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을 찾아라!
삶이 복잡해지거나 구석으로 숨고 싶어지는 날이면 편지를 씁니다.
컴퓨터 자판 두드리지 않고 일부러 꽃편지지를 찾지요.
시간 날 때 마다 사 모았던 편지지와 봉투가 거실 서랍장 안에 가득합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싸안고 끙끙거리기보다 슬쩍 비켜서서 딴 짓(?)을 해보는 것이지요.
더구나 그 딴 짓이 추억 속에 잊혀 졌을 아름다운 순간이라면 금상첨화입니다.
잠시라도 일상의 것들에서 탈출하여 도달할 나만의 자리이니까요.
친구에게 깨알 같은 편지를 썼습니다.
묻고 싶던 말도 주절거릴 생각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갔습니다.
기억의 줄기가 똬리 틀고 엉켜있지만, 잠시 창밖을 내다보면 다시 제자리에서 풀어진답니다.
써내려가다 살포시 웃음 지어보고 짧은 탄식도 쏟아봅니다.
두 어장 채운 편지를 연애편지 접던 실력으로 여미고 봉투에 풀칠합니다.
직접 흘려 쓰는 주소가 얼마만인지요.
어느새 우표 값이 이백 오십 원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따로 우체통 찾지 않고 아들의 치료실 근처 우체국에서 편지를 부쳤지요.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를 학교에 내려놓고 시내 곳곳 찾아다닙니다.
빨간색 철제 우체통이 함지박만한 입 벌리고 있을 그 어느 곳 헤매고 있습니다.
눈을 부릅뜨고 골목까지 돌아다녀도 빨갛게 서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무심히 지나쳤을 동네어귀 들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뭘 하고 살았던 걸까요.
대충 건너뛰고 적당히 구르며 살다보니 정작 간직해야 할 것들이 전부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지켜야 할 것은 내동댕이치고 엉뚱한 작대기만 부여잡고 끙끙거렸나봅니다.
그나저나 포기하고 우체국으로 가야할까 걱정입니다.
오늘 하루 안에 빨간 우체통을 찾을 수 있을지.
꼭 직접만나고 싶습니다.
제 글을 읽으시는 분들!
짐이 무겁고 때로 눈물겹게 벅차지 않으신가요?
저와 함께 딴 짓(?)에 동참해보세요.
편지쓰기가 아니어도 된답니다.
숨고르기 위해서 말입니다.
점심 챙겨먹고 우체통 찾으러 갈 겁니다.
2009년 5월 13일 정오 무렵에
일상탈출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