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향기 - 삼월스무날
삼월스무날 음력 삼월스무날은 내 생일이다. 양력 중심의 기념일들 속에서 숫자를 더듬거나 손가락셈을 해야 찾을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새해 달력이 생기는 연말이 되면 남편은 기억해야 할 기념일들을 빠짐없이 기록해둔다. 지나치게 꼼꼼한듯하여 처음엔 ..
7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19|2008-12-27
졸시 3 - 빈대떡
빈대떡 꼭 내 맘은 빈대떡만 같아 연거푸 뒤집기 하거든 등 지지다 엄살 배앓이 시작하고 또 팔딱 뒤집고 말지 애면글면 타버릴까 기름 두르던 이도 지쳐 가는가봐 바싹 구워져 속이 타는데 뒤집어주질 않아 숯덩이가 되도록 버티고 눕..
7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80|2008-12-27
삶의 향기 - 비옷을 들고
비옷을 들고 영동지방에만 비가 온다더니 일기예보가 오늘은 딱 들어맞는다. 오후가 되자 장대비가 쏟아진다. 아침부터 바람소리와 하늘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시작된 먹구름이 설악산 쪽으로 몰려가더니, 울컥울컥 가을 설움덩어리를 토해낸다. 진..
6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62|2008-12-26
마릿골 13 - 별 볼일
별 볼일 여름이면 품앗이 밭일 나가시는 엄마보다 내 곁에 더 가까이 있던 큰 고모. 머리 빗기는 일이며 옷차림에까지 일일이 챙겨주며 학교 길 보내셨다. 큰 고모 시집가는 날. 장날 사주신 빨간 외투 잘 차려 입고, 서울특별시 영등포까지 와서 눈빛이 겉..
6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705|2008-12-26
버스를 타면
버스를 타면 버스를 타면 여러 사람들의 얼굴들과 만날 수 있다. 기껏해야 가까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에 불과하지만 소풍가는 어린아이 마냥 들뜨게 된다. 간혹 시외직행버스라도 타게 되는 날이면 사람 구경하는 재미가 더욱 쏠쏠해진다. 버스 안은 바깥 풍경만큼이나 ..
6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02|2008-12-26
밥 짓는 여자
밥 짓는 여자 평소에 나는 남이 해주는 밥 얻어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었다. 밥 짓기 경력이 몇 년이나 되는지 손가락을 꼽아보니 어언 스무 해이다. 여고졸업반 입시를 위해 학교 앞에서 자취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나는 스스로 밥을 지어먹었다. 물론 밥 짓기를 ..
6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20|2008-12-26
삶의 향기 - 딸아이의 선물
딸아이의 선물 3월 21일, 오늘은 결혼기념일입니다. 작년기념일엔 남편의 감기몸살로 이틀 밤을 새며 간호하느라 그냥 넘어갔지요. 저녁때가 다 되도록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워낙에 이벤트를 모르고 선물도 쑥스러워 전하지 못하는 남편의 성격을 아는지라 기대..
6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37|2008-12-26
삶의 향기 - 딸아, 미안하..
딸아, 미안하다 여름방학 개학식을 마치고 집에 온 딸이 인쇄된 종이를 내민다. 2학기 급식당번 엄마들의 명단이었다. 종이를 내려다보는 시선에 먹구름과 한숨이 섞여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당번 엄마들은 최소한 12시까지는 학교에 도착해야하는데 그 시간 나와 아..
6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34|2008-12-26
덮으라하네
덮으라하네 춘삼월에 때 아닌 서설(瑞雪)이 항구도시 속초를 덮는다. 겨우 기지개켜며 실눈을 떠보던 여린 새순들이 바짝 긴장하며 움츠러들겠다. 낭만이라 읊조리며 바라 볼 여유의 설경은 이제 내안에 없다. 쌓이는 눈이 곧 얼어 빙판이 되거나 녹아 흘러 질척..
6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622|2008-12-26
다래순
다래 순 다래순과 나와의 만남은 폭설내린 어느 해 겨울 강원도 한계령 중턱에 위치한 밥집에서였다. 내놓은 반찬들이 거의 나물일색이었다. 모두가 봄철에 뜯어 말려두었던 묵나물들이다. 정갈한 주인의 솜씨가 곁들여져 접시마다 색다른 맛이 전해졌다. 유난히 한 나..
6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994|2008-12-26
삶의 향기 - 늦둥이들
늦둥이들 (처음으로 피워 낸 풍란을 사진기에 담아보았다) 글의 제목만 친구들이 본다면 소식 없더니 다 늦게 애를 낳았느냐 물어올지도 모른다. 그것도 복수로 표현 한 걸보니 쌍둥이라도 되느냐 할 것이다. 천만의 말씀이다. 며칠 전 밤 아..
6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598|2008-12-26
눈높이
눈 높이 “산이 구름에 올라가요.” “야! 이 녀석아 그게 아니잖아 구름이 산에 올라가는 거라고 말해야지.....철썩!” 눈 깜짝 할 사이에 일어나는 앞좌석 부자간의 대화를 지켜보며 몸 둘 바를 모르게 불안해진다. 아들이 강릉 언어치료실에서 속초..
6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1,834|2008-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