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마당에 (1)
초롱꽃이 피었습니다. 때를 따라 적당히 비가 내려주니 날마다 텃밭이 풍성해집니다. 그에 질세라 마당 곳곳 심겨진 화초들도 제 역할 해내며 바빠졌는지, 여기저기 꽃을 피웁니다. 춘삼월 지나면서 구석마다 싹들이 솟아났지요. 여린 몸짓 지켜보며 과..
16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97|2010-06-15
공원길 사람들 3 - 개들의..
개들의 천국 눈 뜨지 않아도 시간을 알 수 있다. 한 차례 수탉의 목청 가다듬는 소리가 골목을 흔들어 깨운 뒤였다. 곧바로 이어지는 달마와 그 졸개들의 울부짖음들. 동굴 속에서나 있음직한 울림으로 컹컹대거나 자잘하게 짖는다. 손 더듬어 머리맡..
16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72|2010-06-10
새끼줄에 사랑 엮어
새끼줄에 사랑 엮어 잘 자란 오이 싹이 줄기를 뻗기 시작했다. 땅바닥에서 계단 철제난간까지 연결하여 남편은 비닐노끈을 매달아 놓았다. 저 매끈하기만 한 끈에 과연 넝쿨손이 닿을까 의문스런 맘으로 며칠 지켜보았다. 역시나 제대로 잡고 오르지 못한다며 ..
16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86|2010-06-09
감꽃 너만 보면
감꽃 너만 보면 드문드문 감꽃이 피었다. 이불을 널어 말릴 때마다 계단 난간에서 손을 뻗으면 곧 닿을 듯도 하다. 감나무가 흔하지 않은 지역에서 태어났기에 나는 여태껏 감꽃을 본 적이 없었다. 꽃 없는 열매가 어디 있겠냐마는, 감나무엔 열매가 꽃..
16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77|2010-06-05
쑥 틈에 끼어
쑥 틈에 끼어 이미 두 차례나 쑥개떡을 해먹었다. 쫀득하고 찰진 맛에 너도나도 손이 가는 떡이다. 간식삼아 내 놓으니 아이들이 쉴 새 없이 입가로 가져간다. 시어머니 생신 때도 쑥내음 가득한 개떡 반말을 들고 갔다. 시누이며 아랫동서, 조카들까지 볼..
16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37|2010-06-03
우리집에 며느리들이 산다.
우리 집에 며느리들이 산다. 행동 하나하나가 맘에 안 든다. 굼뜨게 느릿느릿 반응하는 멍청한 태도도 그렇고, 주구장창 한 벌뿐인 옷 모양새도 보기 싫다. 뭔 말을 하면 알아듣는 표시라도 하던지, 우이독경인 꼴이니 한 대 쥐어박고 싶다. 잔소리도 ..
16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160|2010-05-20
마릿골 26 - 기리울
기리울 기리울 밭은 멀고 험하다. 빽빽한 소나무 숲을 한참이나 걸어야 한다. 사람하나 겨우 빠져나갈 좁다란 오솔길을 홀로 걷노라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청설모 한 마리가 솔가지를 건너뛰느라 하늘 쪽에서 겅중거릴 때도 오싹 소름이 끼치곤 한다. 새참광..
16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40|2010-05-19
잡초만 같아라!
잡초만 같아라! 처음엔 파릇한 것이 전부 새싹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꽃샘추위 극성인 이른 봄부터 마당 안에 삐죽삐죽 솟아나는 것들이죄다 잔디로 보였으니까요. 봄 가뭄에 마를까, 고개 내밀다 기운 빠질까 정성껏 물을 뿌렸지요. 벌 나비 떼 날아드는 계절의..
16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289|2010-05-15
또 한분의 영미님께
또 한분의 영미님께.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감히 영미님을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지난 번 글 중 세 사람의 ‘영미들’을 향해 감탄사 연발하며 써놓았는데, 아뿔싸! 나중에 알았습니다. 당신을 빼놓다니요. 하여 대전시 어디쯤..
16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21|2010-05-13
콩죽
콩죽 “오늘 할머니 뵙구 왔다. 콩죽 조금 쑤어가지고 갔거든. 너는 왜 안 오느냐고 물으시더라. 멀리 시집가서 못 온다구 하니까 결혼은 언제 했느냐고 하시더라.” 어버이날, 안부 차 드린 전화 속에서 어머니는 묻지도 않은 할머니 얘기부터 한다. 나를 ..
15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69|2010-05-11
빨간 왕좌
빨간 왕좌 출근을 해도 남편의 머릿속에는 온통 집 생각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날 추워서 배추 싹이 얼겠네. 밭에 보일러라도 틀어야 하는 거 아닌가.’ ‘비 온다. 지하실 공사한 곳 물 새는지 상황보고 바람.’ 휴대폰 문자마다 오로지 집 걱정뿐입니다..
15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75|2010-04-23
공원길 사람들 2 - 시인의..
시인의 아내 정해진 주차공간이 따로 없는 곳이 공원길 사람들의 마을이다. 꼭 내 집 앞이 아니어도 좋다. 골목을 오가는 차와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게만 세워두면 되는 것이다. 그날도 내 집 앞엔 이미 여러 대의 차들이 꼬리를 물고 주차되어 있었다. 하는 ..
15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83|2010-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