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동화가 있는 풍경
가벼운 차림으로 뒷산에 몸을 실어 본다. 뒷모습을 보이는 가을의 잔재들이 여기저기 쓸쓸함을 풀어낸다. 떨어져 쌓이고 빛 바래 가는 낙엽의 몸부림. 물기를 싸안으려 잔뜩 오그라드는 잎새의 본능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의 마지막은 이렇듯 처절 한지도 모..
14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467|2005-04-01
눈물의 색깔
아주 먼 옛날인 듯 이젠 얼굴마저 가물가물 기억에서 먼 외할아버지의 부음을 전해 들었다. 그 새 얼마나 울었는지 여든 여덟 아버지를 보낸 예순 넷의 목 쉰 엄마는 그러나 딸네의 새벽잠을 깨우는 것이 당신의 슬픔보다 더 염려스러웠던가 보았다. 자다 말고 전화를 받는 내 ..
13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78|2005-04-01
감에 대한 단상
때로 살다보면 색깔로 말을 걸어오는 것들이 있다. 각각의 몸짓은 다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수없이 형태를 달리하며 찾아오는..그렇게 다가와 잊었던 감성을 살풋 불러내 주는 무엇,거기엔 늘 자연과 닿아있는 향기가 있다. 바쁜 삶을 살아가느라 잃어버렸기보다는 잊었노라고 ..
12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39|2005-04-01
산다는 건
남편이 혼자서 운영하는 사진관엘 갔었다.집안의 총무를 맡고 있어 이것 저것 하루 시간을 내어챙길 것이 많아 자리가 비니 나더러 와서 지킴이를 하란다.솔직히 난 아직 기계를 전혀 모른다그러니 어쩌겠는가그냥 오시는 손님 필름정도 받아 놓고 적당하게주인이 없는 자리에 대한 ..
11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06|2005-04-01
오빠의 가을
늦가을 밤, 낙엽이 뚝뚝 지는 거리에서 오빠는 하늘을 쳐다보며 그랬다. "아, 보고 싶다. 아, 외롭다". 훤칠하니 키가 큰, 한껏 젖힌 오빠의 고개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결국은 보지 말았어야 할 것을 보고야 말았다. 길게 내뿜는 담배 연기 사이로 어른거리는 물기.....
10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79|2005-04-01
맛있는 추억- 가을 전어
혹시 이런 기억들이 있는지.. 처음 만났는데 느닷없이 그 사람에게서 아주 오래된 듯한 익숙함의 향수를 느끼게 되는 경험. 그 익숙함의 향수가 어떤 음식과 닿아있을 때 우리는 주저 않고 밥 한끼의 약속을 이끌어 내게 된다. 요즘 같은 시기엔 가을의 별미인 전어의 참 맛을..
9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68|2005-04-01
길
길(道) 회색 빛 시멘트 바닥을 터벅터벅 걸어갈 때면 내 발자국 소리에 스스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여자는 발을 사뿐사뿐 소리 없이 놔야 한다. 발걸음에도 복이 들어 있느니...그리 털털거리고 걸어서야 어디 복이 붙어나겠느냐..”. 뒤에서 나를 붙잡는..
8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72|2005-04-01
추억의 강
두터운 안개를 둘러 엷은 실루엣으로 보이긴 해도 아직은 그 형태가 살아있는 먼 산. 그 속에 발 푹푹 빠져가며 마음 딛고 싶은 날이다. 문득 어렸을 적 온통 안개로 뒤덮인 강을 건너다 잃어버린 내 구두가 생각난다. 위쪽과 아래쪽 두 군데 있던 다리 중 하나는 통나무 두..
7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24|2005-04-01
밥상 앞에서
늘 그렇다.아이가 밥 그릇을 반도 안 비우는 걸 알면서도'오늘은 혹시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울지도 몰라''아니, 오늘은 입맛이 돌아서 전에 없이 한 그릇 더 달라고 할지도..'싶은 마음에 주걱으로 살짝 한번만 푸다가도 다시 두번 세번 퍼 밥 그릇이 도도록히 봉긋해져야 ..
6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36|2005-04-01
성장의 얼굴
성장의 얼굴\"엄마, 엄마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응, 그건 왜 물어?\"\"아니...그냥 한번 물어 봤어\"학교에서 돌아와 고픈 배를 열심히 채우던 아들 녀석이 딴에는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물은 말이다.원, 녀석두..녀석이 그런 말을 던진 의중을 알 듯..
5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076|2005-04-01
나이를 먹는다는 건
추석 전날 저녁.음식 준비를 다 끝내고서야 시선이 가 닿는 친정에 전화를 넣었다.언제나 그렇지만 올해도 전화 한 통으로 맏딸의 의무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고.. 오빠다. 언제 들어도 달콤한 목소리.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그리움이 차 오른다."오빤 있지, 언제 들어..
4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208|2005-04-01
순간 포착
선산에 다녀오는 길 공원 입구와 겹치는 구간에서 끝도 없이 정체되는 차량 행렬들을 무연히 바라보는데 내려다 보는 하늘도 짜증스러웠을까 후두둑 비가 내린다.. 코스모스의 긴 행렬에 키 맞추어 하얀 개망초 무리가 다문다문 고개를 주억거리고 무료한 표정에 ..
3편|작가: 최지인
조회수: 1,185|2005-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