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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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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동기부여(5)


BY 솔바람소리 2025-07-09

내가 아들과 연미의 만남을 응원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생각해봤다.
서로 어릴 적 상처 있는 것들끼리 이해하고 보듬어주며 만나보거라, 열렬히 
응원했더라면 달라졌을까? 저희끼리 반복적으로 부딪치고 힘겨워할 때마다 
따로 불러서 조언 될 말들로 이해를 시키고 힘을 북돋아 줬더라면 아마도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점차 개선된 성향으로 바뀌어 서로에게 의지하고 
힘을 실어주며 오랫동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로 끝맺음을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나조차 실천하지 못했던 실패한 나의 과거가 경고했다. 
살아온 환경으로 굳어진 성향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내 삶의 과거처럼 고난 앞에서 
결국, 서로를 경멸과 증오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고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연미가 나와 연관성이 없었다면 주눅 들어 살피던 눈치를 안쓰럽게 여겼을 것이다.
아들 앞에서 쾌활했던 모습이 곧 침울하게 변하던 이중성을 가엾게 여겼을 것이다.
생각을 아무리 곱씹어 봐도 나에게 두 아이의 미래가 그려지지 않았다.
내 생각이 어떻든 두 아이에게 말했던 대로 둘의 교재가 서른이 되도록 유지가 된다면 
허락해줄 의향은 있었다. 오랫동안 만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서로를 감수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볼 수 있을 테니 그렇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동거나 자살은 생각지도 못했다. 쓰리썸은 연예뉴스에 달렸던 댓글을 통해서 
알게 된 단어였다. 내 현실에서 들을 수 있는 말들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혈육의 죽음 앞에서 죽음의 원인을 찾겠다는 명목하에 주인 없는 집에 들러서 
돈이 될만한 것들을 챙기고 가입한 보험증을 찾았다는 기괴할 정도로 강한 멘탈을 
지닌 사람들이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 내 아들을 더러운 변태성욕자에 자살제공자로 
치부시키고 몰아세웠을 것을 생각하니 혼미한 정신으로 있어서는 안 됐다.
아들을 통해서 직접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내가 2차례나 전화에도 모습을 볼 수 없던 아들을 연미 새언니의 전화가 있은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볼 수 있었다. 6년만에 보는 아들은 좀 더 살이 불어있었다. 
배가 좀 나오기 시작했던 마지막 모습이었다면 점차 다가오는 아들은 전체적으로 체격이 
불어나 있었다. 살이 붙은 얼굴은 나와 더 많이 닮아있었다. 
안경 쓴 아들의 눈이 잠을 제대로 못 잔 탓인지 아니면 울었던 탓인지 부어있었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무척 힘겨워 보였다.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풍랑 바다 위에 떠 
있는 듯 위험하고 가엾어 보였지만 그 상황에 놓인 못난 놈에게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도 싶었다. 
아들을 끈질기게 붙잡고 있던 연미의 오빠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 곁에 있으니 비교되어 
마르고 작았지만 노동으로 다져진 듯 단단하고 날렵해 보였다. 그리고 찢어진 얇은 
눈과 짐승의 이를 닮은 날카로운 치아가 눈에 들어왔다. 결코 아들을 보호해주고 있다던 
인자한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연미 오빠죠? 이런 일로 보게 되네요. 아빈이 엄마에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가오는 연미오빠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연미오빠도 내 손을 맞잡았다.
”앉으세요.“
연미오빠가 파악하기 어려운 말투로 말하며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 안내했다.
”아빈이 여기 앉아.“
나는 아들의 팔을 잡고 나와 연미고미 사이에 있는 오른쪽 의자에 앉게 했다. 
왼쪽으로는 연미오빠와 새언니, 새엄마가 앉았다. 여전히 연미 아빠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들이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바닥으로 눈을 깔았다. 
”쓰리썸이 무슨 말이야?“
아침부터 경찰 조사를 받았을 테고 늦은 시간까지 연미의 가족들에게 시달렸을
아들에게 엄마 역시 보태는 꼴이었지만 그 자리에서 짚고 넘어가야만 했다.
아들이 잔뜩 피곤한 눈으로 흠짓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건 누나가 오해한 거예요. 그 오해, 나중에 누나도 풀었어요.“
”그런 오해가 왜 나온 거야.“
”제가 하는 게임에서 한팀이었던 사람들과 간혹 만남을 가졌어요. 또래이거나
저보다 나이가 있는 형님들도 있었구요. 그룹으로 카톡을 주고받기도 했어요.
대화 중에 누군가 그런 말을 장난처럼 하길래 그게 무슨 말이냐, 정도 대화에 
꼈을 뿐이에요. 누나가 화내서 그 후 대화창 없앴고 그들과 같이 게임도 안 
했어요. 경찰에도 모두 말했어요. 아버님과 형님의 요구로 포렌식(지워진 핸드폰 
자료 복구)을 하고 있으니까 확인하실 수 있을거에요.“
 
아들도 낯 뜨거운지 그 단어를 차마 입에 담지 못했다. 어릴 때 제 엄마의 감시를 
피해서 집이나 밖에서 게임을 하다가 걸려서 혼난 것이 얼만데 본업과 아르바이트까지 
병행했다면서 무슨 시간에 게임 하고 모임 갖고 그런 오해의 소지를 만들었을까, 
습관 같은 잔소리가 튀어나오려던 것을 참았다. 
”애가 얼마나 상처가 됐으면 그런 선택을 해!“
연미고모가 아들에게 다그치듯 말했다. 앉아 있는 것도 힘겨워 보이는 아들에게 
몰아세우기만 하는 그 상황이 참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가엾고 불쌍해서 쩔쩔매는 엄마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그런 오해의 상황을 만든 것은 아들 잘못이지만 그런 이유로 자살을 한다면
세상 사람 얼마나 남아있을까요.“
나는 아들을 다그쳤던 연미고모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그리고 죄인처럼 앉아 있는 아들에게는 더 냉랭하게 말했다.
”엄마한테 헤어졌다고 했잖아. 동거라니! 서른 되도록 안된다고 했지?! 반대에도
니들이 내 눈 속여서 산 거라면 잘 살았어야지! 이런 상황으로 6년만에 엄마한테
연락해?! 혼인신고를 하고 산 것도 아니라면서 차라리 헤어지면 그만이지. 자살이라니!“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들을 나 역시 상식적으로 대할 수는 없었다. 쩔쩔매며 아들처럼
죄인의 모습으로 있어서는 안 됐다. 
아들을 향한 나의 다그침에 아무도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너 정신 똑바로 차리고 말해! 이 상황 뭐야!“
나의 말에 아들이 고개를 들었다.
”저도 어릴 때 부모님이 많이 싸웠고 엄마가 여러 번 자살 시도를 했고...“
”뭐?! 여기서 또 엄마 얘기가 왜 나와!“
6년 전 자신의 직장동료들 앞에서 스피커로 대화했던 내용을 언급했다. 제 엄마와 
연을 끊게 됐던 계기를 그새 잊은 건지 또다시 나의 과거를 들춰내는 아들이 순간 
몹시 당황스러웠다.
”누나는 집에서 엄마가 자주 바뀌었고 새엄마에게 피가 나도록 맞고 컸잖아요. 치아 
교정받고 싶다고 누나가 집에 연락했을 때 욕만 들었고 했어요. 누나가 간염 걸려서 
위험한 상황을 알렸을 때도 모두 알아서 살라고 했다면서요. 그래서 연락을 끊는다고 
했어요...교정기도 간염 치료도 제가 다 해줬어요. 우린 세상에 둘만 남았다고 생각하고 
잘 살자고 다짐했어요. 누나가 자꾸 헛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한 적 없는 
얘기를 했다며 우기고 직장 생활도 어려워했어요. 정신과를 다니게 했지만 점점 더 심해져서 큰 병원에 예약해 놓은 상태였어요. 병원에 확인 하실 수 있어요. 그런 얘기 저희끼리 한 거 문자에 모두 남아 있구요. 저와 누나가 하는 공부가 있어서 그 이유로 조금 다퉜던 건데 그것도 그 자리에서 대화로 풀었어요. 일어나 봤을 때 누나가 없었어요...왜 그런 선택을 한 건지...정말 모르겠어요.“
나의 당황 섞인 말에도 아들은 꺼낸 말을 끝까지 마무리 지었다. 내가 오기 전에도 
그들에게 했던 말인지, 아니면 엄마라는 존재가 곁에 있어서 힘이 생겨서 할 수 있던
말이었는지 알 수 없다. 아들이 시작한 말을 차분하게 끝까지 마무리 지었다. 
말을 끝까지 마무리 짓는 아들을 다행으로 여겼다. 결국 아들이 연미와 둘만의 세상에 
갇혀 살 수밖에 없던 건 양쪽 가족 모두가 자신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입힌 가해자라는, 간접적인 말이었다. 정곡 찔린 모두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쯤 연미의 아빠라는 사람이 온 것으로 기억된다. -연미 아빠와 눈인사는 나눈 거 같은데 생김새가 떠오르지 않는다. 이상하리만큼 기억나는 것이 없다.-
연미아빠가 모습을 보이고 장례식장으로 가자고 했다. 주변이 다시 어수선해졌다. 
나는 아들과 둘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경찰서 현관 밖으로 
나왔다. 잦아들긴 했지만 어두운 밤 속에서 작은 빗소리가 이어졌다.
”엄마...무서워요.“
연미 가족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있게 되자 아들이 몸을 굽혀서 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내어 우는 아들의 등을 잠시 토닥여 주었다.
가슴이 미어졌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두렵고 외로웠다. 그건 아들의 마음이기도
했을 것이다.
”엄마 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들어.“
”네...“
내 말에 아들이 몸을 세우고 대답했다.
”연미네서 챙겨 갔다는 연미와 관련된 통장과 패물, 보험 관련된 건 모두 받을 생각
말고 줘버려. 그 돈으로 장례비용으로 보태 쓰게 해. 하지만 그 이상은 안 돼. 좀 전에 
네가 말했던 것처럼 해야 할 말은 당당하게 말해. 사람인데 아무 감정이야 없겠니? 
속상해서 뭐라고 하는 거 힘들겠지만 들어는 줘. 하지만 죄인처럼 너무 끌려다니지는 마. 
이 상황에서 잘못 꼬이면 저 사람들에게 평생 끌려다니게 될 거야. 엄마는 장례식 안 
갈 거야.“
”안 가세요?“
”안 가. 엄마가 거기 따라간다고 해서 너한테 도움 될 분위기 아냐. 연미오빠 
너무 믿지 말고. 거리 둬. 엄만, 연미가 용서되지 않아. 그리고 누가 뭐래도 절대 
연미 입관하는 거 보지 마.“
”형님 제 편에서 얘기해 주고 있어요. 나쁜 사람 아니에요. 입관은... 어떻게 안 봐요.,,
엄마 같이 가시면 안 돼요?“
아들은 여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거미줄에 칭칭 감긴 먹잇감이라는 것을. 
체액까지 모두 빨려서야 거미에게 벗어 날 수 있다는 것을. 
아들과 짧은 대화 중에 곧 연미의 오빠가 염탐하듯 모습을 보였다. 
”담배 한 대 하자. 그리고 장례식장으로 넘어가야지“ 
아들의 의견 따위 없다는 둣 다가온 연미오빠가 말했다. 6년 전까지 아들은 담배를 
태우지 않았다. 담배 연기만 스쳐도 토하도록 기침을 했던 아들이었다.
”담배 피워?“
”네. 사회생활 하면서 배웠어요.“
”조금만 피워라. 엄마는 집에 갈 테니.“
나는 말을 마치고 가방에서 챙겨 간 베지밀에 빨대를 꽂아서 아들에게 건넸다. 
베지밀을 받아 드는 아들의 손이 떨고 있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손을 잡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마시는 거 보고 갈 거야. 안 넘어가도 마셔.“
나의 말에 아들이 받아 든 베지밀을 입으로 가져갔다.
”집에 가신다구요?“
연미오빠가 물었다.
”네. 가야죠. 한 달 벌어서 한 달 버티고 사는데 하루 빠지면 타격이 커요. 장례식장은
내가 갈 자리도 아니구요. 아들 말이 이 중에서 연미오빠만 자신을 이해하고 편들어 
준다며 많이 의지하던데 오빠만 믿고 갈게요. 애 좀 먹게 하고 잠도 좀 잘 수 있게 
지금까지처럼 돌봐 줘요.“
예기치 못한 듯 연미오빠가 우물쭈물 곁에 서서 뭐라고 대꾸를 하지 못 했다.
돌아서기 전에 아들을 안아주었다.
”엄마는 아들 믿어. 힘들어도 이겨내. 버텨.“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하지만 내 판단이 옳다는 확신으로 냉정함을
유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