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핑계도 저 핑계도 다 써먹어 더 이상 진술서를
안 써준다고 못 하겠다.
병원에서 이미 진단을 받아 진단서에 소견서에 호적등본에
도장에 본인 주민등록등본에 준비는 다 했다고 빨리 진술서 갖고 오란다.
도대체 내가 이혼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이 맞은 사실을 증인으로 내 세워 써오라니
숙제하기 싫은 초등학생 얼굴이나 내 얼굴이나 다를 게 없다.
그제야 넌즈시 물었다.
남편한테 연락이 없냐고.
야! 그 개새끼가 연락오면 맨 욕이지..
우라질... 내가 그 놈하고 사는 동안 배운 건 욕하는 거 그거 하나다.
어디 욕 잘가르치는 대학 없냐? 거기서 교수하면 딱이다...
에구구...괜히 말 걸어 나도 식전 댓바람부터 신경질 내는 친구 목소리에 기가 질린다.
그러게 들키지 말던가, 제대로 바람을 피던가, 아니면 때리지 말던가...
생긴 건 영화배우 뺨보다 더 잘생겨서 칠칠치 못하게 지 마누라 성질은 왜 건드려 가지고
해마다 나만 곤역을 치루냐고 이렇게 확 쏘아대면 내 친구 전화통 들고 나에게 뛰어올 게
뻔하다.
자기 전화기를 준단다. 내가 손전화를 정지시키는 바람에 기동성이 부족하단다.
어디 이혼대회 나가나... 일등으로 뽑히면 상주는 데 있남?
이럴 뻔 했다. 휴우..
그런데 갑자기 내 머릿 속을 뺑 도는 감 하나가 뜬다.
그려 ... 이런 수가 있구나.
야! 나 지금 화장실 좀 갖다올께.
뭐라구! 야 !... 뚜우웅...
누가 그랬던가?
모든 일은 똥도 싸고 오줌도 싸는 화장실에서 명상이 나온다는 걸.
그래서 친구를 위하여 잠시라도 생각을 해보자. 깊은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