 빛을 비추어 준다.
맑은 공기와 자연을 딛는 내 여린 몸뚱이에 해질녘이면 피로가 허공에 뜬듯한 물에젖은 솜뭉치를 얹어 놓은듯 했지만,
그 피로는 잡념없이 골아떨어지게 하는 이득도 가져다 주었다.
그곳의 생활이 만만하지는 않았지만, 상처난 영혼에 어디인들 녹녹한 자리를 마련해주랴.
봄의 시작은 같이 일하는 여인들의 옷에서도, 서슴없이 밀려오지만 내게는 먼나라 모습이었다.
내가 입고 일하는 노란색의 유니폼과 깊은 모자로 나의 그늘은 감출 수 있었고, 짖궂은 손님들의 농은 수시로 내가 낯선 환경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충분하였다.
불규칙한 일거리였지만 쓸데가 없으니 그런대로 돈도 모여갔다.
저녁마다 불이 붙는것 같은 발을 주무르며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다음날 하루만 생각하는 단순한 이 일에 불만은 없었다.
클럽에서는 손님들과의 개별만남을 금기했지만, 눈치로 다들 만나고 다니는것 같았다.
여유로운 손님들의 여행지에서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잇점도 있거니와, 긴 시간동안 골프백을 둘러메고 당순히 채만 빼주는 것 외에 말도 필요했으니까.
그 긴시간동안 어떠한 사적인 약속들이 오가는지까지 클럽에서는 외적인 사생활이었다.
눈에 익은 동료들과 말도 수월하게 나누게 되고
그러자 내게도 단짝 동료가 생겨 늘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새로운 친구가 된 미영은 이미 기혼이었고, 어린 딸까지 있었지만 답답하다고 캐디생활을 선택하여 항상 밝게 지내는 나와는 다른 입장의 친구였다.
일년정도 그곳의 생활을 하자 내게도 정식캐디의 자리가 주어졌다.
그러한 추세라면 삼년정도만 고생하면 시내에 자그마한 옷가게라도 차릴 수 있을만큼의 돈도 모일것이고, 엄마의 축사도 접을 수 있을것이다.
축사일을 계속 하기에는 엄마는 너무 늙으셨다.
눈에 익은 손님들이 늘어가고, 캐디를 지목하는 대열에 나도 한발 끼게 되었다.
가끔 그들의 농은 지나칠때가 많았다.

"미스 김! 왜 이런데서 썩고있어?"
벌써 세번째로 지목받고 나간 서울에서 왔다는 어른의 물음이 집요했다.
키는 자그마 했으며 그와 같이 다니는 동료들의 말투나 행동에서 평범하지 않은 느낌은 들었지만 좋은 사람같았다.
아니, 좋은 손님이었다. 팁도 많았으니까.
"이 시골에서는 좋은 직업을 선택할 여건이 별로여서요."
"내가 서울에 근사한데 취직시켜줄까?"
그런 이야기들은 이제 귓전으로 흘려야 할 만큼, 그곳의 사람들이 내뱉는 선의에는 허세가 가득하다는 것도 깨달은지 이미 오래였다.
"전 이 직업이 괜찮아요."
그 사람은 계속 아깝다...아깝다...를 뇌이며 동료들의 동의를 끌어내었다.
그 무리들 사이에서 그사람은 우두머리 같았고, 그들의 호기는 풀어내는 지폐만큼이나 위세 당당했다.
올라가지 못할 사치의 극을 달리는 손님들에게 사적인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나는 그들에 허세에 합류할 만큼 어리지 않았기에......
네번째의 지목에서 그 사람은 저녁때 만나자고 했다. 단순히 저녁이나 한번 먹을 거니까 아무 부담 가지지 말고 나오라며.
"싫습니다. 이곳의 규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아요. 이해해 주세요"
정말로, 클럽의 규칙에 어긋나고 싶지 않았다. 몸은 고되어도 내가 갈곳이 마땅치 않은 시점에 이곳이라도 부여잡고 있어야 하는 동아줄 같은 곳이었다. 그곳은.
"그러지 말고, 미스 김! 내가 설마 딴마음을 품겠어? 그냥 호젓한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싶을 뿐이야"
믿을 수 없다. 아무도....
"자꾸 그러시면 다음부터는 저 지목하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그런말을 손님에게 하면 안되었다.
클럽의 주요고객의 감정을 사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강압도 교육중에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우리는 직원이라기 보다는 하루살이였다.
항상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하는....
"정 그렇게 의심이 나면 친구 데리고 오면 되잖아. 나 애인도 따로 있는 사람이야. 내가 뭐가 아쉬워서 미스 김한테 체면 깍이는 짓을 하겠어."
"혼자 나오실 건가요?"
"아니, 나도 친구 한명을 데리고 나갈께. 넷이서 저녁 먹고 헤어지자고. 그럼 됐지?"
그 정도는 괜찮을거 같았다.
그 사람의 느낌에서 풍기는 보스기질이 일부 치사한 손님들과는 조금 격이 다른 호탕한 면을 보기도 했고.
죽어도 싫다는 순영과 함께 약속 장소로 나갔다.
바다가 바로 발밑에 보이는 레스토랑의 저녁식사는 괜찮았다.
그 사람과 친구분의 매너도 우리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는 적이 없을 정도로 편안한 저녁식사였다.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그사람은 막상 사적인 자리에서 말을 나눠보니 괜찮으신 분 같았다.
그사람이 타고온 은빛에 둘러싸인 것 같은 검은색 벤츠의 위용이 아니더라도....
물론 괜찮다고 하여도 내게는 그저 손님일 뿐 더도 덜도 아니었다.
자신의 애인에 대해 말을 한다.
얼마전에 결혼을 했다며, 자신과 함께 있어준 댓가로 많은것을 주었단다. 혼수품도 준비해 주고....
그런말이 왠지 싫었다.
거짓의 표정을 감추고 모르는 누군가에게 시집을 가서 잘 살면 그뿐이라는 그 세계가 내겐 진저리 쳐졌다. 나도 그렇게 속이지 않았던가. 조금의 경우는 틀리지만.
순영도 나쁜 어른들 같지는 않다고 속삭인다.
정말로 그사람은 저녁 한끼만 먹자는 단순한 만남을 내밀었을 뿐이었다. 돈이 사람을 풍요로 인한 인격을 만들어주지는 결코 아닌것이 분명한 편안한 자리의 저녁 식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