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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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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 . . .


BY 그대향기 2025-12-29

그리운 님 안녕들하신지요?
2025년 한해 동안 얼마나 바쁘게 동동거렸던지
아컴에도 자주 들어오지 못했고 한 줄 글도 버겁더군요.
몸도 물론 바빴지만 마음이 더 바빴고 여유롭지 못했답니다.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아니 휴일의 의미를 스스로 삭제하면서까지 혹사했다는게 맞을겁니다.
아이들이 걱정을 쏟아내고
남편은 아예 폭탄선언을 하면서까지 
휴식을 소리 높여 외쳤지만 거절을 했었지요.

느슨해질까봐
팽팽하게 당겨진 이 경주가 핑~~~하고
궤도를 벗어날까봐
솔직히 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제 스스로 무너질까봐 두려웠답니다. 

엎질러진 물을 도로 담을 수 없기에
이미 지나간 것은 지나간데로 망각이라는 편리한 기능을 빌려가면서까지
애써 잊으려했고
내 남자를 지켜야했고
내 가정을 굳건하게 지켜내야했답니다.

이러다가 엄마가 쓰러지면
당신이 쓰러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온가족이 말려도 매일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출근했지요.
덕분에 남편도 덩달아 빡쎈 일정을 같이 했답니다.

처음 한 두 달은 힘들고 지친 나날들이었는데
몸은 환경에 차츰 길들여져갔고
요령도 생기고 브레이크 타임을 잘 활용하며 휴식을 취했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후다닥 설겆이를 끝내고 무조건 눕기.

그 시간이 꿀맛보다 더 달디 단 시간이랍니다.
두 시간의 휴식이 끝나면 다시 저녁 준비 시간
휴일없이 매일 반복되는 이 과정들이 
버겁고 힘들어도 희망이 보이기에
날마다 맛있게 먹고 간다는 손님들이 더 많아지기에
지친 몸에 힘이 솟고 어깨가 으쓱으쓱 올라가기도 하지요.ㅎㅎㅎ

시외버스 터미널 앞 기사식당이라
새벽손님이 좀 많은 식당입니다.
매일 오시는 손님도 있어서 가게를 쉽게 비울 수 가 없는 형편입니다.
돈을 떠나서 믿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혼밥을 하시는 어르신들의 아침을 책임진다는  오지랖으로
새벽을 가르며 출근을 한답니다.

두 달 전 부터는 가족들의 원성이 하도 높아서
매주 토요일만큼은 오후 2시까지만 영업하는 걸로 타협을 봤고
저녁시간에 밀린 집안 일을 하기로 했답니다.
독불장군처럼
고장난 기관차처럼 달리기만 했던 올 한해도
그러구러 저물어갑니다.

단골들이 점점 늘어가는 재미로
해결해야 할 금융권의 이런저런 문제들을 하나 둘씩
줄여가면서 잘 버틴 제가 대견합니다.
최가 쇠힘줄 고집불통 아내를 거드느라 고생한 남편이 고맙습니다.
다 내 탓이라며  자책하는 남편이 안쓰러워 더 뛰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제 몸도 마음도 조금씩 리듬을  타고 흐릅니다.
그 동안 늦은 의대 공부를 하느라 고생한 둘째도 수도권의  피부과의사가 되었고
큰 아이도 학교 수업을 하는 베이킹 공방 사장님이 되어
나름 지역에서 꽤 알아주는 핵인사랍니다.
아들도 마음씨 고운 며느리랑 다음 달이면 돌이 되는 손주랑 재미나게 잘 산답니다.

다사다난.......................................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5년
후련하게 잘 지나갑니다.
브레이크 타임 때 아컴에 가끔이라도 들어오려는 욕심에
가게로 노트북을  들고 온 첫날입니다.

님들 가정에 다 평안이 깃드시는 마무리 한해가 되시고
내년에는 더 많은 기쁜 날들이
더 많이 웃는 날들이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대향기는 잘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은 힘들어도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