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혼자서 운영하는 사진관엘 갔었다.
집안의 총무를 맡고 있어 이것 저것 하루 시간을 내어
챙길 것이 많아 자리가 비니 나더러 와서 지킴이를 하란다.
솔직히 난 아직 기계를 전혀 모른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냥 오시는 손님 필름정도 받아 놓고 적당하게
주인이 없는 자리에 대한 양해정도를 구하는 선에서
내 임무에 대한 나름의 변을 구축할 밖에--
아침 일찍부터 더 자도 될 아이들을 닥달해
학교에 보내놓고 빠른 하루를 같이 시작해 보니
직장에 다니는 주부들의 고충을 알듯도 했다
남편은 볼일 보러 나가고
내 딴에는 손님이 오시면 어떻게 대할까
얼굴 점검까지 해가며 비장한 각오를 했는데
귓등으로 흘렸던 경기한파니 경제불황이니 하는 실체를
절절히 피부로 느끼는.. 비참하기까지 한 하루였다.
하루종일 고작 여섯 사람이 다녀갔다
것도 두사람은 증명사진 찍으러 왔다
자리지킴이만 하는 무용지물인 나에게
씁쓸한 미소를 던지고 되돌아가고
두사람은 필름 2통씩 맡기고 가고
또 두사람은 어제 맡긴 작업을 찾아가는 것이었고..
오후 2시까지 앉아 있었는데
내 손에 들어온 돈이란 고작 몇 만원 안팍..
가끔씩 일을 봐주러 오면 늘 맛있는 점심을 사 주었던 남편인지라
오늘도 당연한 기대감에 아침부터 굶었던 배 속에선
한치의 어김없이 꼬르륵 비명소리가 나는데
비로소 현실을 체감한 정신은 '너 정신차려'를 주문한다.
마침 들어온 남편이 밥묵었나? 묻기에
괜찮다니까 만원짜리 하나를 내밀며
자신은 좀있다 손님 오기로 되있어서 같이 해야할 것 같으니
혼자 나가서 점심 맛난 것 사먹고 오란다.
차마 그 돈을 받을 수 없었다
요즘 남편 표정이 늘 어두웠던 이유를
직접 피부로 실감하고 보니 새삼 남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와, 내 얼굴에 뭐 묻었나? 얼른 갔다 와서 집에 들어가라"
"아니다, 내 지금 배 안고프다.
집에 가믄 밥 잔뜩 있는데 집에 가서 먹을란다.
아들 올 시간도 된 것 같고.."
등 뒤로 가게 문을 닫고 나서면서
왈칵 솟구치는 물기를 애써 눌렀다.
산다는 건...
그럼에도 묵묵히 걸어가야만 하는 우리들의 발걸음이 아닐런지..
가장이란 무게를 두 어깨에 고스란히 짊어지고
오늘도 묵묵히 그 무게를 감내하는 이 땅의 많은 남편들에게
응원과 고마움의 박수를 건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