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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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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보내서 미안하다


BY 모퉁이 2010-04-27

언제부터 어깨가 아프다고 하던 친구가 

참을만큼 참아보고 약물치료에 물리치료를 하다가 안되어 결국은

수술을 하게 되었나 봅디다.

 

거리가 있어서 가보지도 못하고 전화를 넣었지요.

18시간 만에 이제야 물 한 모금 마셨다는 여자의

목소리에 가뭄이 들어 쩍쩍 갈라집디다.

못 가봐서 미안타고 몸 조리 잘 하라고

그래서 다음에 만나면 두 팔 들어 만세도 불러보자고 했지요.

끊고 나서 생각하니 아무 것도 입 다실 것을 못 보낸 것이 쪼매 아쉬워서

문자를 하나 보냈습니다.

 

[전복죽 특식하고,오렌지 쥬스 두 병을 글로 보내니 부담갖지 말고 드셔~~]

이렇게요..

바로 띠리리 전화가 울립디다.

그걸 우째 보냈냐고 가뭄들었던 목소리가 이제는 홍수가 날라 합디다.

세상에 그걸 어째 보낼 생각을 했냐며

어떻게 보내는 방법이 있었냐고 고맙다고 난립디다.

곧 전복죽과 오렌지 쥬스가 도착할 줄 아는 목소립디다.

 

흐머~이걸 우짠댜?

내가 한 싱겁을 하걸랑요.

장난끼를 섞어서 직접 가보지도 못하고해서리   '글'로 보낸다고 한 것이

아,글쎄  '글로'가  경상도 말로 '걸로.글로' 즉 '거기로'로 해석이 되었던가 봅니다.

그러니께 전복죽과 오렌지 쥬스를 거기로(병원으로) 보낸다는 줄 알고

고마움에 흥분된 듯

방금 물 한 모금 마셨다는 목소리가 전복죽 반 그릇은 비운 목소리가 된 겁니다.

 

 

내가 장난이 심했나 봐유.

그냥 웃으라고 보낸 메시지였는데..흑흑...

 

"너 있는 곳이 부산이라서 부탁할 사람이 없다.

시어머니한테 부탁할 수도 없고, 울엄마한테도 그렇고..

미안해서 글로나마 보냈으니 먹어 줘.

혼자 다 먹지 말고 간호하는 신랑이랑 나눠먹어. 킥킥킥..."

그제서야 하하하 눈치를 챈 여자가 아픈 팔을 들썩이며 웃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팔 아파서 전복죽 못 먹는 건 아닐텐데...진짜 미안네요.

다음에 만나면 진짜 전복 듬뿍 들어간 죽 한 그릇 사줘야 되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