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 누리는 값
누리는 값 새벽 두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 달아난 잠을 다시 불러들일 마음이 싹 가셔버렸습니다. 서울 사는 막내동서가 속초에 휴가차 왔지요. 시동생 사업이 불경기태풍속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빈궁한 삶을 꾸려가는 중입니다. 어디 놀러 다닐 형편은 아닌데, ..
13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59|2009-08-03
마릿골 25 - 테레비 보러..
테레비 보러 왔시유 저녁상 물리면 모두들 신작로 앞으로 모인다. 굳이 인원점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이도 몸집도 비슷한 녀석들만 끼어있다. 아이들 무리는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서서히 발걸음을 옮긴다. 매일 한 집만 정해놓고 방문하는 무례함을 절대 ..
13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76|2009-07-31
푸념 한 사발 - 물 폭탄
물 폭탄 아찔했다. 무방비 상태에서 위협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끔찍하다. 아이들의 짓궂은 장난으로 단순하게 여겨보려했으나 여전히 뒤끝이 찜찜하다. 어제 오후의 일이다. 유뽕이를 미술학원 보내놓고 근처 제과점에 가려던 중이었다. 지인..
12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545|2009-07-08
삶의 향기 - 보약 달이는 ..
보약 달이는 남자 병약한 아내와 생활하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사는 내내 미안했다. 맑고 개운한 얼굴로 퇴근한 남편을 맞이한 일이 몇 번인가. 잔뜩 찌푸린 인상이거나 입가에 잦은 한숨을 내밀기 일쑤였다. 생긴 모양새는 통통하고 건강해 보이는 체..
12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49|2009-07-06
독백 - 티격태격
친구야! 사람이란 게 말이지. 참 뻔뻔하고 염치없는 동물이야. 오랜세월 허물없이 지난 사이라면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게 대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거든. 당장 내가 그래. 눈빛만으로다 안다며 말로 확인하지 않고 넘겨짚기 일쑤지. 그러다 앞서 분내고 흥분..
12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58|2009-07-02
독백 - 자살사건
자살사건 “엄마! 우리 옆 반 애가 오늘 죽었대.” 설거지 하느라 틀어놓은 수돗물 소리 때문에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딸아이에게 되물으니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뭐라고? 아니, 왜? 자살 맞니?” 놀라움에 커진 내목소리가 거실까지 울렸다. 인생..
12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515|2009-07-02
푸념 한 사발 - 고자질
고자질 시시콜콜 별것도 아닐 하찮은 일을 까발려보려 한다. 좀 더 솔직한 속내를 말하자면, 확성기 부여잡고 시청 앞 광장에서라도 떠들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이 다소나마 평정을 찾고 유유히 흘러갈 적에는 수면위로 드러나지도 않는 감정들이다. 이상하..
12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35|2009-06-19
아욱국
아욱국 그리움을 향한 뜰 안으로 두레박하나 내려 본다. 기다렸다는 듯 소박한 음식하나가 매달려 나온다. 나이를 먹을수록 유년의 일상들이 더욱 또렷해져가기만 한다. 기억의 샘은 마르지도 않는다. 사시사철 가뭄 없이 오히려 봇물이 된다. 진귀한 것도 아닌 ..
12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94|2009-06-10
몹쓸 것
몹쓸 것 보기 싫은 사람과도 세월 부대끼다 보면 미운정이나마 든다. 낯 설은 장소이거나 행동도 자주 대하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허나 이 몹쓸 것하고는 이가 갈리도록 친해지지 못한다. 올해로 꼭 십년이다. 이쯤 되면 이웃이 될 만도 한데 영 꼴사나..
12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20|2009-05-19
푸념 한 사발 - 전염병세상
전염병세상 아침뉴스에 볼거리 없어진지 오래입니다. 속이고 훔치며 죽이는 이야기만 넘쳐납니다. 이맛살 찌푸리며 한숨 내쉴 기사를 대하는 아침엔 어깨까지 축 늘어지지요. 하루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기운이 빠집니다. 사람사이 넘치는 정을 보여준다거나 가슴 뭉클..
12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029|2009-05-15
우체통을 찾아라!
우체통을 찾아라! 삶이 복잡해지거나 구석으로 숨고 싶어지는 날이면 편지를 씁니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지 않고 일부러 꽃편지지를 찾지요. 시간 날 때 마다 사 모았던 편지지와 봉투가 거실 서랍장 안에 가득합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싸안고 끙끙거리기보다..
12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36|2009-05-13
야생화 이야기4 - 제비꽃
제비꽃 <보랏빛 약속> 마릿골 장씨네 가게 담벼락 밑에 앉은뱅이 꽃이 피었다. 뒷골목 따라 길게 이어진 마른 풀길에도 군데군데 보랏빛 무더기가 보인다. 한나절 내내 꾸벅이며 졸다 남은 봄기운이 꽃으로 내려앉았다. 웅크리고 앉은 작은 키..
12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340|2009-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