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도 뭣도 모르는 남자
여러날 전,, 시동생이 연극표가 생겼다며 형님이랑 두 분(?)이서 다녀오란다. 생각해보니 영화는 몰라도 둘이 연극을 보러 간 기억이 없다. 우리가 이렇게 문화생활에 건조한 사람이다. 시간은 저녁 8시. 장소는 대학로 네모극장. 퇴근시간은 정확하게는 6시지..
25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821|2010-06-29
지나친 존댓말
“이제 중화제 하실 게요” 파마 중간에 중화제를 뿌리겠다고 노르스름한 머리에 마스카라를 짙게 그린 미용실의 예쁜 언니가 친절하고 상냥한 말씨로 일러준다. 파마를 풀더니 이번에는 “이제 샴푸 하실 게요.” 하면서 샴푸장소로 안내를 한다. 모든 행동이 끝나고 미..
24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862|2010-06-09
나도 갈매기
야구의 \'야\'자도 모르던 딸아이가 언제부턴가 야구에 재미를 붙이더니 며칠전에는 야구장까지 갔단다. 아직 마음 정해진 팀 없이 친구따라 간 야구장이라 친구가 응원하는 팀인 기아 응원석에 앉았단다. 때마침 기아팀이 엄청난 점수로 지던 날이었고 다음날은 반대로..
248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244|2010-06-03
오늘은 쉽니다
딸아이 출근시키고 신문은 보는둥 마는둥 대충 접어놓고 모처럼 월요일 아침 티비뉴스를 보고 있는 남편을 혼자 거실에 두고 나는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 들었다. 간밤의 체온이 남아 있는 이불 속이 따뜻하고 포근했다. 잠은 더 이상 오지 않았지만 이불 속의 포근함을 ..
247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412|2010-05-31
산사음악회
지난 주만 해도 연두색 일색이던 나무들이 일주일 사이에 녹색빛을 띠고 있다. 산벚꽃도 휘휘 꽃잎을 날리고 있고 개나리색은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봄이란 계절은 너무도 짧다. 약간 덥다 느끼며 산책로 푸른 길에 취해있는데 시간나면 보자며 어설픈 약속 해놓고 지내던..
246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260|2010-05-09
잠시 보류 중
시장 골목을 거의 벗어나면서 짧은 신호등 하나를 건너야 집으로 오는 길이다. 시장가방 든 손을 반대손으로 바꾸는 순간에 신호등 색깔이 바뀌면서 건너편에 서 있던 여자가 어깨에 길다란 통가방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얼굴이 내 눈에 익어오고..
245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061|2010-05-04
순 억지
\"오이여 양파여 바나나여 무여~~~\" 오랜만에 들려오는 소리는 버스종점에서 채소를 파는 아저씨 목소리다. 겨우내 들리지 않더니 다시 장사를 시작하셨나 보다. 일정한 시간에 동네 한 바퀴를 돈다는 것은 아는데 못 듣는 날도 있고,들어도 볼 일이 없어 신경쓰지 ..
244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854|2010-05-04
글로 보내서 미안하다
언제부터 어깨가 아프다고 하던 친구가 참을만큼 참아보고 약물치료에 물리치료를 하다가 안되어 결국은 수술을 하게 되었나 봅디다. 거리가 있어서 가보지도 못하고 전화를 넣었지요. 18시간 만에 이제야 물 한 모금 마셨다는 여자의 목소리에 가뭄이들어 쩍쩍 갈라집..
243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2,561|2010-04-27
저녁단상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지고 있다. 한쪽으로 모여진 꽃잎새가 보슬보슬 밥풀떼기 같다. 한웅큼 집어들고 보리깝데기 날리듯이 후훅 불어 날려본다. 지천이 꽃잔치다. 꽃 피고 진 자리에는 연두잎이 서로 튀어나오려 아우성이다. 이름은 푸근해도자태는 요염한..
242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018|2010-04-22
아내의 노래
누가 그들을 차가운 물 속에 가두었나. 누가 그들을 내 형제 내 가족 아니라고 생각할까. 서해상에서 일어난 해군 천안함 사건은 온 세상 사람이 다 가슴치고 울부짖은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실종자 및 사망자 가족 뿐 아니라 생존자 역시 편치 못한 육신을 다스리고 있..
241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448|2010-04-16
쑥떡 먹고 쑥덕쑥덕
4월 날씨가 45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라 한다. 이제사 피기 시작하는 목련이 화들짝 놀라 까맣게 먹물 들겠다. 세탁소에 맡겼던 겨울 옷은 아깝고 목도리나 대충 하나 더 걸치고 집을 나서본다. 대충걸친 목도리보다 더 대충바른 낯이 민망하긴 하지만 썰렁한 날씨 탓..
240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669|2010-04-14
나, 속 좁은 거 맞다
볼려고 해서 본 게 아니다. 요즘들어 나 만큼이나 자주깜빡대는남자가 자기 휴대폰을 두고 갔다. 난데 없는 전화소리에 보니 두고 간 남자의 전화였고 부득이 대신 들어 두고 간 전화라고 말해주고는 뜬금없이 솟구친 궁금증에 메시지 내용을 보게 되었다. 별시리 중한 ..
239편|작가: 모퉁이
조회수: 3,137|2010-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