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사람이란 게 말이지.
참 뻔뻔하고 염치없는 동물이야.
오랜세월 허물없이 지난 사이라면 더욱 소중하고 가치있게 대해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거든.
당장 내가 그래.
눈빛만으로 다 안다며
말로 확인하지 않고 넘겨짚기 일쑤지.
그러다 앞서 분내고 흥분하기까지.
상대는 그런 의중도 아닌데 말이야.
우린 늘 그렇게 삐걱거리며 아직도 서로를 확인하지.
알아주기 바라면서 토라지고
그것도 모르냐면서 핏대를 세우지.
말 안해도 다 알아주는 게 사랑일까.
말 하는것 다 들어주는 게 사랑일까.
여태 그걸 몰라 이러고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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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 2일 아침식탁에서, 남편이 프라이팬 세트를 주문했다고 말한다.
홈쇼핑을 보다 샀다는 말에 나는 발끈했다.
제대로 알아보고 샀느냐, 왜 맘대로 고르느냐, 내가 평소 갖고 싶었던 상표가 있었는데 의논도 없이 일을 저지른 것이냐 등등.
여러 말을 지껄였다.
기가 막힌 표정의 남편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홧김에 말한다.
“확, 취소해 버린다!”
생각지도 않았던 말들이 거세지고 있다.
“꼭 그런 식으로 말하더라. 내 속도 모르고 왜 극단적으로 대처하는데?”
“야! 네가 갖고 싶었던 것이 뭔지 모르지만, 깜짝 이벤트 좀 한 건데 좋게 받아주면 안되냐?”
평소 낡은 프라이팬 끌어안고 눌러 붙기 요리하느라 고생하니 보기 안쓰러웠던 거다.
선뜻 사들일 용기도 없었고 빠듯한 살림에 엄두를 못 냈었다.
간만에 아내를 위해 좋은 일 하자고 터뜨린 것인데 또 쏟아 부었으니.
먼 바다마을 속초시 ㅇ동 박여사.
이러고 산다.
결국 꼬리 내리고 남편비유 맞춰줬다.
며칠 뒤에 우리 집에 찬란한(?)빛깔 프라이팬 세트 들어온다.
콧소리 간드러지며 고맙다고 말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