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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날


BY 모퉁이 2005-11-24

"손님 중에 모팅이 님 출납 창구로 와 주세요"

은행 창구에 볼 일이 있어서 대기자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출납 창구에서 왠 마이크 방송을 하는데

어찌 들으니 내 이름같기도 하고,아닌것 같기도 하고..

해서 하던대로 순서 번호가 들어오는 빨간불을 쳐다보다가

벽에 걸린 대형 모니터의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순간적인 예감인지 버릇인지 가방에 손을 넣어 보았다.

검정색 지갑이 손에 집히지도 않고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알게 되자

순간 당황스런 몸짓으로 약간 허둥대었을 것이다.

아니..혹시..방금 부른 그 이름이 내 이름이었나?

맞다면 나를 찾았던 이유가 뭘까?

 

"저기요~"

내 순서가 되지도 않았는데 방금 마이크 방송을 하던 여직원을 불렀다.

과장 아무개씨라는 직함과 이름이 적힌 명찰을 단 직원이 쳐다보더니

빙긋이 웃었다.

 

"불러도 안 계신것 같아서 지갑을 좀 열었습니다.

혹시 고객이신가 싶어 신원조회를 하여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꺼내서 죄송합니다."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내 주민등록증이었다.

 

보통은 신용카드로 현금을 찾아 쓰는데 오늘은 창구에 직접 볼일이 있어서

출금 전표를 적으면서 통장만 꺼내고 지갑을 전표 쓰는 자리에 두고는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었다.

마침 어느 손님이 지갑을 발견하였고 창구 직원에게 건내고 돌아갔다는 것이다.

지갑을 확인해 보라는데 차마 그 자리에서 열어 볼 수가 없었다.

조용히 뒷자리에 앉아 우선 두 개의 카드와 주민증과 면허증을 확인하고

얼마 안되는 현금은 세어 보려다 그만 두었다.

얼마가 들어 있었는지 나도 정확한 금액을 모르기도 하였고

주민등록증과 면허증 그리고 신용카드 두 장이 그대로인 것만도 다행인데

확실치 않은 현금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될까봐 두려웠다.

 

잃어버린 사람이 죄인이라는 말이 있다.

물건을 찾고도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서 의심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이야 말로 정말 못된 짓이다. 찾게만 해달라고 소원해 놓고

정작 찾게 되면 모자라네 어쩌네 하게 되면 찾아주고도 불편하게 된다.

 

"어떤 분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인사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요."

"남자 분이셨는데 주웠다면서 주인 찾아주라는 말만 하고

돌아가셨어요."

 

잃어버린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고서

만약에..라는 가정을 놓자 가슴이 울렁벌렁했다.

점심시간인지라 은행 창구 직원들의 식사시간과 맞물려서

밀린 대기자들도 많았고 휴대폰 광고하러 들어와 있는

직원들도 있었고 이래저래 북적이던 곳에서 이렇게

남의 물건을 찾아 주고 돌아가신 그 분의 심성이 너무도

고맙고 감사했다.

남의 물건을 탐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이렇듯 거짓없이

사는 사람이 있더라는 믿음을 전하고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난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이다.

그 분께 모자라지만 진심으로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