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안장일
아버님은 국가유공자시다. 무공훈장을 거실 천장 아래 높다랗게 걸어 놓으셨더랬다. 평소에 화장을 원하셨던 아버님의 유골은 대전국립묘지에 안치할 수 있었다. 장례를 마치고 국립묘지에 봉안을 했다가 어제 (1월 6일) 합동 안장식이 있었다. 유족 대표로 아주버..
154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42|2006-01-07
이별
예전에 살던 곳인지 그다지 낯설지는 않은 곳이었다. 우리가 이사를 했고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장농 위에 내 물건이 아닌 서랍 몇 개가 올려져 있어 열어보니 구슬도 아니고 돌맹이도 아닌 단단한 것들이 가득했고 검정색 치마 저고리가 들어 있었다. \'이건 상복..
153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02|2006-01-02
제사
아버지 기일에 보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다 챙겨놓은 가방을 들고 나선 걸음을 되돌렸다. 눈발은 핑계였고 왠지 모를 기운이 자꾸 나를 머뭇거리게 했다. 거기다가 길 미끄러운데 먼길 삼가라는 작은 언니의 걱정을 덜어주는셈 치고 꾸렸던 짐을 다시 부렸다. ..
152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56|2005-12-19
이웃
"언니!전데요.지금 집에 있어요?" "아니...집에 없어.." "언제 오실건데요?""글쎄..며칠 걸릴래나." "멀리 가셨구나..오시면 연락하세요." "왜?뭐 주고 싶은거 있어?" "호호호...그냥요.보고 싶어서요.' 친정에 가 있는 동안 걸려온 이웃 동생의 ..
151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57|2005-12-06
가슴아!
뭐에 홀린듯이 지난 일주일이었다. 그 아이를 처음 봤을 때 주근깨가 송송 오른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가. 그랬던 그 아이가 지난 주말에 결혼 청첩장을 보내왔었다. 벌써 15년이 지났으니 그래..시집 갈 나이가 되었지. 내 나이 스물일곱엔 아이를 하나 낳은 엄마였으..
15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16|2005-12-05
기분 좋은 날
"손님 중에 모팅이 님 출납 창구로 와 주세요" 은행 창구에 볼 일이 있어서 대기자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출납 창구에서 왠 마이크 방송을 하는데 어찌 들으니 내 이름같기도 하고,아닌것 같기도 하고.. 해서 하던대로 순서 번호가 들어오는 빨간불을 쳐..
14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40|2005-11-24
초보농군(11)
농사라고는 'ㄴ'자도 모르는 부부가 올 봄에 주말농장을 신청했다고 하자누구는 그것이 만만히 볼 일이 아니라며 지레 겁을 주었고 누구는 사 먹는 것이 싸다며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농장 개장이 되면서 얼었던 땅에 새 기운이 돋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아이..
148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36|2005-11-21
고구마 한 박스,콩 한 봉지
딩동~~늦은저녁에벨이울렸다.낯선아저씨앞에네모난박스하나가놓여져있었고'고구마네요'하시며사인을하라고하신다.내30년지기친구가보내온고구마였다.농사도없는친구가작년에이어올해또고구마를보내왔다.잘아는집에부탁해서골라보낸고구마라는데때깔도곱고크기는쌍동이같이고르다.늦은시간이라전화대신문자메시지..
147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15|2005-11-07
면사무소 입니다
시집 갈 때 다리미를 사가면 뜨거운 일 겪는다고 다리미는 안 갖고 간다고들 했었지만 그때 내겐 다리미는 필수여서 싸구려 다리미를 하나 사가서 한 십 년 요긴하게 잘 쓰다가 뭘 다리다 태웠는지 다리미 밑바닥이 까맣게 타서 치약으로 닦아도 보고 신문지에 문질러도 ..
146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208|2005-11-03
못됐다
아침 9시 30분,집 앞 재활용 분리장 앞에서 앞동 아줌마랑 만나 등산을 가기로 했다. 등산화 끈을 질끈 매고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현관 앞이 허옇다. 쌀이다. [으메 아까운거..]이건 두번째 생각이고 먼저 누가 흘렸는지 괘씸하다. 누군가 보내준 쌀이거나돈을..
145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053|2005-11-02
초보농군 (10)
지난주 고대산 가는 길에 배추밭을 지나다보니 배추들의 뚱뚱한 허리가 묶여 있었다. 배추 속이 차기 시작하면 해야 되는 작업이라 했다. 짚단을 구하기 어려워 노끈을 준비했다. 하얗고 붉은 끈으로 야무진 마무리를 마친 배추들도 있고 늦게 심었는지 아니면 모종대신 ..
144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162|2005-10-30
연탄불
4주째 비 오는 금요일이다. 가을 비 한 번에 내복 한 벌이라더니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제법 쌀쌀해진단다. 오늘이 시월하고도 스무여드레이니 추워질 때도 되었다. 어느해 시월 끝자락에 속리산에 갔다가 눈에 파묻혀 덜덜 떨던 생각이 난다. 혼자 있을 때에는 ..
143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301|2005-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