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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 소원이 있다면


BY 박예천 2008-12-27

 

소원이 있다면

 


 


누군가 소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남북통일이거나 세계평화도 아니요,

억만장자가 되는 것도 아니라 말 할 것입니다.


반드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원을 말한다면,

아들과 수다 한판 멋지게 풀어놓고 싶습니다.

생각이 통하는 대화.

의미가 담겨있는 말의 주고받음.

그것을 내 아들과 나눠보고 싶습니다.


오늘처럼 불쑥 소리치며 울어대는 날이면

그 소박한 꿈이 더욱 간절해집니다.


제가 얼마나 무능한 엄마인지 확인시키기라도 하듯,

민들레피아노 학원에서 펑펑 울어댑니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왜 성질이 났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막무가내로 소리칩니다.


달래보다 지친 엄마는 엉겁결에 손찌검을 했지요.

한 대 맞은 녀석은 금세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속 시원하게 제 맘 좀 풀어놓을 일이지

왜 매를 버는 짓을 골라할까요.


집에 돌아와 아이들 밥을 차려먹이고 한 숨 돌리고 나니

갑자기 설움이 밀려옵니다.

낮에 녀석의 맘을 헤아려주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콧물을 훌쩍이며 소리죽여 우는 모습을 아들에게 들켜버렸습니다.

컴퓨터 게임을 신나게 하다말고 제 손으로 엄마얼굴을 문질러댑니다.

“엄마, 울지 마세요. 그러면 안돼요. 이제 안 그럴게요.”

뭘 안 그런다는 것인지.

막연하게나마 제 잘못인양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정말이지 다른 것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남북통일이 되어도 솔직히 제 일처럼 기쁘지 않을 것이고,

억만장자가 된들 행복할 자신이 없습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아들과 의미 있는 수다를 떨어보는 것이

못난이 울보엄마의 평생소원입니다.

결코 허무맹랑한 소원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