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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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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단상


BY 모퉁이 2010-04-22

벚꽃이 피는가 싶더니 지고 있다.

한쪽으로 모여진 꽃잎새가 보슬보슬 밥풀떼기 같다.

한웅큼 집어들고 보리깝데기 날리듯이 후훅 불어 날려본다.

 

지천이 꽃잔치다.

꽃 피고 진 자리에는 연두잎이 서로 튀어나오려 아우성이다.

이름은 푸근해도 자태는 요염한 명자꽃도 피었다. 

남자 마음을 홀라당 뺏어가 여염집 마당에서는 키우지 않았다나 뭐라나.

 

맥놓은 기집애 머리 처럼 늘어졌던 개나리 진 자리에 새잎이 돋은지 제법 되었다.

어째 내 눈에는 훗잎이라는 나물처럼도 생겼고

라일락 향기 버금가는 단내가 나는 쥐똥나무잎도 닮았고

빨간 열매가 달리는 구기자도 닮았다.

 

벽돌담 대신 울타리를 치고 살았던 시절에  탱자나무도 그랬지만

개나리도 구기자도 훌륭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우리집 울타리는 구기자나무였었나.

저녁 연기 몽실몽실 피어오를 시간이면 찬거리 하나 뚝딱 해결되던 구기자.

급하게 훑어온 구기자 잎 파랗게 데쳐서 된장 고추장 조물조물 버무리면

어린 내 입맛에도 맞았는지 쌉싸름하면서도 달작한 맛이 좋았다.

봄나물은 역시 된장에 무쳐야 맛있음을 그때부터 알았나.

 

개나리 파란 잎을 보면서 뜬금없이 구기자를 생각하는 정신없는 여자.

구기자는 없고 입맛은 살아 동동거리는데 어쩔소냐.

어린 머위라도 삶아 쌉쏘름한 맛을 훔쳐와야지.

밥은 보리쌀을 조금 섞은 잡곡밥이 좋겠고

흐멀건 된장보다 자작자작 지진 강된장이 좋겠지.

아흠~오늘 저녁 배가 웃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