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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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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자장면을 먹는다면.


BY 천정자 2006-06-01

춘장을 직접 담은 집이 있어.

일년이고 이년이고 된장처럼 오래토록 묵힌 춘장에

돼지고기를 쪼아대고

양파의 매운 눈물을 받아서

뜨거운 불에 튀겨내는 면을

잘 뽑아내지.

 

그 집은 다꽝을 안 줘

대신 머릿털이 숭덩 숭덩 있는 대파 한 뿌리를

시커먼 춘장에 찍어 먹으라고 그러더군.

 

그것도 통째로 들고

자장면 한 입 물고

대파 힌 대가리 우석우석  씹어야

비릿한 맛을 전부 먹을 수 있데.

 

내가 언제부턴가 너와 마주하고

이 자장면을 먹고 싶었어.

 

 

서로 마주보고 말이야.

체면이고 뭐고 면발이 삐죽 튀어나와

춘장 묻은 말들을 하고 싶었어.

감추지 않고

그냥 그렇게 스스럼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웃어 검은 물 배인

웃음을 보여주고

그런 웃음을 지닌 너를 보고 싶었어.

 

 

대파도 딱 반으로 나눠

서로 길게 먹여주고

맛있어? 상냥하게 묻고 싶었어.

 

 

그럼 너는 대답대신 웃를 거 아냐

히힛

 

 

그렇게 웃는 네 얼굴을

그렇게 사는 네 모습을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왜냐하면

사랑하니까.

 

 

덧) 그냥 이렇게 자장면 집에서 데이트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

    그래도 참 좋은 날. 오늘은 유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