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지요...
유행가를 틀어 듣고 보니 나를 위해먼저 아픔을 당했더군요. 그래요 . 당신이 나를 떠나지 않아도 내가 당신을 떠난다면 어떨까요. 기대는 안해요. 나를 기억 해 준다거나 나만 사랑 해줬다는 그런 말은 원하지 않아요. 난 아카시아 잎새를 ..
11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60|2006-06-03
행복을 팔지 마십시오
행복한 가게에서 행복한 얼굴로 행복한 꽃 한다발을 행복한 그대에게 전해 주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여태껏 그대에게 변명만 합니다. 아직 행복한 가게가 어디에 있는 줄 모르며 행복한 얼굴을 보지 못했으며 행복한 꽃이 아직 피지 않았으며 행..
11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396|2006-06-03
분홍색 나팔꽃
목소리가 없는 너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말도 못하고 땅바닥을 기어 나와 신호 보내는시그널이 분홍색 나팔 소리였다. 울렸다. 메아리가 뱀의 허리를 타고 강을 건너는 유월에 호랑나비에게 분홍색 나팔소리가 들렸나 보다. 이제 꽃잎 위에..
109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29|2006-06-03
길을 걷다.
하루가 긴 이유를 내가 왜 그대에게 묻는가 하면 모두가 다 거기로 향한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다른 길을 돌아서 헤메다가도 결국은 길은 또 만나고 있었다. 마주치지 않을 우연을 기도하고 원했다. 그럼에도 오늘이 길다. ..
108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484|2006-06-03
나 지금 화장실에 있어
이 핑계도 저 핑계도 다 써먹어 더 이상 진술서를 안 써준다고 못 하겠다. 병원에서 이미 진단을 받아 진단서에 소견서에 호적등본에 도장에 본인 주민등록등본에 준비는 다 했다고 빨리 진술서 갖고 오란다. 도대체 내가 이혼하는 것도 아니고 남이 맞은 사실을..
107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60|2006-06-03
내 친구 남편은 너무 잘생겼..
당장 이혼한다고 나보고 진술서 써 달라고 사정 하는 통에 밤늦도록 내 사무실에 있어야 했다. 다행히 서류를 내야 할 날짜가 몇 칠 미뤄지고 그렇게 난 시간여유를 주지 않으면 안 쓴다고 했다. 처음 엔 자기가 쓴단다. 그러라고 했다. 난 에이포용지를 주..
106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623|2006-06-02
너와 함께 자장면을 먹는다면..
춘장을 직접 담은 집이 있어. 일년이고 이년이고 된장처럼 오래토록 묵힌 춘장에 돼지고기를 쪼아대고 양파의 매운 눈물을 받아서 뜨거운 불에 튀겨내는 면을 잘 뽑아내지. 그 집은 다꽝을 안 줘 대신 머릿털이 숭덩 숭덩 있는 대파 한 뿌리를 시커먼 춘장에 ..
105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03|2006-06-01
도대체 누가 이혼하는 겁니까..
맞은 눈 한쪽이 시간이 지나니 이마까지 보라색으로 번진다. 내 친구는 권투선수가 아니다. 직업이라면 결혼 19년 된 가정 주부다. 아침먹고 내 친구 옆에 태우고 난 사무실로 출근했다. 못 들어간단다. 나만 볼 일 보고 오라고 한다. 차 안에 그냥 기다린다고 한..
104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791|2006-05-31
고객의 요구에 착신이 정지 ..
난 손전화에 유감이 많다. 불과 십년전에도 존재가 미미했던 것들이다. 물론 신용카드도 그렇다. 그러니 없어도 잘 살았던 나의 과거들인데. 지금은 이런 기계나 카드가 없으면 나는 죽었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다. 모두가 하나식 몸에 붙어 있어야 안심이 되고 잘 ..
103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868|2006-05-29
프라스틱 빗자루 때문에.
엄마는 화나시면 옛날 고향 충청도 당진면 고대리에서 쓰는 말들이 튀어 나오신다. 응 니가 너갱이 빠진 소리를 하고 돌아 다니라고 선 비게 한 거냐? 아이구 엄마 그게 아니고.. 뭐가 그게 아니고여 니 시방 처녀가 되가지고 뭐하다가 집으로삐집고 온 겨? 갑자기 ..
102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875|2006-05-26
우리집에서 사는 뱀
이사올 땐 같이 온 적이 없는 식구들이 우리집에 살고 있다. 전에 살던 주인은 집 뒷뜰 장독대 근처에 찔레?育見? 흰무궁화며, 감나무를 심어 뒷담을 만들어 울타리가 되게 했다. 사실 이 집은 사려고 한 집이 아니었다. 집 욕심이 없는 나는 여기저기 유랑 하듯..
101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2,212|2006-05-25
백 한 번째 이야기.
좋은 트럭 일방통행 도로에 내 차 앞에 트럭이 서 있다. 큰 개집 안에 우리동네 바둑이가 하품하고 오월 잼딸기 한 박스가 붉게 열렸다. 자외선 차단 한다고 쓴 모자이리라. 꽃무뉘가 점박이처럼 새겨져 있고 금방 비 온다고 하면 똘개천 물꼬 틀었던 삽 ..
100편|작가: 천정자
조회수: 1,591|200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