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릿골 10 - 새야 !새야..
새야! 새야! 친정에서 늦잠을 자던 내 귓가에 불규칙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악을 쓰며 싸우는 것 같았고 누구를 부르는 소리로도 여겨졌다. 쇠붙이 탕탕거리며 박자 맞춘 두드림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울부짖음은 넙죽이네 집 앞에 심어 놓은 조 밭에 새떼를 쫓..
4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51|2008-12-25
삼한사온
삼한사온 한 며칠 겨울답게 추웠다. 설 명절 내내 두꺼운 솜이불이 시댁 거실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 밑으로 고부간이며, 형수인 나와 시동생들 발이 서로 엇갈리고 포개어있어도 맘이 너그러워진다. 기세당당하게 세상을 얼려놓은 동장군 덕분에 가져보는 편안함이..
4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05|2008-12-25
삶의 향기 - 살면서 연애하..
살면서 연애하는 기분으로 도대체 몇 년이나 묵은 것일까. 신혼 때 남편 학교로 우표 붙여 보낸 편지도 눈에 들어오고, 잊고 지냈던 유치원 근무시절 사진들도 고개를 내민다. 정리를 하다말고 한참을 들여다보고 낡은 편지도 다시 읽어가니 슬슬 재미가 붙는다. ..
4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06|2008-12-25
졸시 2 - 새벽바다
새벽바다 새벽녘 울진군 원남면 방파제에 모여드는 입김들 속살거리는 아낙들 수다가 잠든 바다목덜미에 닿는다 참지 못한 간지럼 넘실대다 파도위에 포개지고 꾸역꾸역 바다는 활어들을 쏟아놓는다 바다보다 먼저 깨어 해를 부르는 사람들 밤새..
4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498|2008-12-25
졸시 한 편 - 뜨개질
뜨개질 허공을 내려 긋는 세로줄 물무늬 찬비 맞은 나목이 한기에 떨고 성에 낀 거리의 사람들도 분주히 겨울을 깁는다 실타래 뭉쳐진 삶을 풀어내는 밤 어느 날은 긴 한숨이었다가, 어떤 날엔 벅찬 감동이었을 조각들이 모여 아들의 겨울옷이 된..
4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84|2008-12-25
삶의 향기 - 이런 남자!
이런 남자와 살고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 낳아 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철저한 독신주의자임을 스스로 부르짖으며 영화의 제목처럼 결혼은 미친 짓이라고 외치던 사람이었다. 이십대 중반의 나이가 되면서 서서히 노후설계와 미래를 계획 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 작업을..
4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19|2008-12-25
죽음을 부른 모성(母性)
죽음을 부른 모성(母性) 아들의 강릉행 언어치료가 있는 날이다. 늘 그렇듯이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가져 간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오늘은 가방 속 책 꺼내기가 귀찮아져 벽면에 자리한 여성잡지 한 권을 펼쳐 들었다. 광고가 반은 넘게 실려 있는..
4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09|2008-12-24
삶의 향기 - 지원군
지원군 딸 키우는 재미를 새록새록 느끼는 요즘이다. 아홉 살로 접어들면서 녀석의 생각수준은 거의 나와 친구관계를 맺어도 좋을 정도가 되었다. 내가 워낙에 나이답지 않은 철부지 행동이 잦은 어미이기도 하지만, 또래보다 숙성한 것은 사실이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4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46|2008-12-24
삶의향기 - 컴박 남편과 컴..
컴박 남편과 컴맹 아내 컴퓨터화면 맨 앞줄 위에서 커서가 깜빡이고 있는 게 심장 소리와 한 박자로 쿵쾅거렸던 기억이 있다. 뭔가를 적을 때 종이묶음과 칼로 깎은 연필 한 자루면 족했었다. 고쳐야 할 부분은 뭉툭한 지우개로 쓱쓱 지우고 다시 쓰면 그만이다. ..
3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87|2008-12-23
게 있거라!
-겨울설악산 나들이- “넌 그런 곳에 사니 참 좋겠다.” “산과 바다를 곁에서 매일 볼 수 있어 행복하겠어요.” 가끔 소식을 주고받는 이들에게서 흔히 듣는 말이다. 설악산 아래 살고 있으니 경치 좋은 곳을 자주 찾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3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48|2008-12-23
88 아줌마
88아줌마 여름 되니 원피스 병이 슬슬 도진다. 빼어난 몸매도 아니건만 왜 유독 원피스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아래위로 구분되어진 옷보다는 한 조각 천을 걸치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사실 몇 등신쯤으로 구분할 만큼 몸길이가 길지도 않다. 지나치게 옷치레를 ..
3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21|2008-12-23
혹
혹 거죽에 붙어 눈으로 확인되었다면 벌써 없애버렸을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속살에 좁쌀크기 만한 사마귀였어도 찾아 떼어내고 말았으리라. 헌데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월중행사에 겹쳐있어 얼렁뚱땅 넘어가곤 했다. 하루정도 아랫배 움켜쥐고 인상 몇 번 찌푸리면 ..
3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03|200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