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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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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요구에 착신이 정지 되었습니다.


BY 천정자 2006-05-29

난 손전화에 유감이 많다.

불과 십년전에도 존재가 미미했던 것들이다.

물론 신용카드도 그렇다.

 

그러니 없어도 잘 살았던 나의 과거들인데.

지금은 이런 기계나 카드가 없으면 나는 죽었다고 생각하게 할 정도다.

모두가 하나식 몸에 붙어 있어야 안심이 되고 잘 산다고 생각 하는 것 같다.

 

얼마 전  내 손전화는 쉬고 있다.

몇년을 부려먹고 이용하고 사용해 왔던 전화다.

그런데 이젠 전화가 나보다 더 인기가 좋은 것처럼

자꾸  불안해지는 증세가 나에게 생겼다.

 

화장실에 간 사이에 벨이 울리면 어떻게 하나 들고 다니고.

자다가도 어디 급한 전화가 올지 모르니 남편보다도 손전화를 먼저 챙겨지게 되는 것이다.

고객하고 상담을 할 때도 벨이 시끄러울 까봐 매너 모드로 만들면 뭐하나

내 몸이 웅웅 흔들릴 때는 이상하게 싫었다.

 

1984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어떤 큰 어른이 나를 항상 돌봐주신다고 카메라로 다른 눈을 통해서 감시당하는 시대가 올 거라고 예언 했던 그 책이 불현듯 나를 두고 애기하는 것 같았다. 

손전화에도 모자라 메신저에. 메일에 유선전화에, 뉴스에. 늘 화면을 마주 대하고 사는 내 모습을 보니 현대인이라는게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난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무엇이던지 전화 한 통화로 원스톱으로 하는 것을 열거하기 시작했다. 은행 가는 거 싫어서. 돈 찾아 보내기 싫어서 폰 뱅킹, 인터넷 뱅킹. 핸드폰 결제 내역, 심지어는 전화로 저녁에 야식을 얼마나 시켜먹었나등을 일일히 따지기 시작했다.

 

 별 거 아닌 현대인 나는 심심해서 이런 거를 열흘동안 뒤지다 싶피 조사를 했다.나의 가계부는 별로 적을  게 없다. 있다면 차계부 역활처럼 주유량이라든가 점검처럼 그런 거를 적어 놓는 것이 태반인데.

 

 적다보니 걸어서 은행가서 돈 찾고 돈 보내고 세금내고 그러는 시간이 모두 수수료에

빠르고 간결한 서비스에 몽땅 흘러 들어간 것을 알았다. 어딘가에 속은 기분이다.

손전화 통화내역도. 몇 년 동안 사용요금 내역도  모두 일괄로 점검을 했다.

 

십년동안 사용한 총 요금내역이 천만원이 넘어가고 있었다. 난 기겁을 했다. 세상에

나도 잘 안쓴다고 하는 요금인데 그 동안 핸드폰텔레콤회사에 적금을 든 것도 아니고. 그리고 그토록 오랬동안 사용한 기본 요금은 처음이나 지금은 한결같이 같고, 장기 고객이라고 깎아주는 통화요금도 영점 영 몇 %이고, 그러고 두어달 요금 못내면  직권해지니 뭐니 채무자 다루듯이 하는 전화국이 아닌 텔레콤을 옆으로 쬐려 보고 노려보기 시작헸다. 요즘에 발신자표시나 무료를 한다고 생색을 내는데. 그럼 그동안 받아간 요금은 도로 줄 겨? 이렇게 따져 묻고 싶었다.

 

 신용카드도 마찬가지다. 부우자 되세요 라는 말에 숨어 있는 숨은 말을 잘 찾아야 한다,

얼마 전 부터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수료는 설계사가 내야 한다.

어디에다? 당연히 카드사다. 외상을 원래 좋아 하지 않지만  이런 거 좋아 했다간 소 한마리만 잡는 게 아니고, 집 한채 얼른 가져 가세요 빨리 빨리 가져 가세요. 날짜 어기면 연체이자에 수수료까지 덤으로 주겠습니다. 어디에 ? 카드회사에...

  이렇게 잘 알아둬야 이용당하지 않는다. 우대고객이니. 비아이피니 다아 회사에서만 분별하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 말이니. 카드회사에 가입한 회원은 아무 상관 없다.

 

 이제 신용카드는 벌써 몇 년째 나랑은 아무 상관 없이 사니 결제일이니 마감이니는 전혀 별개다. 세상에 이렇게 편하게 살 수있는 방법이 있구나 했다. 운행도 일부러 간다. 특히 여름엔 너무 더워 잠시 그냥 앉아 있는데도 문 앞에서 어서 오십시오! 이런다. 인사받고 조금 쉬었다 세금내고, 아는 사람 만나면 안부 서로 묻고 그러면 손전화요금도 절감이 된다.

 

  너무 편안하게 살려고 했던 거라면 끌려 갈 게 아니다.  나름데로 다른 길이 있는데 천천히 찾아가는 것들을 빼앗긴 것 처럼 보였다. 난 과감히 오는 전화도 거는 전화도 정지 시켰다. 그리고 고객들에게 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안녕하신지요. 다름이 아니오라 목소리로 안부묻고 자 할려다가 이렇게 엽서로 한 장 뛰워 보내는 것도 괜찮을 까 싶어 보냅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한달에 한 번씩 글로 인사를 드릴 까 합니다. 문자요금도 30원이니 이렇게나 저렇게나 엽서도 꽉 채워보내면 용량초과라고 배달이 안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뭏튼 열심히 오늘도 사시는 님의 모습에 응원을 보냅니다.

 

  이렇게 엽서에 전화정지를 한 것 과 동시에 보내니 답장도 엽서로 날아 들었다.

 

" 사장님~~~ 앞으로 주욱 전화 정지 하세요~~~ 엽서가 더 좋습니다.~~~"

 

 아무래도 나의 팬이 더 늘 것 같다. 팬관리  차원에서 ㅇㅇ텔레콤에 정지기간을 더욱 늘려 주세요... 엽서로 보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