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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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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앞에서


BY 최지인 2005-04-01

늘 그렇다.

아이가 밥 그릇을 반도 안 비우는 걸 알면서도

'오늘은 혹시 한 그릇을 뚝딱 다 비울지도 몰라'

'아니, 오늘은 입맛이 돌아서 전에 없이 한 그릇 더 달라고 할지도..'

싶은 마음에 주걱으로 살짝 한번만 푸다가도 다시 두번 세번 퍼

밥 그릇이 도도록히 봉긋해져야 마음이 흡족해진다.

그러나 이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식탁에 앉자마자 누가 밥을 이렇게 많이 푸랬냐고 짜증부터 낸다.

아침부터 밥맛이 있을리가 있겠냐고...

둘이 똑같이 약속이나 한듯이 밥그릇을 도로 내밀며

반씩 싹싹 깎아달라고 한다.

혹여 한숟갈이라도 더 먹을까

"어여, 그냥 먹어 남으면 엄마가 먹을께...응?"

얼래고 달래건만 어찌 그리도 얄미운지.

"늦었어요, 엄마...다녀 올께요"

후다닥 뛰어나간 뒤 보면 서 너 숟갈 들이나 떴을까.

에휴,,, 이 밥들을 다 어째..../ 버릴 수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아까운데 내입으로 우걱우걱 밀어넣을 수 밖에.

그러나 나라고 아침부터 무슨 밥맛이 있겠는가.

한아이 밥은 점심에 먹을 양으로 다시 덜어놓고

한 녀석 밥 그릇만 끌어다 놓고 몇 술 입으로 밀어 넣다

울컥 치미는 덩어리...그랬다,,,우리 엄마,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

새끼에게 한술이라도 더 먹일려고 애쓰던 영낙없는 엄마 모습 그대로이다.

늘 따뜻한 밥솥에 밥을 양껏 두고도

식은 밥을 당신 몫으로 상위에 얹던 분.

그게 왜그리 싫었던지 조금 철이 들면서 엄마에게 참 많이도 앙앙댔다.

"엄만 왜 맨날 찬밥만 먹고 그래....그건 나중에 다같이 볶아 먹으면 되잖아"

기껏해야 쌩하니 차갑게 내뱉는 말주변밖에 없던 딸.

그래도 엄마는 가만히 웃으시는 것으로 내 속을 읽어내셨었다.

"괜찮아 엄만...인이 백여서..혹여 아나, 느덜이 밥 한그릇 뚝딱 다

비우고 더 달래믄 따스한 밥을 퍼줄라고 그리잖너. 그리니 얼릉 많이 먹거라

엄마는 느덜이 배 두둑하니 밥 많이 먹는 게 젤루 좋더라".

" 아이고 정말로,,, 내가 못살아...그러면 누가 알아 주기나 한데?"

면박에, 퉁박까지 모자라 있는대로 툴툴거리다 숟가락 탁 놓고

쌩하니 가방 들고 학교로 내빼는 딸자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만히 한숨 내쉬며 망연했을 우리 엄마.

'그래, 니도 시집가서 자식낳아 키워봐라. 애미 심정이 어떤 건지 알테니..."'

아마 그러셨겠지 싶다, 오늘의 내 심정처럼.

더 이상 밥을 밀어 넣을 수가 없다.

하늘이 무서워 버릴 수는 더 더욱 없다.

농사 짓는 일의 고단함을 알기에 더 더욱 더 그렇고.

정말 내일부터는 밥을 아주 조금씩만 퍼주고

나도 따뜻한 밥퍼서 밥다운 밥그릇 껴안고 먹어야지...결심해 본다.

비록 내일 아침에 그 다짐이 무너지더라도 지금은,

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