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옷 사줘!
나도 옷 사줘! 자기 친정아부지가 딸들 넷 전부 도톰한 겨울 코트를 사줬다며 뽐내는 석이엄마. 무릎까지 내리덮는 군청색 겉옷을 입었다. 보슬보슬 털이 모자 테두리에 둘러쳐져 있어 참 탐스럽기도 하다. 워낙 옷 같은 거 관심 없었노라 예전부터 외쳐..
21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4,275|2011-12-12
고생 많았다!
고생 많았다! 개수대에 잔뜩 쌓인 저녁설거지 하려고 막 고무장갑을 끼려는데 전화벨이 울립니다. 표시된 번호를 보니 원주에서 온 시어머니 전화입니다. “어머? 어머니! 저녁 드셨어요? 거기도 많이 춥죠?” 사흘정도 불면증에 시달리느라 푸석한 눈꺼풀이지..
21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64|2011-12-05
금화정(錦花亭)
금화정(錦花亭) 남편이 땅 욕심을 낸다. 손바닥크기 앞마당에 한 해 농사짓더니, 금세 옥상까지 최신밭뙈기를 만들어 놓았다. 지난여름, 나흘 동안 벽돌을 등짐지어 나르고 흙 포대도 개미가 먹이 운반하듯 계단으로 올렸다. 작지만 길쭉한 밭뙈기가 옥..
21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03|2011-10-13
마음은 콩밭에 (6)
마음은 콩밭에 (6) “어라? 전부 어디로 갔지?”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선 나는 운전석 창을 열었다. 최대한 고개 쭉 빼고 길 건너편 콩밭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갸우뚱거리는 내 꼴에 호기심이 묻어났는지, 길게 늘어선 자동차 운전자..
21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77|2011-10-10
마릿골 27 - 솜틀집
솜틀집 기억나니? 마릿골 건너 마을 기찻길 언덕 바로 밑에 솜틀집이 있었잖아. 주일아침 예배당 가는 길이면 멈춰 서서 한참이나 바라보곤 했어. 엄마가 헌금하라고 챙겨준 동전을 바지주머니 손안에 땀이 배이도록 주물럭거리면서 말이야. 덜걱대는 솜틀..
21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526|2011-09-27
마음은 콩밭에 (5)
마음은 콩밭에 (5) 처음부터 작정하고 콩알 욕심을 내지 말았어야 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밭 상태의 일부책임이 내 탓인 것만 같아서 하는 말이다. 노인의 건재함이 궁금한 척 글을 이어간 건 허울 좋은 구실이었고, 고백하건대 콩 이삭 좀 얻어 보..
21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264|2011-09-25
가을변덕
가을변덕 머릿속에서 출발한 말이 입 밖으로는 엉뚱한 단어가 되어 나온다. 그 소릴 듣고 맞장구치며 낄낄대는 남편과 딸아이가 오늘따라 밉다. 갈수록 심해지는 증상에 나 자신도 적잖이 심각하게 느끼는 중이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짜증을 냈다. ..
21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27|2011-09-21
내 친구 영미
내 친구 영미 영미가 속초에 온단다. 손가락 헤어보니 꼭 십 삼년만이다. 해마다 4월이면 ‘봄’이라는 말보다 ‘목련’을 먼저 알려주던 친구. 백목련 피면 내 생각이 난다며 편지를 보내고, 그녀가 전해준 꽃소식 듣고서야 봄인가 알아차린다. 세상풍파에..
20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249|2011-06-18
휴대(携帶)하면 뭐하나
휴대(携帶)하면 뭐하나 2011년 6월 13일 오전 8시 20분. 텃밭에서 뽑은 상추 한 무더기와 통배추 세 포기를 각각 검은 비닐봉지에 담았다. 서둘러 아들을 씻긴다. 옷 챙겨 입히고 책가방과 푸성귀 봉지를 집어 든다. 시내에서 꽤 떨어진 학교에 ..
20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35|2011-06-13
별꽃동서에게
별꽃동서에게 어제 오랜만에 막내동서가 전화를 했었지. “형님! 저는 둘째형님 생각이 자주 나요. 한 번 보고 싶기도 하구요.” “나두 그래. 왜 아니겠어. 가족으로 산 세월이 십년이 넘는 걸.” 나도 그렇다는 막막한 대답을 남겨놓은 채, 우린 문..
20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59|2011-06-08
마음은 콩밭에 (4)
마음은 콩밭에 (4) 어느 누가 콩밭이야기를 궁금해 할까. 대단한 사건도 아닌 내용을 이토록 길게 이어가게 될 줄은 나 자신 조차 예측하지 못한 일이다. 시야가 확 뒤집어지도록 콩밭에 변화가 발생한 것도 아니요, 노인의 존재가 확연히 드러나게 되는 줄거..
20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517|2011-06-01
공원길 사람들 7 - 감자선..
감자선생 우리대문 정면 기준으로 좌측 바로 옆은 시인의 집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시인은 오래전 작고했으니 시인의 아내집이라 해야겠다. 시인의 아내 집으로부터 옆집 또 옆집에 감자선생이 이사를 왔다. 그러니까 우리 집에서 손가락 꼽아보면 세 번..
20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22|2011-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