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칠우쟁론기(廚房七友爭論記..
주방칠우쟁론기(廚房七友爭論記) 아차! 설거지통에 집어넣은 사실을 잊었구나. 수세미에 거품 풀고 그릇하나를 닦으려는 순간, 왼손 무명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예리한 금속이 살갗을 스쳤다고 채 알아차리기도 전 일어난 상황이다. “너는 어찌하여 음식..
18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24|2010-07-29
대청봉 동지(同志)들
대청봉 동지(同志)들 그들이 뭉쳤다. 같은 성씨를 가진 한 통속이라고 몰아붙이곤 했는데, 이참에 나는 확실한 외톨이가 되었다. 동해의 절경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 족적 남겼다는 이유로 세 사람은 더욱 질기게 서로를 끌어안는다. 지금으로부터 삼년..
17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045|2010-07-26
36.5℃ 문장
36.5℃ 문장 인지치료실과 피아노학원에서 돌아와 시큼한 땀 냄새 나는 유뽕이를 욕조 안에 집어넣었습니다. 뽀글뽀글 거품으로 온 몸 닦아주고 녀석이 저녁메뉴로 추천한 부대찌개를 끓입니다. 남편은야간자율학습 있어서 늦게 오고, 딸아이는 설악산 대청봉 등..
178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130|2010-07-23
모자별곡(母子別曲)
모자별곡(母子別曲) 열두 살 아들이 울고 있습니다. 열두 해 키운 어미는 자식이 왜 우는지 여태 이유를 모릅니다. 갓난아이도 기저귀를 갈아 달라, 젖 먹어야 된다며 표시된 울음입니다. 그러나 미련한 저는 알지 못합니다. 학교 가야 할 시간은 다..
177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3,582|2010-07-07
나는 소꿉놀이 중이다
나는 소꿉놀이 중이다 소꿉놀이 같지 않느냐고 어제 저녁엔 내가 먼저 물었다. 기역자로 된 조리대에 나란히 서서 남편은 버들치튀김을 하고 나는 매운탕거리 준비 중이다. 신혼 때 역시 그랬다. 시부모님과 살던 중이었건만, 그는 주저 없이 부엌으로 들어와..
176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96|2010-07-06
우리집 마당에 (5)
새 삶들이 있습니다! 마당이야기를 이쯤에서 맺으려고 작정했는데, 여기저기서 꼼지락거리며 난리가 났습니다. 도대체 누구기준으로 가족을 삼는 것이냐, 나는 호적에도 없는 뜨내기였느냐며 손짓 합니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했는지 온갖 기를 한 곳에 모아 향기 날립니..
175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816|2010-06-29
어느 사모(師母)님의 하루
어느 사모(師母)님의 하루 “휴일인데 저 때문에 사모님 쉬지도 못하시고, 죄송해서 어쩌지요?” 현관문 들어서며 그녀는 신발을 벗지도 못한 채 고개 조아린다. 스스럼없이 다가와 내 손까지 덥석 잡으며 환하게 웃는다. 남편학교 학부형이라는 이름이전에 ..
174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22|2010-06-28
세입자들에게 고(誥)함
세입자들에게 고(誥)함 그렇다. 여긴 엄연히 내 집이다. 법적인 소유자로 내 이름 석 자가 문서에 기록되어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마땅히 주인으로서의 권리행사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여, 나는 감히 내주거지에 무단침입 일삼고 건물훼손 및 주택미관 해치는 ..
173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53|2010-06-24
우리집 마당에 (4)
귀염둥이들입니다. 며칠째, 때 이른 여름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장마 앞두고 꼭 찾아오는 절차이기도 하겠지만, 기운 넘치고 먹성 좋은 저도 식욕을 잃었답니다. 마당 곳곳에 제 자리를 지키며 손짓하는 꽃들이 보입니다. 숨 한번 고르고 쉬어가라 말합..
172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790|2010-06-22
공원길 사람들 4 - 앵두나..
앵두나무집 대문을 중심으로 왼편에 시인의 아내가 살고 우측은 좀처럼 내부파악이 힘든 집이라 하겠다. 커다란 이층집에 홀로 지내니 시인의 아내는 그렇다 치고, 우측 집조차 아이들 소리도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쥐죽은 듯 적막강산인 두 집 사이에 끼인 ..
171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460|2010-06-21
우리집 마당에 (3)
채송화를 소개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푹푹 찌는 기온이 한낮의 여름인가 할 정도입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살구나무도 축 쳐져 기운 잃은 모습이 역력합니다. 더구나 바람 한 점 없으니 날로 굵어져 가는 자식들 무게에 한 없이 어깨가 무거워 보입니다. ..
170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665|2010-06-17
우리집 마당에 (2)
브로콜리도 꽃을 피웠다네. 아침식탁에 새순 샐러드 곁들여 먹고 싶다며 지난겨울, 남편은 씨앗 여러 종류를 구해 왔다. 사각 그릇 서너 개에 보드라운 천 깔고 그것들을 뿌렸다. 양지바른 창가에 두고 오가며 스프레이로 물을 분사해줬다. 곧 소복하게 ..
169편|작가: 박예천
조회수: 2,191|2010-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