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허공을 내려 긋는 세로줄 물무늬
찬비 맞은 나목이 한기에 떨고
성에 낀 거리의 사람들도 분주히 겨울을 깁는다
실타래 뭉쳐진 삶을 풀어내는 밤
어느 날은 긴 한숨이었다가,
어떤 날엔 벅찬 감동이었을 조각들이 모여
아들의 겨울옷이 된다
다시, 구십 여덟 코를 헤아려
대바늘에 걸어두니 딸의 옷
열병 앓던 밤샘이 고무단에 접히고
젖꼭지 여물어 간지럽다는 미소가 겉뜨기로 새겨진다
두 아이 옷 깃 따라
내 추억의 사슬코는 넉넉히 길어진다
또 다시, 일백 이십 코 남편의 이름을 부른다
지친어깨 감싸줄 수 있도록
바늘과 실로 만나 황혼까지 엮어가도록
오랜 세월 짜 놓은 그것이 사랑이었노라
말할 수 있도록
초겨울 열리는 길섶에서,
그렇게 밤 깊도록
내 가족을 뜨개질 하고 있다.
2006년 12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