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기억들이 있는지..
처음 만났는데 느닷없이 그 사람에게서
아주 오래된 듯한 익숙함의 향수를 느끼게 되는 경험.
그 익숙함의 향수가 어떤 음식과 닿아있을 때
우리는 주저 않고 밥 한끼의 약속을 이끌어 내게 된다.
요즘 같은 시기엔 가을의 별미인 전어의 참 맛을 찾아
소주잔 곁들여 맛있는 이야기를 털어놓기에 제격이리라..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 맡고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가을 전어 머리엔 참깨가 서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의 머리 맛 예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찬사다.
돈(錢)이 아깝지 않은 고기라는 의미를 가진 전어.
비린 듯 고소하고, 담백한 듯 풍부한 맛이 넘치는 생선.
전어의 맛을 즐기는 방법에도 다양한 요리가 있다.
얇게 뜬 회는 물론
온갖 야채를 썰어 넣고 함께 새콤달콤하게 버무린 전어 무침에
어슷하게 칼집을 내고 왕소금을 살짝 뿌려 숯불에 잘 구운 전어 구이에
진정한 회 애호가들이 즐기는 뼈 째 얇게 저미듯 썬 새꼬시 등등..
가격도 저렴해서 서민층들이 서로 주머니 눈치 보지 않고
모처럼 어깨에 힘 주고 계산대로 향할 수 있는 음식이다.
성글성글 썰어 낸 전어회 몇 점을 깻잎에 턱하니 올려놓고
마늘 한쪽과 맵싸한 고추 한쪽에 쌈장을 곁들여 쌈을 싸먹으면
쫄깃쫄깃 달보드래한 그 맛이 다른 회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맛의 경지를 선물한다.
아, 그전에 캬~~' 짜릿하게 목 줄기를 넘어가는 알싸한 소주 한잔의 멋은 필수겠고...
그것뿐이겠는가. 웬만큼 전어 회로 기별을 보낸 뒤
매운탕과 함께 하는 '돔배젓'의 맛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다.
잘 삭은 돔배젓을 뜨거운 밥에 넣고 비벼먹을 때의 그 온몸 가득 퍼지는 포만감은
단순히 배만 불리는 행위를 초월한 마음 가득 들어차는 따스한 그 무엇이다.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도 한다.
업무상 접대 건 회사 직원들의 회식 자리 건
맛깔스런 음식이 눈앞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
집에서 찬밥으로 대충 끼니를 때울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물고물한 아이들도 데려다 옆에 앉혀 놓고
"꼭꼭 씹어 먹어야 된다. 알았지..꼭꼭 여러번 씹어 삼켜야 돼.."
하며 입에 한점 한점씩 쏘옥 넣어주고 싶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옛날 어렵던 시절 머릿수 많은 자식들에게 어쩌다 한번
전어 풍년에 고기 맛 보여주고 당신은 그마저도 마다하고 돌아앉아
"난 고기 싫어한다..이 에민 비린 내 나는 것 싫더라"
하시던 우리들의 어머니가 생각나 왈칵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한다.
가을이면 다대포 축제, 광양 축제, 서천 득량만 축제등
곳곳에서 전어축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끈다.
축제 지의 문화 체험과 아울러 해넘이의 장관도 껴안을 수 있는
가을 축제에 많은 사람들의 오붓한 가을 맛 기행이 함께 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