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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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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보다 배려가 우선


BY 자화상 2008-09-08


 

간밤에 무서운 천둥과 함께 내린 비로 산 길은 촉촉히 젖어 있었다.

내 발걸음 디딜 단단한 땅만 찾아 걸으며 양 옆의 곱게 물든 나뭇잎과,

앙증맞게 피워 낸 노란 꽃과 보랏빛의 꽃잎들을 감상하고 가는데 

앞에서 툭!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고 보았더니 늘 파란색 운동복을 입고 산에 다니시는

다리가 불편한 아저씨였다. 

간밤의 비에 쏠려 내려온 듯한 돌덩이들이 평평한 길에 나 앉아 있는

것을 그 아저씨는 연신 좀 더 나은 다리로 차서 한쪽으로 치우며 걷고

있는 것이었다.

앞서 많은 사람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걸 보았는데 발길에 채이도록

굴러와 있는 돌멩이를  보고도 치워주는 이가 없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장애를 가진 아저씨가 비장애인들을 위해 걸려 넘어지지 말라고

돌멩이를 치워주는 배려를 보며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다시 천천히 걸으며 뒤를 따랐다.

내리막길에 바위들을 피해 좀 더 평평한 쪽으로 걸으면 큰 소나무가

있어 그 소나무를 잡고 양 옆으로 몸을 비스듬히 하여 통과해야 하는

언덕이 있었다. 

며칠 전에 아침 그 길을 지나는데 하루아침에 소나무가 밑동까지

잘려진 채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 내 속으로 나무를 잡고 쬐끔 몇 걸음 돌아가면 되지 편하게

지나가려고 아까운 소나무를 베었구나 하며 무척 서운해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 장애 아저씨가 베어버린 소나무의 반반한 뿌리를 딛고

편하게 지나가시는 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성한 몸의 우리들은 나무를 비껴 몸을 돌려 지나갔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그 나무 때문에 힘들게 지나가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소나무를 베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편하게 그 길을

지나 갈 수 있게 배려해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 아침 산행에서 자연을 느끼는 감상만큼 남을 위한 배려도 

마음 안에 풍성해져야 함을 깨닫게 되어 마음 흐뭇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