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장을 직접 담은 집이 있어.
일년이고 이년이고 된장처럼 오래토록 묵힌 춘장에
돼지고기를 쪼아대고
양파의 매운 눈물을 받아서
뜨거운 불에 튀겨내는 면을
잘 뽑아내지.
그 집은 다꽝을 안 줘
대신 머릿털이 숭덩 숭덩 있는 대파 한 뿌리를
시커먼 춘장에 찍어 먹으라고 그러더군.
그것도 통째로 들고
자장면 한 입 물고
대파 힌 대가리 우석우석 씹어야
비릿한 맛을 전부 먹을 수 있데.
내가 언제부턴가 너와 마주하고
이 자장면을 먹고 싶었어.
서로 마주보고 말이야.
체면이고 뭐고 면발이 삐죽 튀어나와
춘장 묻은 말들을 하고 싶었어.
감추지 않고
그냥 그렇게 스스럼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웃어 검은 물 배인
웃음을 보여주고
그런 웃음을 지닌 너를 보고 싶었어.
대파도 딱 반으로 나눠
서로 길게 먹여주고
맛있어? 상냥하게 묻고 싶었어.
그럼 너는 대답대신 웃를 거 아냐
히힛
그렇게 웃는 네 얼굴을
그렇게 사는 네 모습을
아주 많이 보고 싶었어.
왜냐하면
사랑하니까.
덧) 그냥 이렇게 자장면 집에서 데이트하고 살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
그래도 참 좋은 날. 오늘은 유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