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산에 다녀오는 길
공원 입구와 겹치는 구간에서
끝도 없이 정체되는 차량 행렬들을 무연히 바라보는데
내려다 보는 하늘도 짜증스러웠을까
후두둑 비가 내린다..
코스모스의 긴 행렬에 키 맞추어
하얀 개망초 무리가 다문다문 고개를 주억거리고
무료한 표정에 턱이 빠져라 하품을 하던 사람들은
조금씩 얼굴에 생기를 퍼올린다
고향을 찾아가고
뿌리를 확인하고
다시 길 위에서 다음을 향한 새김을 하는 사람들
얼마간 지친 몸이지만 마음만은 형형한 빛을 둘렀으리라
다소 강도 있는 빗줄기가 긋기 시작할 때
언뜻 고개를 돌리다 보게 된 순간적인 광경.
어디를 다녀오는 것일까
차를 두고 한가롭게 가족 나들이를 했던 것인지
갑자기 맞게 된 비를 피하느라
야외용 돗자리를 펼쳐서 하늘을 받쳐 들고
네 식구가 나란히 뛰듯 종종걸음 치는 모습.
베어 무는 웃음 끝으로 뜨끈한 무언가가 가슴을 훓는다
참 오랫만에 보는 따뜻한 풍경이다
'아, 참 아름답다..'
마음 깊은 곳에 꼭꼭 담은 '순간 포착'이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그 가족들,
어쩌면 오늘 길 위에서 만났던 빗줄기를
투덜거림으로 방치하듯 내던졌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먼 훗날,
어느 거리에선가 문득 빗줄기를 만났을 때
물기 그렁한 추억의 한 컷으로 살아나진 않을까.
우리 모두는 그런 순간 순간을 살고 있다.
내가 바라던 그림일 수도 있고
영영 잊고 싶은 기억일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식으로든 지금 이 순간도
내 자신의 생존 기록을 그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기록이 그냥 그렇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선
'순간 포착'은 매순간 절절해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