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산에 오르면 내리막 길이 두 번 있다.
그 첫 번째의 내리막 길은 드문 드문 침목을
받힘으로 몇 개 놓아 계단이 되어
빨라지는 걸음을 잠깐씩 쉴 수 있어 좋다.
그 왼쪽 옆 갓 길을 흙더미가 쏠려 내려가지 않게
긴 통나무를 이용해 막아 두어
나는 때로 그 통나무들을 밟으며 걷기도 했었다.
그랬는데 며칠 전부터 신기한 현상을 보고 있다.
분명 죽은 나무를 잘라다 계단 갓 길이 무너지지 않게
단단히 고정시켜 놓은 것이었다.
그래서 몇 년 인지 모르겠지만,
수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며 나처럼 밟기도 했었으리라.
그런데 그 통나무 수십 군데에서
파란 싹들이 자라고 있는 걸 발견하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위 아래쪽이 잘린 그저 죽은 통나무인데,
그것도 서있는 것도 아니고 갓 길에 발 받힘으로
뉘여 있는데,
어떻게해서 그 죽어 있을 거라 생각했던 통나무가
싹을 틔워 낼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신기하기만 하여 사진을 찍어 두었다.
무슨 나무였나 자세히 살펴 보니 소나무였다.
솔잎 새싹이 드문 드문 여기 저기 많이도 자라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일으켜 뿌리 쪽을
땅 속에 묻어 주고 싶었다.
그러면 다시 새 생명을 얻어 가지도 뻗고
솔잎도 솔방울도 주렁주렁 열리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무도 비록 잘려서 버려졌지만,
많은 세월을 견디어 내고 마침내 싹을 틔우는데
사람인 우리가 못 이루어 낼 일이 뭐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작은 일에 힘들고 지쳐도 결코
지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큰 뜻을 이루어 내리라
자신해 본다.
이미 통나무로 갓 길의 버팀목이 된
소나무에서
나는 자연의 신비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