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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나무 아니었나?


BY 자화상 2008-09-17



 

 

집 앞 산에 오르면 내리막 길이 두 번 있다.

그 첫 번째의 내리막 길은 드문 드문 침목을

받힘으로 몇 개 놓아 계단이 되어

빨라지는 걸음을 잠깐씩 쉴 수 있어 좋다.

그 왼쪽 옆 갓 길을 흙더미가 쏠려 내려가지 않게

긴 통나무를 이용해 막아 두어

나는 때로 그 통나무들을 밟으며 걷기도 했었다.

 

그랬는데 며칠 전부터 신기한 현상을 보고 있다. 

분명 죽은 나무를 잘라다 계단 갓 길이 무너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켜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몇 년 인지 모르겠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처럼 밟기도 했었으리라.

그런데 그 통나무 수십 군데에서

파란 싹들이 자라고 있는 걸 발견하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위 아래쪽이 잘린 그저 죽은 통나무인데,

그것도 서있는 것도 아니고 갓 길에 발 받힘으로

뉘여 있는데,

어떻게해서 그 죽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통나무가 

싹을 틔워 낼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신기하기만 하여 사진을 찍어 두었다. 

 

무슨 나무였나 자세히 살펴 보니 소나무였다.

솔잎 새싹이 드문 드문 여기 저기 많이도 자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일으켜 뿌리 쪽을

땅 속에 묻어 주고 싶었다.

그러면 다시 새 생명을 얻어 가지도 뻗고

솔잎도 솔방울도 주렁주렁 열리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무도 비록 잘려서 버려졌지만,

많은 세월을 견디어 내고 마침내 싹을 틔우는데

사람인 우리가 못 이루어 낼 일이 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작은 일에 힘들고 지쳐도 결코

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큰 뜻을 이루어 내리라

자신해 본다.

 

이미 통나무로 갓 길의 버팀목이 된

소나무에서

나는 자연의 신비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