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콩밭에 (6)
“어라? 전부 어디로 갔지?”
빨간 신호등 앞에 멈춰선 나는 운전석 창을 열었다.
최대한 고개 쭉 빼고 길 건너편 콩밭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갸우뚱거리는 내 꼴에 호기심이 묻어났는지, 길게 늘어선 자동차 운전자들도 덩달아 콩밭방향을 주시한다.
사고가 날 만한 장소도 아닌데, 저 아줌마가 왜 저러는가 싶었겠지.
분명히 어제 교회 다녀오던 길에도 멀쩡했던 콩밭이었다.
바스러질 듯 말라비틀어져 서있던 콩대들이 좀 안쓰럽다 생각했지만, 하루아침에 사라질 줄은 몰랐다.
오가며 바라보니 콩깍지는 한 가지에 겨우 몇 개 달렸을 정도로 부실했었다.
밭을 살피는 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은 것은 이미 여러 날이다.
추수하느라 괜한 힘을 낭비하느니 묵정밭으로 내던져 버릴 심산인가보다 생각해왔다.
헌데, 오늘 그 밭엔 콩들이 없다.
대단한 역사적 사건도 아닌데, 가슴에 뭔가가 술술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콩밭에 갔던 내 마음을 되돌려야 할 때가 왔나 보다.
이 가을이 다 저물기 전에, 노인의 건재함을 꼭 확인하고 싶었건만.
녹슨 풍구의 등장이나 코가 빠져 늘어난 자주색 편물조끼 걸친 할머니의 모습도 한 번쯤 다시 보고 싶은 그림이었는데 말이다.
콩대는 사라지고 잡풀 가득한 그 밭을 멍하니 바라본다.
무성하게 키 높은 잡초 잎들이 저무는 가을빛에 반사되어 마치 단풍잎인양 물이 든다.
접을 것은 속히 단념하자.
콩알 욕심냈던 첫 욕심을 벌써 내던지고 다만 노인의 안부만 궁금했던 것이지만, 나의 옅은 관심마저도 부담스럽다 거부하는 콩밭이다.
상대가 원치 않는 것을 고집하는 것은 사랑도 배려도 아닌 집착이다.
콩밭이 나를 밀어낸다.
그동안 지루하게 늘어졌던 콩밭 이야기를 여기서 접을까 한다.
콩밭 안녕!
콩밭 주인 두 분도 내내 건강하시기를.
2011년 10월 10일
콩밭이야기를 끝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