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날 전,,
시동생이 연극표가 생겼다며 형님이랑 두 분(?)이서 다녀오란다.
생각해보니 영화는 몰라도 둘이 연극을 보러 간 기억이 없다.
우리가 이렇게 문화생활에 건조한 사람이다.
시간은 저녁 8시.
장소는 대학로 네모극장.
퇴근시간은 정확하게는 6시지만
이런날 별로 없고 대부분은 7시 이후.
아..시간분배를 어떻게 해야 하나.
음..우선 땡퇴근을 하게 하고
저녁은 대충 집에서 먹고
주차공간이 없다하니 버스로 대학로 가서 좌석 배정받고
연극보고 끝나면 얼추 10시 정도 되니
젊은이 거리에 중늙은이도 끼어 간단하게 뭐라도 한 잔 시음하면서
연극에 대한 소감 혹은 우리들의 이야기 낯간지럽게 좀 하고
총총히 돌아오면 하루 마감되겠구나..
여기까지는 내 생각.
퇴근시간 가까이 되자 걸려온 전화.
"밥 했나?"로 시작해서 사무실에 00씨가 그러는데 이런 날은 나가서 밥 먹는 거라는데
저녁 먹고 연극볼까? 00씨가 가는 길에 대학로까지 태워다 준다니까
도착하면 바로 나갈수 있게 준비하고 있으라는 전달이다.
선배님(?)의 문화생활에 조언이랍시고 해 준사람이나
전해들었다고 그대로 고자질 하는 사람이나 멋이라고는 먹고 죽을래도 없다.
뭘 모르면 얻어 들었지만 자기 생각처럼 꾸며대기라도 하던가
어째 들은대로 그대로 옮겨 읊어대노.
이런.. 계획이 달라진다.
밥솥에 밥은 굳은채로 뚜껑도 못 열어보고
도착한 대학로는 젊은이들로 넘치는데
막상 먹자고 찾은 식당 메뉴는 느긋하게 먹을 음식보다
빨리 먹고 일어나야 되는 쪽에 눈이 가고
뭘 먹었는지 맛도 모른채
극장을 찾아 뱅뱅 돌다 좌석배정 받고
잠시 숨 돌리고 화장실 다녀오고 어째어째 연극은 끝났고
급하게 먹은 저녁이 위에 그대로 저장되었는지
더부룩하던 배가 뽀골뽀골 바람이 들어 불러오기 시작하고
그 잘난 시음도 한 잔 못하고 싸한 냉기가 빵빵 나오는
버스에 몸은 실었는데
무슨 이런 찬스가 다 있나.
좌석도 여기 하나 저~~~~쪽에 하나 따로 나란히 앉았네.
중간쯤 오다 슬쩍 뒤돌아보니
하루가 고단했는지 반쯤 숙인 고개가 앞으로 더 숙여졌다 들렸다 하고 있다.
에구~저 멋도 뭣도 모르는 남자하고는....쯥~~
비록 연극 제목이긴 하지만 이 말 한 마디 읊어댄게 있어서 봐주기로 했다만
나는 아무런 대꾸 하지 않았다.
그대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