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 꽃신
꽃신 만 원짜리 꽃신하나 샀다. 말이 꽃신이지 사실은 발등부분에 꽃 한 송이 달린 슬리퍼이다. 어린 시절, 꽃신이 신고 싶어 멀쩡한 운동화를 봉당에 박박 밀어 구멍을 냈다. 영악스러운 나의 계산에 아버지는 일부러 속아주셨는지 읍내 장날 코가 봉긋 올라간 꽃..
8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01|2009-01-05
마릿골 18 - 고구마 캐는..
고구마 캐는 날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어머니는 늘 집에 계시지 않았다. 이른 새벽밥을 지어놓고 부뚜막에서 신 김치 몇 조각에 물 말은 밥을 뜨는 아침엔 여지없이 고구마 일을 가신다. 그런 날은 학교에서 돌아와도 대문 앞에서부터 가방을 내던지며 ‘엄마!..
8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88|2009-01-05
마릿골 17 - 개구멍 도시..
개구멍 도시락 농번기 철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만 겨울 되면 어머니는 손수 도시락을 날라 주셨다. 신작로 바로 건너에 집이 있었고 교문까지의 거리가 잰걸음으로 채 일분이 안 될 정도였다. 일단 등교를 하고 나면 수업을 마칠 때까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것..
8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31|2009-01-04
토성 보러 나오세요!
토성 보러 나오세요! 계획하고 여행을 떠나지 않는다. 행선지 정하고 치밀하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여행의 절반이 사라진다. 대충 짐 꾸려 마음에 드는 장소에 하루를 기대고 또 한 발짝 내딛거나 쉬어가는 것이 나와 남편의 여행철학이다. 불쑥 떠나는 일에 ..
8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34|2009-01-04
마릿골 16 - 오줌싸개
오줌싸개 밤이면 이불에 오줌을 쌌다. 저녁에 수분 없는 음식위주로 먹어도 거의 매일 밤 지도를 그렸다. 미리 화장실을 다녀와도 마찬가지였다. 내 별명은 ‘오줌싸개’로 가족들 입에 오르내렸다. 열 두 살이 다 되어가도록 그런 실수를 했으니 본명을 아예 바꾼다..
7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96|2009-01-02
삶의 향기 - 원점
원점 남편의 학교가 방학하니 크게 선심이라도 쓰듯 나에게 특별휴가를 준다고 한다. 자신은 보충수업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며 어디든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산뜻하게 다녀오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꼭 데리고 가라하니 혼자 훌훌 떠나는 꿈은 아예 꾸지도 말아..
7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13|2009-01-02
마릿골 15 - 장마에 얽힌..
장마에 얽힌 추억 하나 거대한 황톳물이 일렁이며 무엇이든 집어삼킬 듯 개울을 뒤덮고 있었다. 잠시 비가 그친 어느 날, 삼촌과 남동생들이 양동이와 족대를 들고 미꾸라지 잡으러 간다며 준비를 하신다.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있을 듯하여 허겁지겁 동행을 했..
7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05|2008-12-27
약손 선생님
약손선생님 목례를 하시는 선생님의 자세가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그뿐이었다. 이미 아들은 치료실 의자에 앉아 대기 중일 것이기에 서둘러 현관유리문을 닫아야 한다. 열중쉬어 자세로 양손을 허리뒤춤에 감추고 계셨다. 뒷걸음치며 나오던 나의 호기심엔 참을..
7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02|2008-12-27
마릿골 14 - 십 원 훔친..
십 원 훔친 아이 아이들이 가져온 걸레는 형형색색 크기와 모양도 제각기 다르다. 입던 헌옷 잘라 사각모양으로 꿰매어 엄마는 내 준비물을 챙겨 주셨다. 쌍화탕 병에 들기름도 담아 가방 속에 넣고 학교 길 나선다. 일 학년 이 반 나의 교실과 복도의 바닥..
7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90|2008-12-27
삶의 향기 - 애기
애기 가족들은 나를 여러 가지 호칭으로 부른다. 엄마, 여보, 언니, 형님 등등으로 불리는 이름 중 아직도 어색하기만 한 것이 있다. 바로 ‘애기’이다. 시아버님은 지금까지도 나를 ‘애기’라고 부르신다. 시집와서 처음 그 낯선 이름에 귀먹은 척 딴 짓만..
7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81|2008-12-27
삶의 향기 - 속초, 나의 ..
속초, 나의 마지막 주소 때 이른 장마철이라도 된 것인가. 비가 참 많이도 퍼붓는다.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 그 물줄기가 모두 아래로만 곤두박질치는 모양이다. 아들을 데리고 설악산 아래 위치한 장애인복지관에 가기로 한 날이다. 지난주에 검사를 마..
7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29|2008-12-27
삶의 향기 - 소원이 있다면
소원이 있다면 누군가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남북통일이거나 세계평화도 아니요, 억만장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 말 할 것입니다. 반드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말한다면, 아들과 수다 한판 멋지게 풀어놓고 싶습니다. 생각이 통하는 대화. ..
7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83|2008-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