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같이 춤추는 것
\"결혼은, 둘이 같이 춤추는 거예요.\" 의외의 대답을 듣고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섯 살 여자애의 입에서 너무 맑고 순수한, 명답이 나왔다. 그것도 생각하거나 망설임 없이 묻자마자 바로 자신감 있게 눈까지 웃으며 한바퀴 빙 돌아 치마 깃..
98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2,022|2008-09-25
때 아닌 성묘하고
2주일 전 쯤에 남편의 꿈에 4년 전 돌아가신 아버님이 보였다고 했다. 단정하게 양복을 입으시고 작은 손가방을 들으시고 \"나 이제 갈란다.\" 하셨다는 말에 내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마지막을 못 지켜 드린 죄송함이 아직도 내 마음 한켠에 ..
97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825|2008-09-24
아싸 ! 가오리
\"집안 일만 하는 여자는 집오리,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버는여자는 청둥오리,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벌고 명예도 있는 여자는 황금오리, 집안일도 하고 돈도 벌고 명예도 있고 일찍 죽어주는여자는 아싸! 가오리라고 한다더라.\" 어떤 분의 강의를 듣다가 여자..
96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2,071|2008-09-23
보이지 않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설겆이까지 마쳤는데 아침 일곱 시 반이었다. 남편도 서둘러 출근하니 산에 올라 갈 시간이 당겨졌다. 마음속으로 내가 아는 모든 이, 나를 아는 모든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수없이 내려앉은 아카시 꽃들을 밟고 걷는데 멀리 앞 서 가는 ..
95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44|2008-09-22
우아한 밥상으로
\"엄마, 음식 남은 것 버리지 마세요. 나는 오이 껍질과 양파 껍질밖에 버리는 거 없거든요.\" 어제 딸이 다녀 가면서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서 어제 만들어 먹고 남았던 반찬들을 죄다 모아 보았다. 김밥싸고 남았던 재료들, 콩나물, 더덕 고추장, ..
94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98|2008-09-18
죽은 나무 아니었나?
집 앞 산에 오르면 내리막 길이 두 번 있다. 그 첫 번째의 내리막 길은 드문 드문 침목을 받힘으로 몇 개 놓아계단이 되어 빨라지는 걸음을 잠깐씩 쉴 수 있어 좋다. 그 왼쪽 옆 갓 길을흙더미가 쏠려 내려가지 않게 긴 통나무를 이용해막아 두어 나는..
93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938|2008-09-17
청솔모의 재롱
아침 산을 내려 오는데 저 앞의길에 나와 나를 마중하는 듯한 청솔모를 보았다. 사진을 찍어 두려고 휴대폰을 꺼내 살금살금 다가갔다. 근데 요게 피하지를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1m 앞까지 가서 사진을 계속 찍었다. 청솔모는 마치 내게 포즈를 취해 주듯..
92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814|2008-09-16
미러 터치 공감각?
타인의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보는 것만으로 자기 몸의 같은 부위가 아플때처럼 뇌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을 미러 터치 공감각이라는 글을 어디서 읽은 것 같다. 일반인도 누군가 다치는 모습을 볼 때 함께 움찔하지만, 미러 터치 공감각 소유자들은 이..
91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2,430|2008-09-12
꽃치자 나무로 명을 잇자
남편이 자주 하는 말 \"이 치자 나무는 내 생명이야. 이 나무가 죽으면 나도 죽을 것 같애.\" 우리집 화분들 중에 제일 크고 꽃과 잎나무들 중에 제일 큰 치자 나무를 애지중지 기른지 어느덧 6년이 넘은 것 같다. 자기 친구에게 선물 받은 거지..
90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2,443|2008-09-10
장애보다 배려가 우선
간밤에 무서운 천둥과 함께 내린 비로 산 길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내 발걸음 디딜 단단한 땅만 찾아걸으며 양 옆의 곱게 물든 나뭇잎과, 앙증맞게 피워 낸 노란 꽃과 보랏빛의 꽃잎들을감상하고 가는데 앞에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고 보았더니..
89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93|2008-09-08
끝내는 나몰라
아, 9월의 나날들은 내게 유난히도 짧게 스쳐갔다. 새벽한시에 잠을 자고 다섯 시에 일어나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생활이었다. 늘 부족한 잠은 오후에 사무실에서 학원생들이 안 오는 틈에 10분씩 졸고 정신을 차렸다. 산에는 어쩌다 한 번씩 다녀왔더니 이젠 더 마음이 ..
88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1,756|2008-09-04
다 어디로가고 뱀만 나오나
여름 내내 꿩이 보이지 않는다. 늦봄까지도 이른 아침을 먹고 산에 오르면 숲이 시작되는 입구쯤 어디 풀숲에 숨어 \"꿔엉! 꿔엉!\"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하며 나를 반겨 주었었다. 그러면 나도 \'꿔엉아 반갑다. 오늘도 잘 지내라\' 이렇게 큰 소리로 인사..
87편|작가: 자화상
조회수: 2,075|2008-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