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주말마다 손주 보러 오시는 시부모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3

침묵


BY 솔바람소리 2025-08-06

나는 무력한 존재가 아니길 바란다. 
숨만 쉬고 있을 뿐이지만 자기비판일지언정
성찰이라도 하고자 했다. 
들숨, 날숨. 내 몸뚱이는 끊임없이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염치라도 있다면 주인장으로서 뭐라도 가치를 만들어야지.
글은, 금술 좋게 함께 있었을 시절에도, 내외하던 시간 속에서도 
엄두를 낼 수 없었을 뿐, 뇌리에서 떼어 놓은 적이 없었다.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일궈야지, 다짐했다. 
오랜 세월 방치됐던, 형체조차 가늠되지 않던 잡초 속 폐허가 된 
글방을 복구해야지. 
호기롭게 팔을 걷어붙였다. 
그런데 뭐부터 해야 하나? 예초기를 돌렸다. 
무성하게 군락을 이룬 잡초 탓에 도무지 앞으로 나가기 힘들었다. 
겨우 모습을 찾은 공간 곳곳이 
무너져있었다. 새로 지어볼까, 고심했지만 결국 그 모양새를 벗어나지 
못하리라. 
장인의 정신으로, 한땀 한땀 복구했다. 
대충 모양을 갖췄으니 어디,,, 군불이나 붙여 볼까? 
하나둘 장작을 넣었다. 불이 붙었다. 쓰레기 더미도 보였다. 
함께 넣었다. 타올랐다. 활활...불꽃이 타닥타닥 튀어 올랐다. 
간혹 살갗에 내려앉았다.
앗! 뜨거... 
물집이 잡히고 벌겋게 자국이 남았지만, 까짓거 괜찮아. 
쓰레기는 태워야지. 툴툴 털고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쓰린 여운은 어쩌지?
아직도 흩어진 쓰레기가 얼마야. 이곳이 내겐 소각장인 듯하다. 
재만 남으면 좋으련만, 
사리처럼 남는 알맹이는 왜일까. 방법이 잘못됐나?
 
오늘도 아궁이 앞에 앉았다.
젠장...역시 글이 앞으로 나아가질 않는다. 
강가의 하루살이 떼처럼 머릿속은 잡다한
생각들로 가득한데 하나를 붙잡기도 어렵고 만다. 
왜 문장이 되지 않는 거지?
글이 막힌 건지, 
아니면 기다려 주는 글조차 없는 건지...
어쩌면...이런 침묵도
글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