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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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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스틱 빗자루 때문에.


BY 천정자 2006-05-26

엄마는 화나시면 옛날 고향 충청도 당진면 고대리에서 쓰는 말들이 튀어 나오신다.

응 니가 너갱이 빠진 소리를 하고 돌아 다니라고 선 비게 한 거냐? 아이구 엄마 그게 아니고..

뭐가 그게 아니고여 니 시방 처녀가 되가지고 뭐하다가 집으로 삐집고 온 겨?

 

갑자기 후다닥 마당 한 켠에 얌전히 서있는 프라스틱 빗자루를 집는다.

난 이거 사태가 심각하다 싶어 빗자루를 뺏으려고 했지만 엄마는 홧김에 휘두르니 어깨며

엉덩이며 샌드백이 된 것처럼 두둘겨 맞았다.

 

때리시면서도 이년아 니가 교회나가는 신자냐? 내가 널 갖고 교회다닌게 벌써 사십년인디.

아이구 엄마망신도 유분수지 니 오늘 나한테 맞아 죽어도 할 말이 없는 줄 알어라 지옥을 가던지 시집을 가던지 오늘 가부간 종쳐야 혀 하시면서 또 휘두르니 난 결국 대문 바깥으로 튀어 좁은 골목길을 달음질 쳐 도망다니는데 울 엄마는 뭐라고 소리를 고래 고래 지르며 온 동네를 헤집고 뛰어 다니는 나를 ?아 오신다.

 

아이고 난 숨차고 더 이상 못 도망간다 싶어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렸다.

그런데 뒤가 조용하다. 벌써 울 엄마가 나를 ?아 왔을텐데.

한 참 숨을 고르고 바지를 툴툴털고 머리를 만져보니 혹이 두 개나 툭 튀어 나왔다.

그제야 내가 최재간인가 뭔간이가 가만히 놔 두지 않을 거라고 새삼 결심을 굳혔다.

지 싫다고 직접 말하면 혹시 기분 나쁠까 봐 그래도 배려차원에서 그렇게 말 한건데

그런 걸 엄마한테 일러 바쳐?

 

갑자기 전화를 걸어야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그 전화번호가 영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 번도 걸지 않은 전화번호가 갑자기 머리속에서 떠오르면 이상 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누구에게 전화니 만나자니 그런 제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오는 전화도 잘 안 받았으니.천상 집으로 돌아가야 엄마에게 물어 보아야 한다.

내일 전화를 해야지. 그나저나 그놈의 빗자루는 왜그리 튼튼하게 만든거여...

이젠 다리도 후들거리고 일 한번 제대로 저지르지 못하고 매만 잔뜩 맞았으니 더 억울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길은 구불  구불 에돌아서 천천히 시간만 지나면 울 엄마 화가 진정이 되겠지 했다. 대문이 저만치 보이는데 도무지 발이 안 떨어진다. 아직도 울 엄마가 그놈의 튼튼한 빗자루를 들고 서 있을 것만 같았다.

 

저녁이 다아 되어서 빼꼼히 담 넘어 분위기를 볼려는데 난데없이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 장모님. 걱정 하지마셔유. 제가 다아 책임지고 가르쳐 볼 께유..."

 

난 이게 무슨 소린가 했다. 울 엄마는 아예 최서방이라면서 그거이 아뭇것도 모르니께 자네가 알고 이해하고 하이고 내가 하도 용을 써서 정자를 후려 팼는데... 그 말 끝에 최재간이가 그런다. 많이 팼어유?

 

이거 담하나 사이에 엿듣는 대화에 내가 더 미치고 팔짝 뛰었다.

울 엄마말을 그대로 차용한다면 오메 환장 하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