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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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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남편은 너무 잘생겼다!


BY 천정자 2006-06-02

당장 이혼한다고 나보고 진술서 써 달라고 사정 하는 통에

밤늦도록 내 사무실에 있어야 했다.

 

다행히 서류를 내야 할 날짜가 몇 칠 미뤄지고

그렇게 난 시간여유를 주지 않으면 안 쓴다고 했다.

 

처음 엔 자기가 쓴단다.

그러라고 했다.

난 에이포용지를 주고 잘 나오는 볼펜을 줬다.

 

폼나게 앉더니

야! 가해자가 뭐지?

응 니 남편!

 

그럼 피해자는 나냐?

그럼 아니냐?

 

멍하니 창문을 본다. 왜그러냐 하니 어이가 없단다.

내일이 결혼 기념일인데 ...

그 말만 한다.

 

자꾸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한다.

진동으로 해놓았나 벨소리로 전환한다.

그래도 핸드폰은 조용하다.

 

또 다시 책상에 앉더니 한 참을 쓴다.

나도 그 옆에서 잡무를 보고 있다.

 

친구 남편 얼굴이 떠 올랐다.

처음 본 순간에 난 내 친구 옆구리를 찌르며 그랬다.

니 감당 할 수 있겄냐? 남자 잘 생기면 여러 여자 울린다고 울 멈마가 그랬는 디...

 

그 때가 언제 였더라..

시간도 물결처럼 너무 잘 흐른다.

가뭇 가뭇 더듬어 기억나는 것은  내 친구 보고 싶다고 나를 찾아와

사정을 하던 그 때가 몇 살 때였지...

 

친구는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지 열심히 진술서를 쓰고 있다.

궁금해서 물었다. 잘 되가냐?

 

얼른 보여준다.

저는 스물 다섯에 결혼한 000 입니다라로 시작하여 나간 진술서를 보니 자기소개서다.

으이구..이래가지고 제대로 이혼 하겄냐?

거기서 소장이 그랬잖어.. 어디서 맞았구, 어느병원에서 치료했고, 몇 번 외도를 했으며

이런 거 쓰라고 했지, 니 언제 결혼한 거 물어봤냐?

 

응 그랬지...어휴 맞긴 내가 맞았는디 날짜가 생각이 안 나?

난 또 속으로 그랬다. 제발 그런 기억이라도 건망증에 걸렸슴 좋겠다.

싸그리 보따리 싸갖고 어디 멀리 버렸슴 참 좋을 텐데.

 

야! 니 언제 써 줄 거여?

또 시작이다. 이거 내 친구가 아니면 벌써 모른다고 시침떼버리면 좋겠구먼

 

어쩌다가 친구 진술서에 발 목 잡혀가지고 집에도 못가고.

오늘도 이렇게 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