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릿골 12 - 꽃과 어머니
꽃과 어머니 지금쯤 마릿골 친정 앞마당 화단에는 키 낮은 봉숭아가 무리 지어 피었을 것이다. 여름이면 어머니는 우리 삼 남매의 손톱에 정성껏 꽃물을 들여 주셨다. 마을 논일 밭일 품앗이로 허리 한번 펴지 못했을 고단한 어머니는 땀내 나는 몸을 닦기도 전..
5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35|2008-12-26
삶의 향기 - 김밥 말이 대..
김밥 말이 대 작전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나는 혼자 잠을 잤다. 늦은 밤까지 라디오를 들으며 가요를 따라 부르고 가사를 적기도 했다. 이불 속에서 배 쭉 깔고 엎드려 책을 읽고 편지와 일기도 썼다. 혼자만의 시간은 언제나 달콤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
5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37|2008-12-26
삶의향기 - 껌 씹는 남자
옥이 에게. 서울 봉천동에선가 너를 만난 이후 십오 년쯤이 흘렀다. 갑자기 네가 떠오른 것이 바로 껌 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지금 내가 타고 있는 버스는 강릉으로 질주하고 있단다. 차안에 음악이 어찌나 경쾌하게 울리는지 밖으로 보이는 바..
5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52|2008-12-26
기침소리
기침소리 할아버지는 기침을 많이 하셨다. 어린 시절부터 사춘기시절까지 새벽이면 더욱 심해지는 기침 소리를 듣고 자랐다. 방과 방 사이 대청마루가 있건만 할아버지 기침소리는 아직 설익은 새벽을 두 동강 내듯 아프게 들려왔다. 잠이 깬 나는 이불 속에서 가..
5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24|2008-12-26
삶의 향기 - 남편표 택배
남편표 택배 출근길, 택배로 물건이 올 테니 잘 받아 놓으라는 당부의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남편. 엄청나게 중요한 물건이라도 되는 양 약속한 것도 취소하고 부랴부랴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온다. 행여 밖에 볼일이 덜 마무리되어 늦기라도 하면 경비실에 따로..
5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68|2008-12-26
삶의 향기 - 친정표 택배
친정표 택배 먹을 김치가 있느냐고 물으시는 친정어머니께 떼쓰듯 응석부릴 수 없었다. 어머니의 수고로움을 만류하니 낙천적으로 다가오는 대답은 괜찮다, 힘들지 않어. 장마철이라서 채소 값도 만만치 않을 것이니 뒤란에 푸성귀 뽑아 버무리면 된다 하신다. ..
5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69|2008-12-26
마릿골 11 - 마당이발관
마당이발관 왜 나는 동생들의 머리를 손수 깎아주겠다고 설쳐댔을까. 방금 있어졌던 일처럼 불안함에 덜덜 떨고 있는 두 남동생들의 표정이 떠오른다. 이른 초겨울이었다. 집에 마땅히 이발가위가 있던 시절이 아니라서 엄마가 사용하시는 바느질 가위를 손..
5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69|2008-12-26
바람, 나를 살리다
바람, 나를 살리다 속초사람들이 말했다. 십년 만에 오는 더위라고도 했고 머리털 나고 처음 당해보는 폭염이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억을 되짚어 올라가 봐도 이토록 극심한 더위를 경험해보지 않았으니 나는 후자를 택해야겠다. 아무리 여름태양이라 지만 며칠씩..
5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40|2008-12-25
바람, 나를 세우다
바람, 나를 세우다 다섯 해전 속초로 처음 이사를 오던 날. 마음은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설악산과 바다를 날아다녔었다. 바다 어느 작은 바위섬에서 보내온 미역줄기의 편지일까. 코끝으로 스며드는 해초의 비릿함이 오래 익숙해진 어머니의 살 냄새만 같았다..
5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56|2008-12-25
삶의 향기 - 모자에 대한 ..
모자에 대한 집착 모자에 대한 나의 특별한 더듬이는 관심을 넘어 집착이라 표현해야 할 정도이다. 두상이 큰 편에 속하므로 모자를 쓰면 어색하기도 하려니와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리 모양과 색상을 선별해서 골라 와도 거울 앞에 서보면 머리 위에 ..
5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09|2008-12-25
삶의 향기 - 문간방 사진관
문간방사진관 “여보! 빨리 좀 이리와 봐. 얼른.” 목청 높여 황급히 부르는 저 소리에 불과 몇 달 전이었다면 쪼르르 달려갔을 것이다. 허나 오늘은 멀찌감치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이미 다음절차를 알기 때문이다. 가스 불에 찌개가 끓어 넘치든 거실..
4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60|2008-12-25
삶의 향기 - 문간방 남자
문간방 남자 저 남자 오늘은 꽤나 피곤한가보다. 저녁밥을 준비하는 나를 본체만체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쳐진 어깨는 소금절인 배추처럼 힘이 없어 보이고 얼굴주름 있는 대로 접혀 오만상을 하고 있다. 함께 산 세월이 길다보니 수요일이 힘든 날..
4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23|2008-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