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일기-1
“일어나, 밥 먹고 준비해라!”7월을 맞이하는 첫날, 토요일 아침 8시20분에 나는 부탁대로 딸을 깨웠다. 그리고 정신을 깨워줄 물 한잔과 갓 볶아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볶음밥을 담아낸, 금빛으로 화려한 플라스틱 쟁반을 들고서 방금 전 활짝 열어놓은 방 문턱 앞에 ..
129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31,966|2017-07-02
미경이(4) 마음 약해서
미경이와 함께 했던 1년 5개월간의 모든 사연을 올리기에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 아쉽다. 그 친구에게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들어내 놓고 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홀로 딸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이 꼭 나와 같아서... 가치관이 다르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그 친..
128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7,474|2015-08-30
미경이(3)-바람에 날리는 ..
지부장과의 면담이 있던 다음날 평소처럼 일찍 출근을 했다. 업무시간 전까지 마실 커피를 타놓는 것을 시작으로 급하지 않게 여유를 갖고 업무 준비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했다. 정수기 물을 받아서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려는데 내게 있어서 투명인간인 미경이가 정수..
127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6,648|2015-08-22
닮은 모녀.
‘지이이잉...지이이잉...’오늘, <엄마>라는 발신자 표시가 찍힌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넋을 놓고 잠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목에 힘을 주고서 헛기침 몇 번한 뒤 최대한 밝은 목소리를 낼 준비를 하고서 통화버튼을 눌렀다.“응~! 엄~마~!!!..
126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575|2015-08-20
미경이(2)- 한계
안방과 5m남짓 떨어져 있는 옆 건물의 2층엔 다문화 가정이 살고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는 외국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 그리고 어림잡아(소리와 살아온 년 수를 감안한 것이다. 그들의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눈으로 확인한 바는 없다. 우리 건물 층수보다 낮게 있..
125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172|2015-08-18
미경이(1)-개무시
“환타지네...”눈을 뜨고 곁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서 시간을 확인하니 낮 12시가 훌쩍 넘어있었다. 2시간가량 잤을까...빨갛고 노란, 훌쩍 큰 울창한 단풍나무들을 울타리 삼은 3층의 저택을 바탕으로 벌어졌던 스펙터클한 꿈이 너무나도 생생했다.32도를 웃도는 더위에 진..
124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166|2015-08-17
철학ing
문득 침대 곁에서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구르밍(고양이가 털을 핥는 행동)을 하는 콩이의 모습이 검은 표범과 흡사해 보였다. 침대에서 꼭 60cm쯤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눕는 토이푸들, 해피의 누런 털이 제법 자라서 사자의 갈기를 연상시켰다.“여기가 사파리구만...”“엄..
123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076|2015-08-13
무서운 이야기
철컥...삐삐삐삐...띠리리리...저녁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 아영이가 도서실에서 돌아와 씻고 있을 무렵이었다.10여분이나 지났을까? 밖에서 누군가 자동키의 번호를 눌렀고 이내 오류소리가 들렸다.아들이겠거니 했다. 간간히 있는 일이었기에 곧 다시 제대로 누르고 들어..
122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996|2015-08-11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
보이는 것이 없다. 들리는 것도 없다.물레에 찔린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아들이 군대를 갔다. 학교를 보내듯 다녀오겠다는 인사에 현관 문 앞에서 “잘 다녀와.” 덤덤하게 배웅했었다. 입소시간인 2시까지는 40분쯤 남았을 때 3시간 전에 잘 도착했다..
121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274|2014-11-20
엄마란...
3개월가량의 무소식이 이어지도록 골이 났던 감정이 어느새 걱정으로 변해버렸지만 녀석이 지니고 있을 핸드폰번호를 누르지 않았다. 자식의 훈육을 이유로 냉정함을 유지하기란 어미에게도 자해와 같은 고통이 수반됐다. 무슨 일이 있다면 벌써 연락이 왔으리라, 자위하며 나날을 보..
120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303|2014-11-11
그 씨.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자문해본다. 그리고 한동안 묵직하게 멍때렸다.누군가 내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했었다. 그때 난 반사적으로 “없어!”로 쿨하게 대꾸했었다.부쩍 고민과 생각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다가 썰물처럼 삭으러든 뇌리의 해안가엔 ..
119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1,072|2014-11-08
그 계절이다.
11월이며 이 거리는 가을이 우수수 떨어진 황금빛 카펫이 깔리고 샹들리에에 뒤지지 않는 채 떨어지지 않은 은행잎을 메달은 은행나무 가로수들로 고풍스럽기까지 한다. 이쯤의 분위기라면 고약한 냄새쯤은 감내하리라. 이틀, 갑작스런 추위가 이어지더니 찾아온 출근길의 따스한 햇..
118편|작가: 솔바람소리
조회수: 893|2014-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