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이 있다면
누군가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남북통일이거나 세계평화도 아니요,
억만장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 말 할 것입니다.
반드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말한다면,
아들과 수다 한판 멋지게 풀어놓고 싶습니다.
생각이 통하는 대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의 주고받음.
그것을 내 아들과 나눠보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불쑥 소리치며 울어대는 날이면
그 소박한 꿈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제가 얼마나 무능한 엄마인지 확인시키기라도 하듯,
민들레피아노 학원에서 펑펑 울어댑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왜 성질이 났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소리칩니다.
달래보다 지친 엄마는 엉겁결에 손찌검을 했지요.
한 대 맞은 녀석은 금세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속 시원하게 제 맘 좀 풀어놓을 일이지
왜 매를 버는 짓을 골라할까요.
집에 돌아와 아이들 밥을 차려먹이고 한 숨 돌리고 나니
갑자기 설움이 밀려옵니다.
낮에 녀석의 맘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콧물을 훌쩍이며 소리죽여 우는 모습을 아들에게 들켜버렸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신나게 하다말고 제 손으로 엄마얼굴을 문질러댑니다.
“엄마, 울지 마세요. 그러면 안돼요. 이제 안 그럴게요.”
뭘 안 그런다는 것인지.
막연하게나마 제 잘못인양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정말이지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남북통일이 되어도 솔직히 제 일처럼 기쁘지 않을 것이고,
억만장자가 된들 행복할 자신이 없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들과 의미 있는 수다를 떨어보는 것이
못난이 울보엄마의 평생소원입니다.
결코 허무맹랑한 소원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