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날씨가 45년 만에 가장 추운 날이라 한다.
이제사 피기 시작하는 목련이 화들짝 놀라 까맣게 먹물 들겠다.
세탁소에 맡겼던 겨울 옷은 아깝고 목도리나 대충 하나 더 걸치고 집을 나서본다.
대충 걸친 목도리보다 더 대충 바른 낯이 민망하긴 하지만
썰렁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는 사람도 별로 없어
아는 사람 만날 확률은 마로니에 공원에서 비둘기 똥 맞는 일보다 낮을 것 같다.
은행에 들러 통장정리를 하고 (흡~통장에서 딸랑이 소리가 난다.ㅎㅎ)
약국에 들러 잇몸약을 하나 사고
때 아닌 고구마 타령을 하는 큰딸을 생각해서 고구마도 사고,
나무새 몇 가지 샀는데 집에 와서 풀어보면 먹잘 것도 없을 것들이
무게만 나가고 팔만 아프다. 그리고 춥다.
대충 단장한 몸만큼이나 장보기도 대충하고 돌아오는 길에
방앗간 떡집 앞에 내 놓은 쑥떡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오늘은 어째 전부 대충한 일 밖에 없나.
점심도 대충 한 술 떴더니 배도 출출하고 날씨는 썰렁하고
집에 가도 먹을 만한 군것질거리도 없을 테고,
에고.. 나 이렇게 배 고파가며 장 봐서 아침저녁 상 차리는 거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테고, 뭐 쑥떡 한 봉지 사 먹는다고 살림 거덜 냈다는 소리는 더더욱 안 할 테고.
그렇다고 자장면을 사 먹을 정도는 아니고,
그래...쑥떡이나 한 팩 사자. 집에 가서 먹자.
시장 통에서 몇 군데 단골을 꼽으라면 몇 번째 손가락에 꼽힐 떡집에 문을 여니
안 사장님은 안 보이고 바깥 사장님이 평소 그답지 않게 시리 멋쩍은 표정으로 눈으로 뭘 찾느냐고 묻는다.
“쑥떡 하나 주세요.” 하고 보니 사장님 오른 손에 젓가락이 들려 있다.
“이제 점심 드세요. 싸모님은 어디 가시고 혼자 드세요?”
“허허..마누라 놀러 갔슈. 그래서 라면 끓이는디 계란도 넣고 끓여유.
두 개....참...파도 넣었슈.“
느릿느릿한 말투가 하나 급한 것 없어 끝까지 듣자하면 엄청 길어지는 떡집 사장님이다.
“아...나 일러줘야지..사장님 계란 두 개 넣었다고...”
“흡~말 하지 마유. 마누라 한티 혼나유.
지난번에 쩌그 00이 할매 차 한 번 태워줬다가 나 맨홀에 갇힐 뻔 했슈.
아..이 마누라가 글씨 나보고 아무 여자나 태운다고 맨홀 속에 들어가라 하잖유.
우리 마누라 덩치 알쥬? 으휴~나 무서워유~~말 하지 마유?“
설마 라면에 계란 두 개 넣은 것과 할매 차 태워준 거랑 같은 벌을 주실까.
흐흐..처음 듣는 말도 아니고 맨 농담이란 걸 안다.
쑥떡 한 팩을 이천 원을 주고받아 들고 와서는 시장가방 냅 던지고 혼자 앉아 우적우적 씹어 벌써 세 개나 먹었다.
쑥떡 속에 하얀 팥소는 내가 좋아하는 고물이어서 맛이 좋다.
철 지난 쑥이 쑥쑥 자라서 제멋대로 흩어지면
엄마는 칼도 없이 손으로 뚝뚝 쑥을 뜯어 와 삶고 씻어 허연 쌀가루 버물러
얼기설기 쪄 낸 쑥설기를 해주거나 날 밀가루에 묻혀 쪄낸 쑥버무리를 해주곤 했다.
어린쑥일 때는 쑥국도 좋지만 조금만 때가 지나면 쑥이 질겨서 국보다 떡이나 버무리가 제격이다.
충청도 어느 골짝에 잠시 살 때 쑥과 쌀을 같이 갈아 꼽꼽하게 익반죽을 해서
요리조리 손으로 모양내어 빚어서 찐 쑥개떡을 얻어 먹어보고는 그 맛도 가끔 생각난다.
잘 쪄진 쑥개떡이 한소큼 식으면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실실 발라야 윤기도 나고 맛도 있다.
몇 해 전에는 같은 생각을 한 이웃과 쑥을 뜯으러 참 멀리까지도 나갔었다.
나들이 삼아 나간 일이긴 하지만 하루 종일 판 품을 생각하면 참 비싸기도 한 쑥이었다.
손끝에 검정물이 한 동안 지워지지 않아 지저분한 채로 쑥개떡을 빚어 냉동실에 넣었다가 출출하거나 누가 오면 쪄서 나누곤 했는데 그 이야기를 엄마한테 했더니
어느 들로 산으로 쑥을 찾아 헤매셨는지 삶아서 얼린 쑥 덩어리를 택배로 보내셨다.
아~~엄마~~무슨 말을 못 해.
‘내가 해 줄 끼 어데 있노. 쑥이야 밖에 나가모 천진데..돈 드는 것도 아이고 내가 이것도 몬 해 주건나. 또 필요하나? ’
나도 쑥을 캐러 다녀봤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허리 아프지 다리 아프지..뜯어 오면 검불댕이 골라 다듬어야지,
불에 올려 데쳐야지. 씻어야지....하루 왠 종일 일이더만.
'느그 오믄 떡 할라꼬 쑥 얼라 놨다.'
어쩌면 엄마 냉장고에는 묵은 쑥 덩어리가 꽁꽁 언 채 해동 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쑥 있냐고 물으면 당장 쑥 뜯으러 간다고 일어날까봐 묻지는 못하겠고
남은 쑥떡 집어 들고 한 입 크게 베어 본다.
아....변덕스럽게도 그 사이 입맛이 변했나.
아까 그 맛이 아니고, 오래 전 그 맛은 더더욱 아니다.이런.....
촐촐할 때 간식으로 좋지요. 산에 갈 때도 좋고요.
아니 그런데 쑥떡을 찰떡이라 하면 어찌하십니까. 그저 송구하옵니다.^^
앞으로는 쑥도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야 맛을 보게 될 지 모를 일입니다.
여기는 쑥 구경 하기가 어렵네요.
요즘 살구꽃님 글이 사방팔방 웃음 나게 합니다.
댓글도 이리 감칠맛나게 올려주시고...오늘도 즐거운 하루 예약하세요.^^
좋은건 죽어라 안처먹고..나쁜건 죽어라 처먹으니..살만 찌공..ㅎ 저두유
시장,들러서리, 바람떡,한팩,돌미나리, 얼가린가. 먼가 하는 배추새끼랑,
울아들놈,먹을 간식거리랑, 사왔는데..지두 병원서 물리치료받고 와설랑
꼴나게 올려논 내글에 댓글도 달아야지..점심도 못먹고..떡몇개 주서먹고
이제..좀있다가 ,서방 오거들랑, 밥 한대접 미나리넣고 비벼먹고 뱃살
에 , 더하기좀 할려구요...ㅎ 언제나 모퉁이님글은 잔잔하니.. 그냥 모..
정이 간다구유...ㅎㅎㅎㅎㅎㅎㅎ 저이쁘쥬...ㅎㅎ오늘은 병원 원장에게
이쁘게 보일라꼬, 페인트칠좀 하고갔는데..ㅎ 원장도 50대 중후반에 생긴것도
별룬데...ㅎ 참내..것두 남정네라고..잘보일라꼬....ㅋㅋㅋㅋ
낸시님 꽃마당은 익히 알고 있는 터...거기다 쑥밭까지 맹글어 놓으시면
텍사스 사람들 이게 왠 국화냐? 하는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국화와 쑥을 구분 못하는 사람도 있더라 말입니다.ㅎㅎㅎ
쑥떡 이야기에 여기저기 쑥덕거리는 소리 들립니다.
누구는 찰떡,누구는 바람떡...ㅎㅎ
설탕이나 들어갔건디요. 사카린 찔끔 넣고 왕소금을 넣어 간을 했으니 어떤땐 소금이 그냥 씹히기도 해요. 그래도 그것이 있어서 저녁까지 버틸 수 있었네요.
아...오래 된 이야기입니다.ㅎㅎ
작년, 올해 그렇게 쑥떡을 한번도 먹어보지 않았네요....
쑥 냄새 정말 좋은데....
정말 먹고 싶네요.... ^^ 옛날 할머니가 해 주신 쑥떡.... 생각나네요... ^^ 뚝에서 캔 쑥으로 떡을 해서 바로 먹었을 때 그 맛은... 아시죠? ^^
그 쑥떡이 그립네요.. ^^
예전에는 소도 없이 쪄낸 쑥떡도 맛있었는데 지금은 별난 소를 다 넣고 쪄내도 옛맛 처럼은 아니더라구요.그땐 아마도 배고픔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만... 요즘 티비에서 음식프로가 많잖아요. 그 중에서 저는 시골밥상 인가 그 프로가 제일 맛있습디다.입맛이 워낙 촌티 나서리...ㅎㅎ
울 유뽕이가 쑥떡을 참 좋아하거든요.
애기때부터 이상하게도 흰떡보다 잘 먹어요.
하물며 취떡이라고 여기 사람들이 취나물로 해먹는 떡도 좋아하지요.
생긴모양새가 꼭 쑥떡 같거든요. 색깔만....ㅎㅎㅎ
뭐든....예전 맛이 아니더군요.
입맛 없어지는 요즘 그리운 건 고향의 맛이요, 어린시절의 음식이건만.
다른 건 다 변해도....사람 맘은 그대로 남아있으면 좋겠네요.
바람은 여전히 찬데, 햇살이 곱습니다.
텃밭에 싹들 잘 움트기를 기다려봐야겠네요.
좋은 하루되세요^^
쑥떡 이야기에 이렇게 풍성한 글이 엮일 줄이야..ㅎㅎ
요즘은 케잌도 빵보다 떡이 더 인기가 많다더라구요.
저도 떡을 좋아해서 가끔 사다 먹어요.
늙은 호박을 길다랗게 썰어서 빨랫줄에 걸쳐서 말렸다가
시루떡을 찌면 그게 참 맛있던데 요즘은 호박색만 들어가고
호박오가리 들어간 떡은 찾기 어렵더이다.
우웅~갑자기 호박떡 생각이 몽실몽실..ㅎㅎㅎ
전 정말 쑥인지 국화잎인지..잘 모르겟드라구요
~~~~~모퉁이님 쑥떡 이야기 즐거웟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