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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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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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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회]


BY 아나스타샤 2001-09-24


제대로 된 저녁을 먹는다는 것이 무엇에 기준을 두는지는 모르지만,
실로 한가로운 느긋한 마음으로 철썩이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또 연륜쌓인 기성세대의 사회의 부분을 접하는 대화,
그런것들이 조금의 긴장을 풀게 하는 충분한 저녁식사였다.
그 사람은 끝까지 매너를 흐트리지 않았고,
손수 커피의 설탕을 저어주는 친절도 몸에 익은듯 자연스럽다.
그 사람은 약간의 정색을 하고 순영에게 자리를 피해주기를 청했다.
옆자리로 순영과 그사람의 친구분이 자리를 옮기자, 그 사람은 본론을 이야기 하겠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미스 김, 내가 여러번 지켜 봤는데 내 눈은 틀림이 없을거야 거의"
"무슨 말씀이세요?"
"얼굴의 그늘이 미스 김이 처해있는 아지못할 어떤 상황을 내가 짐작한다면?"
그냥 웃었다.
나이라는것이 그냥 먹어지는 것은 아니겠구나.....
때로는 얼굴의 표정으로도 상대의 지친 고단함이 짚어지는가 보구나....
"그렇지? 지금 무언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는거지?"
"혹시 제 나이에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짐작하시는건 아닌가요?"
"아니! 직업을 따지지는 않아. 그러나 미스 김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간다"
어림잡아 그 사람과 나의 나이는 약 20년도 넘게 차이가 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보나마나 유부남 일것이 분명한데.
"오늘 저녁의 호의는 고맙지만, 더이상의 사적인 말씀은 제가 듣기 좀 그렇습니다."
그 사람의 몸이 내쪽으로 조금 기울어지며 목소리가 더 낮아진다.
"미스 김, 나는 좋은 사람은 못돼. 내가 가진 사업장들의 특색이 그렇고 내 환경이 그래. 그래서 내가 말을 꺼내는 건데...."
본론이 있는 저녁을 그 사람은 준비했던가 보았다.
나는 정말 단순히 밥 한끼라고 생각했는데.
"말씀하세요."
"내가 아까 언듯 비추긴 했지만, 내 직업상 지방으로 다니는 일이 많지. 그래서 사실 집사람 말고, 나와 동행하는 여자가 있었어."
불륜을 말하고 있는 그 사람의 사생활은 나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나는 그 다음말을 기다리느라 눈을 조금 더 동그랗게 떴다.
"얼마전에 결혼을 했지. 난 그래, 나이 든 나와 아주 오래도록 함께 해달라고는 안해. 그녀도 그녀의 평생을 안주할 권리는 있으니까"
"그런데요?"
"그래서 말인데..."
조금 뜸을 들인다. 자신의 이야기를 왜 내게 하는것일까?
내가 들어도 아무 소용도 없는 이야기를....
"나는 미스 김이 원하는 것을 들어줄 능력을 가지고 있고, 나는 미스 김의 아름다움이 필요하다면?"
말하자면, 그것은 계약을 하자는 말 아닌가.
피식! 웃었다.
내 엇갈린 인연들의 파편들이 가슴속 깊은 한 모퉁이에서 날을 세워 나를 할퀴고 있는 시시각각에 그것만으로도 무엇이 부족해서 더 엉키게 할 일이 있겠는가.
"웃지말고, 고려해 봐. 그것도 지금 당장"
당장?
피식거리는 웃음이 자꾸 입술사이를 비집고 새어나왔다.
좋은사람이지만, 추호도 그럴 마음은 없다. 그렇게까지 막 살고 싶지는 않다.
겨우겨우 살아내고는 있지만, 여기서 더 망가진다는 것은 내겐 막다른 단 하나의 의미만 남길 뿐이다.
얼마전 서랍에서 찾아낸 실반지를 끼인 손가락을 만지작 거렸다.
언젠가 진하가 준 크리스마스의 선물.....
그 선물과 나의 첫정, 첫순결을 바꿨지....교복을 개어 놓으며 반지도 빼서 책상서랍의 귀퉁이에 던져놓고 갔었지.....
오랫동안 그 반지가 잊어졌을만큼 내 자신에게 많은 일이 있었고,
반지를 손에 다시 끼울때는 나는 처음부터 시작하여 보려는 애닯은 회억만으로 버텨내어 주고 있는 참이지만, 그래도 이런것은 아니었다.
"미스 김이 필요한 것을 해줄께. 난 알지.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 줘야 하는지도"
그는 프로였다.
기성세대가 가진 기득권을 멋지게 휘두를줄 알며, 휘황하게 휘두를 경제력까지 갖춘 프로.
"왜 제게 그러시죠? 원하신다면 주위에 많을텐데요."
그 사람은 멋적게 웃는다.
"물론 많지. 아주 많아....... 하지만 선택할 자격이 되는 사람이 선택하는거 아닌가? 미스 김 정도라면 나는 더 바랄것이 없는데."
"당장 답을 원하신다니 당장 답해드리겠어요. 저는 거절합니다."
그는 놀라지도 않는다.
"나는 안되는 것을 억지로 떼쓰지는 않아. 미스 김이 내곁에 있을 수 있다면 평생 애써도 꿈도 못꿀 만큼의 것을 주지. 그리고 때가 되면 내 곁을 떠나 결혼할 수 있을수도 있어"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었다.
나는 어차피 순결한 여인도 아니었고, 내가 처해있는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할 현실이었기에.
정이란 붙이면 될 것이었고, 그것도 거저가 아닌 응당한 댓가가 있는 공평한 거래의 유혹이었다. 내 몸뚱이 하나와 바꿀 수 있는 아주 편리한 거래.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몸을 팔 수는 없었다.
고교 졸업식도 하지않고 서울로 뛰쳐 올라갔을때의 암담함은 몸도 팔 수 있을 지경으로까지 그 여인숙 방이 싫었지만, 그런 선택을 하게끔의 혼탁한 머리속은 아니었다.
팔려면 그 때 팔았겠지.
"싫습니다. 전 내키지 않을뿐더러 싫습니다."
약간의 미소를 띈 그 사람은 안주머니에서 봉투를 하나 꺼내어 내게 내민다.
열어보라는 손짓에 받아 열어보니.....
내가 하루종일 20k의 골프백을 메고 풀로 뛰어도 이십일을 뛰어야 할 만큼의 돈이 들어있다.
"이건?....."
"그 안에 명함도 있어. 내 직통 전화야. 연락 기다릴께"
탁자위에 봉투를 도로 밀어놓았다.
그 사람은 힐긋, 순영이 있는쪽의 테이블을 건너다 보더니, 봉투를 탁자너머 내 무릎위에 밀어 떨군다.
"저 친구가 보게 하고 싶지는 않아. 다른 뜻은 없어. 오늘 저녁 함께 해준 고마움의 표시야"
그들의 저녁한끼의 에스코트는 내 지친몸이 한달 받아내는 수고비와 맘먹는 사치에 그들의 생활이 가늠이 안된다.
"미스 김의 연락 기다릴께"
그는 봉투를 어쩌지 못하는 나를 뒤로한채 일어나 앞선다.
안락한 그네들의 승용차에 몸을 실고 순영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오자마자 순영이 다그쳐 묻는다.
"무슨 이야기야? 빨리 말해봐 응?"
대답대신 순영의 착한 눈을 깊.....이 들여다 보았다.
"빨리 말해봐 현지야, 나 아까 걱정했어. 그 사람이 널 납치해서 데려갈까봐..."
"그런 사람들 같지는 않더라."
"기집애야 우리가 운이 좋아서 그렇지, 세상에 나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현지야 응? 빨리 말해봐"
대답대신 순영에게 그 사람에게 받은 봉투를 내어밀어 주고 밖으로 나왔다.
복숭아 나무 사이에 맞게 현지 아버지가 짜놓은 평상에 걸터 앉았다.
밤의 바람내음은 외롭다.
떠들썩한 가지들을 부대껴 비명을 지르게도 하지만, 귓전에 부는 바람내음은 외로워 친구가 되자고 한다.
내 눈물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